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반도체 백혈병 사과 보상..왜, 지금?

입력 2014. 5. 15. 11:21 수정 2014. 5.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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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왜 이 시점이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이건희 회장의 병원 입원 와중에 나온 '결단에 가까운 조치'여서 그 의도가 궁금증을 낳고 있으며 삼성의 사내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원 가족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9일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기흥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한 황유미 씨가 사망한 뒤 7년을 끌어온 백혈병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사과하며 합당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산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삼성은 진작 할 수 있었던 것을, 왜 이제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합당을 보상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을까?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반올림 측과 양자협상을 해왔으며 이제야 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유족과 심상정 의원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으며 이른 시일 내에 경영진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일환이라고 한다.

"그 때부터 반올림 등의 제안을 수용만 하지 말고 사과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삼성 관계자는 말했다.

삼성전자는 4월 15일쯤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대책 준비에 들어갔으며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날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반도체 피해자 사과와 보상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하면 전 국민의 분노와 애도 분위기를 틈타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1차 발표 D-데이를 5월 연휴가 끝나는 7일로 잡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여파가 계속됐고, 권오현 대표의 중국 시안 공장 준공식 참석 등으로 일단 5월 10일 이후로 발표 시점을 미뤘다.

10일 밤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다.

삼성전자 측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결정에 따라 14일 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하기로 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 공식 사과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삼성전자 측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7년을 끌어오다 반도체 피해 유족과 피해자들, 반올림 등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고 머리 숙여 사과까지 한 데는 나름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건희 희장이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수면상태를 보이자 삼성전자의 최대 악재인 '반도체 백혈병 산재 문제'를 조속히 털어버리자는 나름의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다.

이재용 후계구도를 앞둔 국민 여론 진무 차원이라는 말도 있다.

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국난에 준하는 비통함을 겪고 있는 상황도 삼성으로 하여금 백혈병 피해자들을 보듬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업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왕지사 사과와 보상을 하려면 조속히 단행하자고 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를 겨냥했을 것이라는 것이 야당 일각의 반응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초선 의원이던 지난 18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삼성그룹을 겨냥한 금산분리법안 등을 주도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삼성과 대립각을 세웠다. 대표적인 반 삼성 정치인이 박영선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때때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피해 문제를 반드시 짚겠다고 언급하며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

재벌 개혁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선 타협과 양보가 전혀 없는 박 원내대표가 입지를 다지고 지방선거를 마치고 나면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에 대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의 사과와 보상 조치는 박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예상 공세를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효과를 거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의 개입 소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 (자료사진)

실제로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첫 사과와 보상 조치는 삼성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사안이었다.

삼성전자와 그룹 전략기획실의 인사와 노무 분야에서는 백혈병을 인정하고 보상을 해주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어서 앞으로 계속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며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온건파들은 이번에 털어버리지 않으면 정치권의 공세는 물론이고 삼성의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의 상황이 온건파들의 입장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으로선 실보다 득이 되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환영하는 조치라고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 직원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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