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4위 STX조선, 6조원 빚 안고 침몰하나

이인열 기자 2016. 5. 2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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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결국 법정관리行] 채권단 "청산 가능성 더 높아" 협력업체 인력 포함 9000명 대규모 실업사태 발생 우려 산은·수은, 충당금 수천억 필요 中小 조선소 구조조정도 가속화
강덕수 전 회장의 월급쟁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은 2014년 2월 검찰이 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잡고 STX그룹 본사를 압수 수색하던 날, 직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룹 로고를 지켜보는 모습. /성형주 기자

STX조선해양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권단이 지난 3년간 진행해온 자율협약(채권단 공동 관리)을 중단키로 한 것은 회생 가능성이라는 잣대가 종전보다 엄격해졌다는 뜻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메스(수술용 칼)가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과 함께 4대 중소 조선소로 불리는 성동·대선·SPP조선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하반기 중 대외 여건을 감안해 경영 정상화 또는 법정관리 전환 등 손실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처리 시기를 앞당겼다. 금융권과 조선업계에서는 "성동·대선·SPP조선 중에서도 법정관리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6조원 부채 안고 침몰하는 STX조선해양

STX조선은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자율협약을 진행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채권단에서 4조5000억원대의 지원을 했는데도 여전히 자본 잠식 상태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단에 남아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STX조선이 채권단에 진 빚은 작년 말 기준으로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선박을 주문받고 미리 일부를 받아 STX조선해양이 선박 건조 자금과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선수금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2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은 등이 선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대량 실업도 우려된다. STX조선해양의 인력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100명이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정관리로 가는 STX조선해양의 앞길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채무 탕감 등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게 되고,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청산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법정관리로 가면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3년간 채권단이 막대한 지원을 했는데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이라 채권단이 산소호흡기를 떼면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것이다. 일단 법정관리로 가면 산은과 수은은 STX조선해양의 침몰에 대비해 그동안 쌓았던 대손충당금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산은보다 수은이 더 문제다. 수은은 1조원 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동안 쌓아놓은 돈은 6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때 세계 4위 조선소 왜 몰락했나

1967년 동양조선공업으로 출발해 2001년 STX그룹이 인수한 STX조선해양은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2008년 9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 조선소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수주 급감, 고비용 구조,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몰락했다. 게다가 나이 많은 직원도 많고, 강성 노조로 인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업계 최고 수준인 7600만원이었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시작한 강 전 회장은 2001년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명도 (주)STX로 바꿨다. 그는 2001년 대동조선(STX조선해양),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잇달아 인수하며 10년 만에 재계 14위 그룹을 일궈내기도 했다. 하지만 STX그룹은 STX팬오션에 이어 STX조선해양까지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무너졌고, 강 전 회장은 2013년 7월 그룹을 떠났다.

중소 조선소 구조조정 속도 낸다

4대 중소 조선소 가운데 성동·대선·SPP조선도 지난 2010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성동과 대선조선은 수출입은행이 최대 채권자다. 수은은 성동조선에 선수금환급보증(RG) 등 2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수은의 요청으로 올 들어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의 경영을 맡고 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1년 만인 작년 11월 원유 수송선 2척을 수주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선조선은 수은에서 경영관리단을 파견한 상태다. 올 들어 소형 선박 6척을 수주했지만, 수주 잔량이 1년 남짓에 불과하다. SPP조선은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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