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편법 경영권 승계' 굴레 벗어나나

2009. 5. 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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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前 밑그림 '포스트 이건희' 시나리오 사실상 완성`이재용 체제'로의 전환 본격화할 듯(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대법원이 29일 삼성그룹 지배권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의혹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해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짓눌렸던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1987년부터 삼성그룹을 이끌게 된 이건희 전 회장의 후계 체제가 일찌감치 구축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불법적인 `경영권 세습'으로 몰아가며 공격을 퍼부었고, 삼성은 결국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 결과는 `이건희→이재용' 체제로 삼성그룹이 바뀌는 데 있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외형상으로는 `오너 회장'이 없는 현재의 삼성그룹을 낳았다.

이에 따라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삼성그룹이 외형적으로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에버랜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 = 업태가 관광객이용시설업 등으로 등록된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경영권을 좌우하는 심장이자 베일에 가려진 화원(花園)으로 불린다.

연매출 규모가 160조원에 이르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은 그룹 전체 매출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에버랜드가 쥐고 있다.

에버랜드가 13.34%의 지분으로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전자는 35.3%로 삼성카드를, 카드는 25.6%로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간의 순환형 출자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에버랜드를 차지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데는 1995년 이 전 회장이 증여한 61억원이 종자돈이 됐다.

그는 이 자금으로 이듬해 삼성 계열인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거래해 550억원으로 늘린 뒤 기존 법인주주가 실권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천700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이 전무는 현재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이 전문 측이 낸 세금은 16억원이었다.삼성의 이 같은 기발한 경영권 이양 작업에 대해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일부 법학교수들과 참여연대는 2000년 6월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건희 전 회장과 당시 에버랜드 경영진인 허태학, 박노빈씨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결국 검찰과 특검의 잇단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고, 꼬박 9년이 걸려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로 지난해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룹의 심장인 에버랜드 지분을 지킬 수 있는 법적인 명분을 얻은 셈이 됐다.

◇ `이재용 뉴 삼성' 구축 본격화할 듯 = 2001년 7월 삼성전자에 상무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온 이 전무는 이번 판결로 법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경영권 편법승계를 둘러싼 법적인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구도가 이 전무를 중심으로 본격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그룹쇄신안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규모 권력 이동이 있었고, 그룹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에버랜드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이 전무에게는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

올해 41세인 이 전무는 지난해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쇄신책을 내놓을 때 최고고객책임자(CCO) 보직을 내놓고 경영수업에만 전념해 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CCO자리를 내놓은 뒤 해외 주요 거래선과 현장을 챙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 전무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지배체제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이뤄진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는 이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수신(修身)하고 있는 이 전무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년 1월 쯤 부사장에 오른 뒤 사장을 거쳐 3~4년 후에 그룹 회장 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이다.

애초 이 전무는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았지만 에버랜드 사건의 재판 때문에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삼성의 쇄신안을 발표했던 이학수 당시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하면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기업'으로 큰 만큼 경영권 승계에 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여론도 감안할 것이라는 이 전 회장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 전무가 당장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삼성이 이미 약속한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행보를 보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은행 지주회사의 산업자본 지배를 허용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 법률(금산법) 개정과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모든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릴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도 향후 삼성 지배구조의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남아 있다.

이들 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재계 관계자들은 이런 주변의 정황을 들어 이 전 회장이 배후에서 현 방식 대로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를 이끌면서 이 전무를 점진적으로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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