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매입 요구 거세지만..한은은 "글쎄.."

정원석 2008. 10.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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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태 총재 "중앙은행이 만기액 모두 못 사준다"

- "은행 부실경영 후과 짊어질 수 없다"

- vs "대출금리 인하 위해 대승적 결단 해달라"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올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25조원에 대한 해법을 두고 벌어진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거리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 유동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한국은행이 매입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 이성태 총재 "은행채에 특정해서 보지 말라..만기액 모두 못 사준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났다.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대출금리가 떨어지기 위해 은행채 매입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총재는 "25조원의 은행채를 인수할 수 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25조원은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전체 은행채 규모인데 이를 전부 중앙은행이 인수할 필요는 없다"며 "아무도 안사고 중앙은행만 산다는 건 아주 극단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시장안정화 대책이 "은행채에 특정됐다고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에 은행채 매입안을 포함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상 증권으로 은행채를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이 계획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바로 옆자리에서 "시중 유동성 사정이 정상화돼서 가계의 중소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은이 은행채 매입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총재는 묵묵부답이었다.

◇ 명분도 없고 유동성 흡수 부담만 커져..시장에서 소화돼야

한국은행이 은행채 매입에 부정적인 이유는 명분이 떨어지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이 은행채를 매입할 경우 발권력을 동원해 민간기업인 은행을 지원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방만한 경영으로 외화유동성이 부족하니 정부가 지급보증해주고, 원화유동성이 부족하니 은행채 돌려막기로 막아보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한 뒤 "지금은 은행의 실질적인 자구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이 은행채를 매입해줄 시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은행채를 매입하는 만큼 시중유동성이 늘어나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측의 고민이다. 시중유동성이 늘어날수록 한국은행은 통안채 발행 등을 통해 이를 흡수해야하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총재는 이에대해 "지금도 유동성이 많아서 한쪽에서는 돈을 주고 다른 쪽에서는 130조원을 묶고 있다"며 "한쪽에서 돈을 더 주면 다른 쪽에서는 묶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려움은 알지만 엊그제도 일부 거래가 된 것으로 알고 있고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도 매입 의사가 있다"며 시장을 통해 은행채 만기도래액이 소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정부측,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 명분으로 파상공세

하지만, 외부적 압력이 변수다. 자금시장에서 돈이 잘 돌지 않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놓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측이 서민 민생과 민감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은행채 매입 요구의 이유로 들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강운태 무소속 의원은 이 총재에게 "은행채 만기도래액 25조 중 절반 정도를 한은이 매입해 주택담도대출금리 등 시중금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금융위원장과 한은총재가 각 기관의 담당자들과 밤샘 합숙을 해서라도 합의를 해라"고 질책했다.

금융위원회도 연일 한은에게 유동성 공급 요구 공세를 파상적으로 하고 있다.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은행채 직매입이든 RP에 포함시키든 한은이 적극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며 "한은이 이전보다 훨씬 이 부분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도 전날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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