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해운사 '부산항 상륙 작전'

이성훈 기자 입력 2016. 9. 9. 03:09 수정 2016. 9. 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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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MSC가 화물 싹 쓸어가면 현대상선 등 한국 해운업 붕괴" 한진해운 공백 노려 노선 개설.. 싼값으로 국내 화물 싹쓸이 우려

세계 1·2위 해운사들이 부산항을 경유하는 신규 노선을 잇따라 개설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생긴 한국 해운 시장의 공백을 노린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국 거대 해운사가 앞다퉈 부산항에 진출해 한국 화물을 빨아들이면, 국내 해운업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8일 "중국 상하이와 부산,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는 새 노선을 오는 15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 노선에 4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머스크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선박 확보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를 해결해 달라는 화주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아시아~미주 항로의 수요에 맞추고자 신규 노선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도 오는 15일부터 중국~부산~캐나다를 운항하는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MSC는 이 노선에 5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운항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와 대만 해운사 '양밍'도 최근 중국~부산~미국 노선에 선박을 증편했다. 법정관리로 기능이 마비된 한진해운의 물량을 외국 해운사들이 덤벼들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교수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거대 해운사들이 화물을 쓸어가면, 한진해운뿐 아니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 업체들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국 해운업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MSC는 규모 면에서 국내 해운사를 압도한다. 보유 선박은 현대상선보다 8~10배나 많다. 또 현대상선은 단 한 척도 없는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가지고 있다.

해운업에서는 배가 크면 유리하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해운 전문 물류업체 관계자는 "머스크와 MSC는 국내 해운사들보다 20%가량 싼 운임으로 화주들을 공격적으로 확보한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MSC 같은 대형 해운사의 한국 노선 강화는 당장은 '물류 대란'을 겪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해운 물류 시장을 장악한 후 운임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명신 부경대 교수는 "세계 해운 시장 운임은 사실상 머스크와 MSC가 결정하고 있다"며 "이 해운사들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인 후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 해운사 공세가 부산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그동안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작은 배로 실어온 화물(환적 화물)을 부산항에 모은 후, 커다란 배로 옮겨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하지만 외국 해운사들은 굳이 부산항을 이용하지 않고, 중국 상하이 등을 '허브 항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머스크나 MSC 같은 해운사는 동남아 물량을 중국 같은 곳에 모아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우리나라 항만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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