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라면 블랙에서 '신라면'이 없었더라면

김대웅 2011. 9.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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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탄생한지 4개월 만에 `레전드`(전설)로 남게 됐다. 출시부터 생산중단까지 신라면 블랙은 `뜨거운 감자`였다. 

출시 넉달만에 생산중단이란 초유의 결정을 놓고 해석들이 많다. 농심은 높은 가격 탓에 판매가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초반 출시 효과로 반짝한 이후 재구매율이 현저히 떨어졌고 팔수록 손해가 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공정위 제재건도 거론되고 있다. 두달 전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에 대해 과장광고 혐의가 있다며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넉달만의 생산중단 이유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신라면 블랙보다 판매가 저조해도 오랜 기간 명을 이어가는 라면들이 무수히 많다. 또 초기 과다한 생산설비가 문제라면 생산라인을 일부 줄이는 방법도 있다.

때문에 매출 감소보다 농심의 기업 이미지 훼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라면 블랙에 대한 반발 심리가 농심의 기존 주력 제품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농심이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었을 거란 분석이다.

식품업체 마케터들도 이번 사례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주목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소비자들은 라면을 대표적인 저가 서민 식품으로 여기는데 신라면 블랙은 독특한 네이밍 때문에 기존 신라면과 비교되며 높은 가격이 더욱 돋보였고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며 "신라면 블랙은 마케팅에서 실패했고 다른 제품들의 판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라면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고급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려했지만, 신라면 브랜드 때문에 되레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블랙에서 기존 신라면으로, 나아가 농심 전체로 악영향이 번질 것을 우려한 농심이 결국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얘기다.

신라면 블랙 때문에 농심이 다른 제품들의 가격인상을 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가 됐을 거란 분석이다. 블랙 때문에 악화된 여론에 다른 라면의 가격마저 올릴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다. 농심은 올 상반기 심각한 영업이익 부진에도 라면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년전 밀가루값 하락으로 라면값을 내린 이후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 라면이 신라면 블랙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1000원이 훌쩍 넘는 라면은 신라면 블랙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신라면 블랙에 '신라면'이 없었다면 관심도 그만큼 덜 받았겠지만 적어도 4개월 만에 사업을 접게 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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