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이세돌.."알파고 실수도 계산됐다면 게임은 끝"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2016. 3.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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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학습' 알파고, 거듭 진화..이세돌, 5-0 완승→5-0 아닐 수도→50%확률 자신감↓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충격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은 11일 열리는 두 번째 대국만큼은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이 9단은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1국에서 186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이 9단은 물론, 바둑계에서도 이 9단의 5-0 압승을 예상했던 것만큼 이날 패배는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9단은 경기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진 것 같다"면서 "알파고가 완벽하게 바둑 둘지 몰랐다"고 말했다. "알파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알파고가 초반 대국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서로가 어려운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승부수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9단은 "이제 시작"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지난해 알파고에 패배한 판후이처럼 1국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경험적으로 판후이와 나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여러 번 세계 대회를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국에 졌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면서 "그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첫 대국은, 남은 대국 전망을 다소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알파고의 실수 같지 않은 실수,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는 '평정심'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날 경기 중에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잦았다. 이른바 '돌 체면을 세우지 못했다'는 터무니없는 수를 알파고가 두면서 "기계도 실수하지 않는다"는 예측을 뒤엎고 가볍게 인간의 승리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번의 실수에도 승리의 여신은 알파고 품에 안겼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볼 줄 아는 것이고 실수도 계산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일 수 있지만, 그게 실수가 아니라 경우의 수를 없애고 결국은 이기는 수를 둔 것"이라면서 "사람을 갖고 논 것과 다름없다. 소름 끼친다"며 섬뜩해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알파고의 승리 원동력을 '평정심'에서 찾았다.

그는 "알파고가 경기 도중 순간순간 망한 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둑의 형세는 만만치 않았다"면서 "거의 경기가 이 9단의 승리로 끝났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알파고가 이상하게 했지만 평세는 만만치 않았고 그것이 나중에 알파고의 승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9단은 "대국에 대한 총평 '알파고는 인간같이 두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면서 "알파고는 프로의 감정을 배제한 바둑을 뒀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알파고는 무서운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 후반부 알파고가 갑자기 이 9단의 우측 허점을 파고들 때는 '사람과 똑같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예측불허의 '과감함', '결단력'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10월 판후이와의 대결 뒤, 5개월 동안 알파고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알파고는 쉴 새 없는 자기학습을 통해 스스로 더 강하게 단련했다. 이런 짧은 기간의 '강화학습'은 사람이 상상도 못 할 '압축 성장'인 셈이다. 다시 말해, 알파고의 이번 승리는 인공지능의 학습력이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진화한 알파고와 달리 한풀 꺽인 이 9단의 자존심도 남은 대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9단은 이날 알파고의 승부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포석에 실패한 오늘(9일)과 달리 내일(10일)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을 텐데, 이제 승부는 5대 5가 아닌가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국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0으로 완승한다. 아직은 인간이 한 수 위"라던 그가, 대국 전날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들은 뒤 "5-0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며 조금은 긴장한 내색을 보였다. 그리고 첫 대국을 치른 뒤 "확률은 50%"라며 기대치를 확 낮추고 말았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졌다면, 알파고는 절대 위축되거나 남은 대국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9단은 '사람'이다. 바둑의 가치를 발휘하고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바둑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만큼 긴장되고 떨릴 수밖에 없다. 그의 낮아진 기대치는 남은 승부 결과만을 두고 볼 때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통산 1184승 3무 495패를 기록하고 47개의 우승타이틀을 거머쥔 고수 중의 고수 '이세돌 9단'이다. 그는 이미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은 안 될 수도 있다"며 5번기 중 적어도 한 판은 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10일 제 2국에서 그는 만회를 노린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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