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우리도" 대우조선을 보는 불편한 시선

홍정표 기자 2016. 5.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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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기업도 경영 간섭 받게 되고.. 금융논리로 산업 재편될지 의문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정상기업도 경영 간섭 받게 되고.. 금융논리로 산업 재편될지 의문]

대우조선해양 다동 본사/사진제공=뉴스1

대우조선해양과 이 회사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부실 경영 논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 및 해운사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혈세가 투입된 회사가 시장을 교란한 것도 모자라 관련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사들까지 여신관리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 관리 감독을 받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미래 위험을 점검하는 차원이라서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신규 여신 제공 중단 등으로 정상기업의 부실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2014년부터 인력 및 자산 효율화,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인 자구안을 진행 중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7조원가량의 국민 혈세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처럼 무상으로 자금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고, 담보를 제공해 자금을 융통받는 것인데 지나친 경영간섭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는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자체 부실을 조선업 전체로 확대하려고 하면서 해외 선주들이 국내 조선사들과의 거래를 꺼려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의 주범인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의 경영부실에서 시작된 문제를 조선업 전체로 확대 해석하려는 것은 부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책임 소재를 먼저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선료 조정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수조 원의 혈세가 선박금융을 통해 해운사 선박 발주에 지원됐다면, 해운사들이 이를 조선소에 발주해 현재의 위기 상황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과거 두 번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 선박을 대거 매각했다. 해운업 호황이 다시 도래하자 시간이 걸리는 건조 대신 고가의 이용료를 지급하는 용선 계약으로 선박을 빌렸다. 이때 맺은 용선료는 해운사 경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용선료로 쓴 비용은 1조8793억원이며, 한진해운도 올해 장기 용선료로 지급할 비용이 9288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은 해운사에 대한 지원은 해외 선박 주인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면서 지원에 난색을 표해 왔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대우조선해양 및 조선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2000년초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15년 이상 조선기업을 경영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산업구조 개편이 아닌 금융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도 불만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13년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려면 문제된 부문을 정확히 진단해 도려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부실 경영 당사자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선업의 재기는 결국 수주와 산업 합리화인데, 금융기관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정표 기자 jp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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