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광객 급감하자.. 특급호텔들 "객실 떨이요"

조재희 기자 2015. 4.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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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살아남기 안간힘] 중국인 고객 조금 늘었지만 일본인 손님 30% 이상 줄어 호텔신라 작년 206억 적자.. 다른 호텔도 영업이익 급락 국내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日오사카 비즈니스호텔 인수

최근 서울 시내 한 특1급 호텔과 연간 객실 이용 계약을 맺은 한 대기업 총무팀장은 최근 다른 호텔 영업 담당자로부터 새 제안을 받았다. 내용은 "1박당 객실료를 이미 합의한 계약 가격인 18만원보다 30% 정도 싼 13만원에 해줄 테니 우리 호텔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이 대기업 팀장은 "18만원도 작년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이어서 내심 만족하고 있었는데 더 값싼 제안이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특급호텔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특급호텔들의 실적은 요즘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호텔 체인인 호텔롯데는 2012년 447억원을 웃돌던 호텔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엔 절반 수준인 243억원으로 급감했다. 각국 국가원수가 많이 찾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호텔사업 영업적자가 206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경쟁력이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은 면세사업까지 포함해도 지난해 순이익이 120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 소공로와 부산 해운대에 호텔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은 호텔부문 영업이익이 2013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억원으로 줄었다.

◇일본인 관광객 급감

이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 관광객 감소이다. 2009년 300만명을 넘어선 방한(訪韓) 일본인은 2012년 352만명까지 늘어 특급호텔 업계의 주 수익원이 됐다. 하지만 한·일 관계 냉각에다 엔저(円低·엔화 가치하락) 장기화가 겹치면서 지난해에는 최근 10년 새 가장 적은 228만명으로 줄었다.

2005년 71만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613만명으로 늘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시설을 선호해 특1급 호텔 객실 영업에는 별 도움이 못 된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대다수 특급호텔에서 일본인 관광객 수가 30% 넘게 줄었다"며 "어떤 호텔은 반 토막이 났는데 중국인 고객은 증가 폭이 매우 미미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 호텔·쇼핑 가격이 저렴해진 것을 이용해 국내 호텔 이용을 줄이는 것도 제주와 부산 지역 특급호텔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日 호텔 직접 인수하기도

이런 상황에서 특급호텔들은 생존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일례로 온라인 할인 사이트에서는 1~2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던 5성급 호텔 객실이 최근 속속 등장한다. 26일 낮 아고다 등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이달 28일 1박 기준으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정상가보다 55% 할인한 25만원,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은 43% 내린 24만2000원, 광장동 W서울워커힐호텔은 47% 싼 29만5000원에 특가(特價) 상품이 올라와 있다. 호텔은 객실에 손님이 없어도 청소·난방비 같은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방을 내놓는 것이다.

내국인 이용객을 끌어들이려는 마케팅도 활발하다. 어린이날 등을 맞아 가족 고객을 위한 패키지는 기본이고 태교(胎敎) 패키지 같은 이색 상품도 등장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아침·점심 시간에 직장인들이 회의하며 식사할 수 있는 메뉴도 내놓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일본 일변도에서 벗어나 확장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롯데호텔은 롯데면세점·롯데월드어드벤처와 함께 중동(中東)권 고객 유치 설명회를 열고 있다. 리츠칼튼호텔은 모슬렘 고객용 기도(祈禱) 카펫 등을 제공한다. 일부 호텔은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008년부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비즈니스호텔을 운영 중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이달 28일 오사카의 하톤호텔을 약 500억원에 인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호텔 관계자는 "하톤호텔은 객실 평균가동률이 95%인 인기 비즈니스호텔"이라며 "경쟁이 심한 국내 호텔보다 향후 성장성이 더 높은 일본 비즈니스호텔을 공략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특급호텔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일본인·중국인 의존에서 벗어나 병원과 연계한 의료 관광을 활성화하고 동남아·중동 등의 고객을 적극 유치하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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