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1100돌파)키코 손실 암담.."기업매각도 고려"

안재만 2008. 9.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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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급등에 `키코`가입 기업 피해 눈덩이

- "아무리 노력해도 안돼요" 자포자기 하소연도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키코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서 외면한 지 오래입니다. 요새는 사업할 의욕도 생기지 않아요. 이러다가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모두 망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달러-원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통화관련 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한 상장사들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움직일 땐 유리한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지만 상한선을 웃돌 경우엔 계약금액의 2~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환율에 팔아야하는 상품이다. 상장사들은 환율이 적정선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키코에 가입했지만, 예상외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키고 손실은 약 1조4781억원. 게다가 최근 달러-원 환율의 상승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4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점쳐진다.

피해액이 워낙 크다보니 손실을 본 상장사들은 추가 대책을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달쯤 키코 재계약과 관련해 검토했었는데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지금도 어떻게 손실분을 만회할 지 답이 안나오는데 만약 당시 재계약에 나섰더라면 `폐업`을 고민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를 연장한 한 기업의 관계자는 "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돈을 벌 수 없으니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이제는 모두가 포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의 푸념은 절대 엄살(?) 수준이 아니다. 코스닥상장사 A기업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손실이 30억원 이상 늘어난다. 환율이 현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이 기업은 흑자를 낼 방법이 사실상 사라진다.

키코로 인해 흑자기업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겼다. IDH(026230)는 상반기 3억6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키코 손실로 인해 순손실이 442억원에 달했다. 이에 자본잠식률이 182.1%로 늘어났고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멀쩡히 흑자를 내던 기업 중 상당수가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십여년간 열심히 일 한 결과가 이것이라고 생각하면 참담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절대 빚을 갚을 수 없어 기업을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국이 `돌격 앞으로` 정신으로 환율을 관리하니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대체 누구를 위한 환율 정책인지 알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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