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유착 의혹에 흠집 난 성공신화

2016. 7.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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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왕국 넥슨 벼랑끝 신세..게임업계"괜한 불똥 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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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게임회사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살아있는 벤처 신화로 꼽히는 넥슨이 현직 검사장의 비리에 연루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넥슨 창업주이자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진경준 검사장에게 준 주식에 대해 거짓해명을 한 것이 드러난 데 이어 우병우 대통령 민정수석 처가의 강남 땅 매입과 관련한 특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게임업계 선두주자인 넥슨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게임회사들은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2013년 넥슨을 비롯해 대부분의 게임회사와 IT 벤처회사들이 판교로 대거 사옥을 이전했지만, 넥슨이 강남 신사옥 부지를 매매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대체로 규모가 크지 않아 사옥을 사고파는 일은 흔하지도 않지만 넥슨의 강남 사옥 매매 이야기는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면서 “상장사들은 부동산 매매 사실을 공시하지만 넥슨은 일본에 상장했기 때문에 국내 영업이나 경영상황을 그때그때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1994년 시스템 구축과 홈페이지 제작 회사로 출발한 넥슨은 1996년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이며 게임회사로 변신한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0년 초반부터는 우량 게임 업체를 잇달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김 대표는 특히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2008년 사들이고, 2010년 ‘서든어택’으로 1인칭 총격게임(FPS) 성공기를 쓴 게임하이를 인수하며 남다른 경영수완을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국내 게임업체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해 일본에 상장하면서 김 대표와 그의 아내 등 특수 관계인들이 지분을 90% 이상 갖고 있는 지주회사 NXC가 일본 넥슨을 소유하고, 일본 넥슨이 넥슨코리아를 소유하는 지배 구조를 갖췄다.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1500억원대의 부동산 매매 사실을 비롯해 주요 경영활동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다 김 대표가 평소 대외활동을 꺼리며 운둔자적 행보를 이어오면서 넥슨의 경영방식은 더욱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제공한 주식 취득 특혜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한 사실이 검찰조사로 드러나면서 모범적 기업으로 불리던 넥슨은 신뢰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매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여러 통로를 통해 엇갈린 해명들이 나오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어린이 재활병원에 200억원을 쾌척하는 등 남다른 사회 공헌으로 게임 산업 이미지를 대폭 개선했는데 이런 논란이 빚어져 안타깝다”면서도 행여 게임업계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좋은 IP(지식재산권)들을 사고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웠다”며 “엔씨소프트나 넷마블처럼 CEO가 직접 진두지휘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오픈한 것과는 비즈니스 방식이 조금 달랐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2000년 중반 주식 비리 등으로 문제 있던 벤처회사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대부분 순수하게 개발과 비즈니스로 승부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게임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거나 일반화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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