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나소닉 '역습'.. 국내 배터리 업계 비상

윤형준 기자 2016. 4. 20.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 독점 공급 사전 계약으로 최대 5조원 벌 듯.. 전세계 시장 점유율 압도적 1위 - 국내 업체들 위기감 커져 "원천기술 우리가 한수 위지만.. 日, R&D 투자 늘리면 장담못해"

2011~2012년 총 16조원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무너질 위기였던 일본 파나소닉이 최근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예약 호조로 활짝 웃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8일 "모델 3의 사전 예약 대수가 32만5000대"라고 공식 발표했다. 출시 닷새 만에 140억달러(약 16조원)어치가 계약된 것이다. 통상 전기차 제조 원가의 30% 정도가 배터리 가격임을 감안하면, 파나소닉은 이번 사전 계약으로 최대 40억달러(약 5조원)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배터리 부문에서 파나소닉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한국 배터리 업계는 향후 수주량과 생산 능력, 원천 기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1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배터리 왕국 한국'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

지난해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5550㎿h(메가와트시·전기차로는 약 5만~6만대 규모)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36%)에 올랐다. 파나소닉 배터리를 쓴 테슬라의 고성능 세단 '모델 S'가 지난해 약 5만대 팔리면서 파나소닉 점유율 향상을 견인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에 납품하는 PEVE사(社)와 닛산의 전기차 '리프'에 납품하는 AESC사(社)가 2~3위를 차지했다. 1~3위가 모두 일본 업체다.

반면 LG화학(5위), 삼성SDI(6위), SK이노베이션(8위)은 다소 주춤하다. 시장점유율은 3사를 합쳐도 17.7%(2827㎿h)로 파나소닉의 절반 수준이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GM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볼트(Volt)'와 삼성SDI 배터리를 쓰는 BMW의 전기차 'i3' 모델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현대·기아차, 포드, 아우디 등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각각 1만~20만대 분량의 배터리 납품 계약을 해 둔 상태지만, 아직 차량이 개발 중인 상태라 올해 말 이후 실제 모델이 출시돼 봐야 공급량이 늘어날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만약 테슬라 모델 3가 사전 계약 규모대로 30만대 이상 팔린다면, 파나소닉은 1만~2만㎿h를 추가로 출하하게 되면서 점유율이 대폭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델 3 수준의 인기 모델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파나소닉은 가장 튼튼한 동아줄을 쥔 셈"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생산 능력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와 함께 5조원을 들여 미국 네바다주(州)에 배터리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기가 팩토리'를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이 내년 이후 완공되면, 생산 능력에서 한국 빅 3를 압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천 기술은 아직 한국 우위지만 파나소닉 R&D 무시 못 해"

현재 한국 업체들의 원천 기술은 파나소닉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나소닉이 모델 3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는 충·방전이 반복되면 배터리 성능이 급저하되는 단점이 있는데, 이 문제를 개선한 것이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주력 제품인 '주머니형 배터리'와 삼성SDI의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다.

주로 노트북 컴퓨터·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원통형 배터리는 기술이 개발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테슬라가 이 배터리를 쓰게 된 건 2003년 설립 당시 전기차용 배터리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생산하기 쉬운 것이 원통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은 원통형에서 주머니형과 각형 배터리로 넘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지난해 1~10월 전 세계 전기차 모델(약 220개)을 분석한 결과, 각형을 쓰는 전기차가 120개(54%), 주머니형이 50개(23%), 원통형이 50개(23%)였다. LG화학 관계자는 "업체들이 주머니형·각형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들고 있어 곧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보다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나소닉이 기술력 부족을 극복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파나소닉과 테슬라는 내구성이나 안정성이 떨어져 전기차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던 원통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파나소닉 역시 주머니형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김도균 파트너는 "파나소닉 입장에서는 테슬라라는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가 생긴 셈"이라며 "현금을 배터리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금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