FTA와 맞바꾼 73일..우리경제 득실은

2006. 1. 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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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스크린쿼터 축소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전제조건중 하나였던 만큼 이번 결정이 FTA와 무관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이는 미국과의 FTA협상에 직접 관여한 정부 관계자의 고백이다. 결국 미국과의 FTA협상 개시를 위해 73일이라는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버렸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미국과의 FTA협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반면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영화산업이 자칫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취약산업이 입는 피해와 불발로 끝날 경우 생길 수 있는 국가적 손실 등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FTA협상 위해 쿼터 73일 포기`..손실로 보긴 어려워

정부측의 설명대로라면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위해 아무 조건없이 스크린쿼터 73일을 축소한 만큼 우리측의 일방적인 손해인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범세계적인 무역 자유화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이런 가운데 스크린쿼터제 변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적으로 있어왔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보면 미국과의 FTA협상 개시를 위해 한국영화 쿼터 73일을 포기했지만, FTA 협상이 아니라더라도 규제적인 제도의 손질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영화산업적 관점을 벗어나 국가경제적으로 볼 때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지 10년이 지난 우리 경제가 2만달러에 진입하고 저성장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선진통상국가로의 실질적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경부 황문연 국제경제과장은 "한미 FTA는 양국간 우호관계, 무역비중 등을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선택이며 양국간 경제통합은 종래 외교 안보적 동맹에 경제적 동맹까지 포괄해 동맹관계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내수시장 확보..대미무역 증대효과 `기대`

현재 말레이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위해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으로 우리는 동북아 국가중 최초로 미국과 FTA를 맺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미국과의 FTA가 가져다줄 최대의 효과는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즉, 양국간 관세가 철폐되면서 섬유 자동차 전기전자업종의 수혜가 예상되며 특히 8.9%의 관세를 부과받아온 섬유에서의 수출 증대가 가장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과 미국간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형을 통해 추정한 결과, 실질 GDP는 0.42~1.99% 늘어나고 후생수준은 0.61~1.73%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의 이홍식 FTA팀장은 "이뿐 아니라 교역과 생산, 고용 등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되며 서비스산업 발전과 경제선진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모멘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IEE) 역시 한-미간 FTA가 맺어지면 미국은 최대 90억달러의 대한(對韓) 무역증대효과를, 한국은 약 110억달러의 대미 무역증대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내 교역 활성화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산업구조도 고도화되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 향상과 외국인 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분야 충격예상..협상 불발시 국가적 손실 클듯

반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에서는 관세화 철폐 등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재경부 이시형 경제협력국장도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는 FTA 협정이 체결되면 시장이 커지는 등 효과가 있겠지만, 취약한 분야는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 비해 취약한 우리의 축산이나 낙농제품, 사과와 포도, 고추, 대두 등의 분야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음식료업체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에서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 농업생산이 약 2조원 감소하고 대미 수입은 반대로 2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곡물류 생산은 12.4%나 줄어들고 우유와 낙농제품의 수입은 514%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업분야에서의 지원대책을 사전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며, 일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업종전환, 경영혁신, 폐업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근로자 전직을 지원하는 등 피해구제 프로그램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자칫 협상이 불발에 그칠 경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국가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홍식 팀장은 "촉박한 일정 속에서 이해집단의 반발과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협상이 좌초될 경우 한-미관계 전반에 상당한 손실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경계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화산업 `양날의 칼`..`안방`줄고 `해외시장` 늘듯

이번 FTA협상 개시를 앞두고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된 영화산업은 안방시장을 상당부분 잃게 될 위험에 처했지만, 반대로 해외시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잡은 셈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영화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국산영화 점유율이 60%에 근접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영화가 순식간에 위축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 정부가 약속하듯이, 스크린쿼터라는 보호책을 줄이는 대신에 영화 제작비나 배급 부담을 덜어주고 한국영화를 상영할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혜택도 준비돼 있다.

아울러 우리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같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시장 진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적극적인 개방정책이 다른 국가들에도 쿼터 축소 등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년간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성장은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에 안주해야할 논리적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같이 헐리우드외에도 블록버스터가 어디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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