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쌀 때 배 사놓자"..유조선 발주 급증에 조선업계 '숨통'

김보라/도병욱 2015. 4. 6.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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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 고맙다! 유조선..중국 제치고 조선수주 1위 탈환 올 40척 발주 중 27척 수주 고효율·친환경 기술로 경쟁력 연말까지 저유가..特需 지속 덤핑 수주 경쟁 재발 우려에 업계 "적정가격으로 계약"

[ 김보라/도병욱 기자 ]

세계 조선업계는 죽을 맛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작년 1분기(1619만CGT)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척수로는 작년 1분기 832척에서 211척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수주량 세계 1위를 탈환했다. 2012년 1분기 이후 3년 만이다. 효자는 유조선이었다. 저유가로 유조선 수요가 늘면서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올 들어 유조선 수주 '싹쓸이'

삼성중공업은 지난 1일 유럽 선사로부터 유조선 4척(2억3000만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척의 유조선을 수주한 것과 합치면 올 들어서만 총 6척의 유조선 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 들어 2척, 현대중공업도 11척의 유조선을 수주했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는 올 들어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발주는 올 들어 9척에 그친 반면 유조선 발주량은 1~2월에만 40척에 달했다"며 "업황 악화로 다른 선박 발주가 크게 줄었지만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유조선 발주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1~2월 발주된 40척의 유조선 중 27척을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2011년 연 135척에 불과하던 세계 유조선 발주량은 2013년 465척, 지난해 310척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 조선사의 전체 선박 수주량은 305척. 이 가운데 38%인 116척이 유조선이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2000년대 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 쇄빙 LNG(액화천연가스)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했다. 업계는 이들 선박 개발에 쓰였던 고효율, 친환경 기술이 자연스럽게 유조선으로 옮겨가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조선은 뛰어난 기술력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선종으로 여겼기 때문에 2010년 이전까지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며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적으로 기술 혁신을 꾀하면서 선주들도 연비와 효율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조선만으로 수익성 유지하는 건 한계"

저유가가 지속될 때까지 유조선 특수는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독립 원유 트레이더 비톨 등 원유 중개업체와 BP, 로열더치셸 등 오일 메이저들은 유가가 급락하면서 육상 저장시설뿐 아니라 유조선을 이용한 해상 원유 저장에 나서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을 6개월에서 1년까지 임대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하루 평균 3만~4만달러 수준이다. 비톨은 지난 1월 극초대형 원유운반선 TI오세아니아호에 대해 11개월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32만DWT(재화중량톤수)급이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대부분이었다면 비톨이 발주한 40만DWT급 이상의 ULCC(극초대형 원유운반선)가 발주된 것은 1970년대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유조선 수요 증가로 운임이 덩달아 오르면서 침체에 빠졌던 해운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5.2까지 떨어졌던 유조선운임지수(WS)는 올 2월 기준 58.1까지 올랐다. 평균 운임은 올 1분기 7만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상승했다. 중동에서 유럽, 미국을 오가는 항로의 유조선 운임 상승폭은 50%에 달했다.

그러나 조선업계가 유조선 특수로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테이너선 수주액은 척당 2억~3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유조선 수주액은 5000만달러 수준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이 완전히 살아날 때까지 유조선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선사들의 유조선 수주 확대가 덤핑 경쟁의 결과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지난해 저가수주로 실적 악화를 겪은 마당에 덤핑 경쟁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며 "유조선 발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적정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도병욱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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