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허니버터칩 열풍에 해태제과 상장설 솔솔..증설 효과 가시화땐 매출·이익 '껑충'

강승태 2016. 1. 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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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은 여전히 시중 유통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과자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매장에 전시된 허니버터칩. 매장 점주는 이번 주 들어온 물량은 모두 소진됐으며 추가로 들어온 제품이 있어 별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 3일 연속 매장을 방문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이곳 편의점 점주는 “허니버터칩은 일주일에 한 박스씩 들어온다. 몇 달 전만 해도 허니버터칩은 물량이 들어오면 몇 시간 안에 모두 팔렸다.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래도 입고 후 2~3일 안에는 물량이 모두 소진된다. 과거엔 한 사람이 대량 구매를 했다면 요즘은 여러 사람이 하나씩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판매 속도는 다소 느려졌지만 아직도 허니버터칩은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과자는 아니다.

‘허니버터칩 열풍은 정말로 사라졌을까.’

허니버터칩 인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한때 여러 매장에서 재고가 쌓여 있다는 목격담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허니버터칩 열풍이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관련 업계 증언, 유통 매장 답사 등을 종합해 보면 아직도 허니버터칩 인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현재 유통 채널에 공급하는 허니버터칩 물량은 1년 전과 동일하다.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4개월 연속 만든 만큼 모두 팔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75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증권가 반응도 비슷하다. 이베스트증권은 허니버터칩 인기 논란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이 결과, 과거와 비교하면 판매 속도가 느려졌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처럼 열혈 구매자가 박스 단위로 구매하는 현상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과자”라고 설명했다.

당초 제과업계는 허니버터칩 열풍이 ‘흰 국물 라면’처럼 1년 반짝한 뒤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인기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2015년 해태제과 실적은 상당히 좋아질 전망이다. 때문에 증권가에는 해태제과 상장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 허니버터칩 열풍으로 실적이 좋아진 지금이 IPO(기업공개)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란 분석이다.

꾸준히 제기된 해태제과 IPO

부진한 2014년 실적 발목 잡아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한 크라운제과는 2008년 해태제과의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IPO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태제과는 2010년 3월 IPO를 조건으로 KT-LIG에이스사모펀드로부터 약 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1주당 1만700원, 금리는 9%로 상환전환우선주(RCPS·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393만주를 발행했다. 계약 내용에는 RCPS 만기일(2015년 2월) 안에 해태제과가 상장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해태제과 IPO설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됐다. 해태제과는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해 IPO 사전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RCPS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해태제과는 입장을 바꿨다. IPO를 하기엔 2014년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을 정점으로 해태제과의 매출(2012년 7255억원, 2013년 7199억원, 2014년 6801억원)과 영업이익(2012년 442억원, 2013년 337억원, 2014년 253억원)은 계속 하락했다. 2014년 하반기에 출시됐던 허니버터칩은 2014년 해태제과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가 실시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계획대로 2015년 2월 IPO를 한다면 2014년 실적이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상황. 이에 해태제과는 좀 더 기다린 뒤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판단 아래 상장을 미뤘다. 대신 400억원가량 회사채를 발행해 RCPS를 모두 상환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2014년은 아이스크림 할인 납품을 없애고 가격정찰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업 재조정으로 인해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허니버터칩 효과

대폭 개선된 실적, 크라운제과 주가↑

2015년에 해태제과 실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1차적으론 연매출 900억원을 기록한 허니버터칩이 큰 기여를 했다. 이 외에도 허니통통 등 ‘허니류 과자’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지난해 허니통통과 허니통통 애플 등 허니버터칩 후속 모델은 약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허니버터칩은 물론 허니버터칩 후속작도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또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가 안정화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6033억원, 영업이익은 45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18.8%, 영업이익은 102.7% 증가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계속되면서 해태제과 모회사인 크라운제과 주가도 치솟았다. 지난해 초 18만9500원에서 60만6000원(1월 8일 기준)으로 3배 이상 올랐다. 크라운제과 신용등급도 좋아졌다. 지난해 12월 29일 실시된 크라운제과의 200억원 회사채(신용등급 A-) 수요예측에 9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A-등급이지만 모집액의 4배 이상 금액이 몰린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크라운제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해 12월 크라운제과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크라운제과는 허니스낵 시장을 개척하며 고객 인지도와 신제품 개발 능력이 향상됐다. 제과 업종에서 우수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향후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해태제과 상장 시나리오는

상장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어

“해태제과 지분 85.2%를 보유 중인 크라운제과는 오래전부터 해태제과 IPO를 원했다. 구주 매출(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로 차입금 비중을 줄이기 위함이다. 지금이 해태제과 IPO에 가장 적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크라운제과의 의지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해태제과 IPO를 둘러싸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이다. 지난해 해태제과는 고심 끝에 허니버터칩 생산 시설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 완공되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두 배로 증가한다. 공장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경우, 허니버터칩 매출은 월 15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공장 증설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일각에서는 허니 열풍이 다소 꺾인 상황에서 증설은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아직도 허니버터칩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라며 “내부적으로는 공장 증설이 완료돼도 품귀 현상을 완전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그동안 허니버터칩 인기에도 불구하고 수요 대비 공급량을 맞추지 못해 아쉬움만 삼켰다. 허니버터칩 인기가 계속된다면 해태제과로선 이번 공장 증설이 실적 개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IPO에도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소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산시설이 기존 물량의 2배로 늘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물량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의 성장 관점에서 보면 증설은 분명 해태제과 입장에서 호재”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해태제과 상장 시나리오를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당분간 IPO를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시나리오다. 크라운제과 입장에서 해태제과는 주요 캐시카우 중 하나다. 해태제과가 IPO를 한다면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지분율이 감소한다. 그럼 해태제과의 지배주주인 크라운제과 순이익은 줄어든다. 현재 크라운제과 순이익의 상당분이 해태제과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이는 크라운제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IPO를 하지 않는 것도 크라운제과 입장에선 한 방법이다.

만약 IPO를 한다면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 효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IPO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세종 애널리스트는 “해태제과가 증설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증설 직전 상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가 기업가치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증설로 인해 허니버터칩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오히려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분석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41호 (2016.01.13~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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