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일" 뜨거운 M&A.. 한국만 외톨이

입력 2016. 6. 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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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기업들, 포스트오일 시대 대비 합종연횡 활발
[동아일보]
지난달 19일 석유탐사업체인 프랑스 테크닙과 미국 FMC가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법인 ‘테크닙 FMC’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135억 달러와 64억 달러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자 생존의 기로에 선 석유탐사업체들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미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반대로 최근 무산되긴 했지만 세계 2위 석유탐사업체인 미국 핼리버턴이 3위 베이커휴스를 350억 달러에 합병하려 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였다. ‘검은 에너지’를 둘러싼 중동(석유)과 미국(셰일가스) 간 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대형 기업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저유가 기조 속에 전통 에너지기업들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대 민간 석탄업체인 피바디는 4월 미국 미주리 동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석탄 가격이 급락하고 미국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난 데다 규제 문제가 계속 불거진 탓이다.

미국 원유생산업체 굿리치페트롤리엄도 4월 파산보호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굿리치는 원유 가격 하락에 따라 빚이 쌓이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굿리치 외에도 미국에서는 약 60개의 원유생산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스트오일 시대’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대적 흐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전환은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세계 5대 석유 메이저 중 하나인 프랑스 토탈은 지난달 초 배터리 제조회사 샤프트를 1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토탈은 이미 2011년 태양광 패널회사인 선파워를 인수한 바 있다. 로열더치셸은 올해 회사 내에 신에너지 사업부를 만들어 수소연료, 바이오연료, 풍력에너지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노르웨이 스타토일은 4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해 독일 EON의 아르코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스타토일과 EON는 향후 이 프로젝트에 14억 달러를 투입한다.

정부 수입의 75%,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석유에 의존하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마저도 변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월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 경제개혁방안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석유부를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로 개편했다.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주식 5%를 매각하는 기업공개(IPO) 계획도 함께 밝혔다.

‘오일의 공포’ 저자인 손지우 SK증권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된 만큼 변화를 서두르지 않는 기업들은 예상보다 가까운 미래에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감히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다. 2014년 복합 정제 마진이 배럴당 2∼5달러대에 그치면서 총 1조4000억 원의 적자를 낸 국내 정유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고도화설비 증설에 집중할 뿐 사업 다각화에는 소홀한 모양새다. 원가 절감에 공들인 덕에 아시아 역내 정유기업 150곳 중 원가 경쟁력 수준은 상위 25% 이내(2013년 기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없다 보니 실적은 여전히 국제유가나 정제 마진 등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 휘둘리는 정유사업에만 집중해서는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며 “저유가 시기에 오히려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늘리는 등 정유사업에 편중된 수익모델을 다양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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