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품수수 검찰수사관, 검찰이 영장 기각..왜?

입력 2015. 4. 20. 22:39 수정 2015. 4. 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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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구속영장 기각한 검찰, '제식구 감싸기' 논란 자초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검찰 수사관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은 이를 기각했지만, 끝내 법정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은 소속 수사관에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비판과 함께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죄질 좋지 않은 검찰 수사관"…경찰이 신청한 영장, 검찰이 기각

지난 2007년 12월쯤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던 이모(54.남)씨는 20년 전 유흥업소에서 알게 된 김모(63.남)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당시 O창호업체 이사로 재직중이던 김씨는 검찰수사관 이씨에게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장이 배임죄로 피소됐는데 담당 검찰 수사관이 동부지검 정모씨다, 해당 조합장이 불기소처분을 받게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이씨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서울동부지검 조사과에서 근무하다가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여서 동부지검 수사관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은밀한 제안을 한 김씨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관련 컨설팅업체로부터 "사건이 잘 해결되면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상태였다.

김씨의 제안을 받은 검찰수사관 이씨는 이듬해 2월부터 3월까지 "검찰 수사관들과 중국으로 골프여행을 가려는데 경비를 지원해달라, 조합장 형사사건 처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김씨에게 골프비 대납을 강요했다.

이씨는 또 현지에서 사용할 비용도 김씨에게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모 여행사 계좌로 자신의 항공요금을 포함해 110만원을 송금하고 이씨의 지인 계좌로 여행경비 400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이씨는 또 2009년 1월쯤 김씨로부터 "수원지검 수사과에서 지인이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또다른 청탁과 함께 현금 60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씨를 포함한 검찰수사관 3명이 실제로 중국 골프여행을 떠났고, 또 항공사와 지인 계좌 등을 통해 수백만원을 입금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13년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법을 집행하는 검찰공무원으로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아 내부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죄질이 극히 불량" 법정 구속…검찰, '제식구 감싸기' 논란 자초

그러나 지난해 10월, 해당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불구속 기소된 이씨를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하고 실형 1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은 피고인이 법정구속되는 경우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거나 재판 중 추가 범죄가 발견됐을 때로 극히 이례적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는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공무원으로서 훨씬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지만 본분을 망각한 채 형사사건에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실형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범행은 피고인 개인의 비리를 넘어서서 국가의 엄정한 사법권 행사 및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손상을 가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이씨를 엄하게 꾸짖었다.

결국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했고, 법원이 이례적으로 불구속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면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서울고법 제4형사부(최재형 부장판사) 역시 올해 4월 열린 이씨에 대해 항소심 선거공판에서 "형사사건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중국 여행경비 일체를 요구해 수수한 행위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검찰수사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가 김씨로부터 추가로 받은 600만원에 대해서는 채무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해 실형 10개월로 감형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공무원이 비위가 있어 수사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영장신청을 기각했는지 여부 등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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