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역효과? 1년 새 株價 40% 하락

류정 기자 2016. 5. 2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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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이후 적자 크게 늘어.. 대주주 국민연금도 주식 매도 사업 부문별 시너지 안보이고 그룹 지주사로서 역할도 미미 삼성물산 "잠재 부실 털어내고 2분기부터 실적 개선될 것"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3개월간 25% 급락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줬던 국민연금조차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작년 9월 합병으로 삼성의 지주사 지위로 격상된 삼성물산은 '지주사 프리미엄'과 '합병 시너지'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집중 사들였다. 하지만 합병 이후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이렇다 할 지주사 역할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지 못할 경우 합병 자체에 대한 비판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쇼크… 믿었던 국민연금도 주식 순매도

삼성물산 주가는 이달 들어 1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했던 작년 6월 최고점(19만2000원) 대비 40% 하락했고, 지난 1분기 잠정 실적이 나온 3월 이후 25% 하락했다. 국민연금도 최근 3개월간 집중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지난 20일까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순매도한 주식만 177만주. 작년 9월 국민연금이 보유 중이던 1131만주(5.96%)의 10%가 넘는 물량이다. 연기금 매도 물량의 90%는 국민연금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적 쇼크'다. 이 회사는 합병 이후 첫 실적인 작년 4분기 89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4450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전 분기 5배다.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건설 부문의 적자(4150억원)가 컸다. 삼성물산 측은 "건설 부문은 해외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 지연 등 5000억원대 잠재 부실에 대해 엄격한 회계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부문은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대 손실을 반영했다.

상사는 유가 하락 등으로 20억원 이익을 내는 데 그쳤고, 리조트는 내수 부진으로 4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업황이 부진한 패션 부문도 70억원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 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계기는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우려"라고 말했다.

합병 시너지, 지주사 역할도 부족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회사다. 그룹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1% 미만인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합병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크게 저평가됐다며 반대했지만,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작년 7월 합병안이 통과됐다. '합병 시너지'를 강조하며 주주들을 설득했던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건설 부문)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에서 "합병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임직원 모두 한 방향으로 혼신의 힘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효과 대신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네 가지 사업도 총괄 사장 없이 사업별 대표들이 따로 운영하는 '한 지붕 네 가족' 체제다.

지주사로서의 역할도 희미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추가 조치나 지배구조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이 주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삼성 경영진과 합병을 밀어준 국민연금 등 자본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잠재 부실을 털어내고 2분기부터 실적이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며 "패션 사업이 상사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사업 간 협업이 활발해지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사업 성과도 조만간 가시화되면 주가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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