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롯데 문어발 확장?
ㆍ불황에도 공격적 사세확장 주목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 등 녹록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 롯데가 사세확장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 롯데는 두산주류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기업을 사들이기 위한 사채 발행 등 '실탄'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 기존의 강세영역인 유통을 벗어나 분야를 넓히는 추세다. 그러나 롯데가 기업 인수뿐 아니라 제2롯데월드 건설 등 대단위 사업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그룹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오비맥주 인수전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주류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을 동원, 사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자금 마련에 나선 것.
롯데쇼핑은 지난달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고, 롯데리아도 200억원어치의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을 이달 내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호남석유화학 등 계열사들도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채권 발행을 통해 1조7000억원 이상 자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롯데가 사채 등을 통해 끌어모은 금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1조5000억~2조원대에 거래될 것으로 보이는 오비맥주의 인수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가 이같이 주류업체 인수·합병(M & A)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데는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던 백화점, 마트 등 유통부문이 소비침체로 예전만큼 국내에서 큰 실적을 내지 못한 점도 업종을 확대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이미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했고 2007~2008년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유통업체 마크로를 매입해 해외 마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롯데가 M & A 등을 통해 금융 계열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카드(동양카드 인수)와 대한화재보험(대한화재), 롯데캐피탈 등 3개 금융 관련 회사를 가지고 있고, 지난해 코스모투자자문의 보유 지분을 21%까지 늘렸다. 이어 롯데는 우량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참여하거나 증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확장세의 힘은 그룹 내 풍부한 유동성이다. 롯데그룹은 부채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데다, 현금성 자산도 4조원대에 이른다. 또 지난해 불황 속에도 53개 계열사 매출이 40조원을 넘는 등 실적 호조도 M & A의 부담을 덜게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롯데가 그간 인수전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제2롯데월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M & A가 자금운용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위원은 "제2롯데월드 투자금이 계열사별로 어떻게 배분될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1조5000억~2조원대로 추정되는 금액이 적지는 않다"며 "특히 제2롯데월드 내 유통부문은 기존 잠실·롯데월드점과 중복투자 우려도 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볼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보미기자 bomi83@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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