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이돌, 노래로 LA를 녹이다

로스앤젤레스=유진우 기자 2016. 8.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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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碧眼)의 외국인’ 1만2000명이 부르는 한국 노래(KPOP)가 서울에서 9600킬로미터 떨어진 공연장을 달궜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욘세가 섰던 무대는 샤이니, 아이오아이(IOI) 같은 한국 가수들이 차지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여느 인기가수의 콘서트 같았지만, 관객 가운데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드물어 보였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풍경이었다.

30일(현지 시각) 오후 7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한국문화 페스티벌 ‘KCON(케이콘)’에서 미국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CJ 제공

30일(현지 시각) 오후 7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 이 공연장은 수없이 많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지나간 대중 가수들의 ‘꿈의 무대’다. 미국 대중음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그래미어워드가 열리는 역사적 장소기도 하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이 공연장에선 이날 세계 최대 한국문화 페스티벌 ‘KCON(케이콘)’이 열렸다.

◆ 5년째 열리는 KCON…美에서 ‘한류 종합 선물상자’로 자리매김

올해 5년째 열리는 KCON은 이제 미국에서 확실한 인기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12년 첫해 도심 외곽 야외 극장에서 시작했던 행사는 지난해 1만2000명이 들어가는 시내 중심지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콘서트 입장 티켓은 시작한지 하루만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날 만난 서배너 배일리(16)은 “블락비(Block B) 멤버 ‘태일’을 보기 위해 아빠와 뉴멕시코주(州)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지난해 블락비가 LA에 왔을 때 못본 것이 아쉬워 올해는 서둘러 예매했다”고 말했다.

미국 한류(韓流) 팬에게 KCON은 한국 문화의 모든 것을 전해주는 ‘종합 선물상자’다. 콘서트에선 유튜브로만 만나던 인기 KPOP가수가 등장한다. 30·31일 두차례 열린 올해 콘서트에는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 총 14팀이 등장했다.

최근 재결성한 그룹 ‘터보’의 무대에 미국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유진우 기자

콘서트에 앞서 열리는 박람회(Convention)에는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와 IT, 패션, 뷰티 등 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국내 기업 제품이 총출동한다. 아이돌 가수가 공연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면, 소비재 산업이 판을 벌이는 방식이다.

신형관 CJ E&M 엠넷콘텐츠부문 대표는 “KCON이 음악행사로 시작했지만,한류문화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행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5년 동안 매해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고, 분야를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韓 아이돌 음악, 가파른 성장세…KCON 관객, 5년새 10배 늘어

미국에서 KPOP은 유행을 넘어 한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정착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국제음반협회(IFPI)에 따르면 미국 공연 시장은 매년 2% 정도 성장한다. 대중 음악 역사가 오래된 성숙한 시장이기 때문에 성장이 더딘 편이다.

박람회 부대행사로 선보인 한국 노래 부르기 행사에서 한 미국인 참가자가 이하이의 ‘마이 스타’를 부르고 있다. /유진우 기자

반면 미국 내 KPOP 공연 시장은 매년 두자리 수 이상 불어나고 있다.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박람회와 두차례 콘서트를 합친 결과, 올해 LA KCON 행사에는 총 7만5000명이 다녀갔다. 2012년 1회 KCON 관객 수가 8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새 10배 많은 외국인이 찾아온 셈이다.

이들은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재창조하기도 한다. 한국 문화가 더이상 낯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날 커버댄스(춤 따라하기) 대회에서 입상한 카일라 후스티아노는 “중학교 친구들과 4년째 한국 가수 춤을 따라 추고 있다. 3년 전에 강남스타일 커버댄스를 출 때만 해도 한국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괴짜(geek)라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사는 마을에 주말마다 한국 춤을 추는 모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 음악 넘어 소비재로 인기 전파…CJ “2020年 문화사업 글로벌 매출 비중, 50% 넘긴다”

KPOP시장 성장은 미국 내 한국 제품의 인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주된 관람객 층인 미국 10~30대 젊은 여성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전파력이 빠르다. 이들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 제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KCON 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있다. /CJ 제공

이날 박람회장 ‘K뷰티’ 코너에서는 한국식 화장 기술 강의와 패션 스타일링 강의가 열렸다. 한 편에서는 한국 전통음식 비빔밥과 만두, 닭강정 등 한국 음식을 맛보는 코너가 자리를 잡았다. 관람객들은 VR 체험존에서 홀로그램으로 된 한류 스타와 사진을 촬영하며 한국 ICT 기술을 즐겼다.

K뷰티 코너에서 만난 아이샤 알렉산더(20)는 “한국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Six flying dragons)’를 보다가 한국 음악이 좋아졌다. 지금은 한국 뮤직비디오에 나온 스타들의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KPOP에 대한 미국 10대의 사랑이 음식, 미용,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단순한 축제를 넘어 한류 문화 확산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CJ그룹은 올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총 7번 선보인 KCON을 2020년 연 10회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관람객 40만명을 불러모으는 것이 1차 목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CJ E&M·CJ CGV의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54%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2015년 16%보다 3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신형관 대표는 “5~10년 전만 해도 미국 관객들이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를까 싶었지만, KCON은 어느덧 매해 2배 이상씩 성장하는 유일한 한류 관련 콘서트가 됐다”며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처럼 옷 입고 싶고 한국 사람처럼 생활하고 싶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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