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음 캐는 광부, 송길영
"빅 데이터를 볼 때도 우리의 목표는 인간 이해다. 그 수단으로 데이터를 읽는 거다.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텔레파시든 눈빛이든 뭐든 상관없다. 꼭 데이터가 아니어도 된다."
"나는 공부와 취미와 직업이 같다.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생활 자체가 공부이자 일이 된 거다."
"우리 직원들 각자가 전부 칼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설사 우리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남은 친구들이 그 경력을 칼처럼 품고 검객처럼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머리를 길게 기른 이유도,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기억하고 알아보기 때문이다. 자기 브랜딩이다. 내 삶에도 목표 내지 원칙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마이닝 마인즈'다."
'MINING MINDS'
그가 내미는 명함 뒤에도 두 단어가 선명했다. 금박의 글씨는 반사광에 따라 무지개색으로도 반짝거렸다. 자신이 캐려는 인간의 마음이 금맥이라는 건지, 그 마음마저 무지개빛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는 뜻인지 묘한 호기심을 자아내는 표현이었다.
마음 캐는 광부, 송길영.
"보세요. 제 셔츠 소매에도 박혀 있어요. 이게 주문 제작 셔츠인데 보통은 이름 이니셜들을 새기잖아요? 저는 제 삶의 원칙(axiom)을 새겨 넣었어요." 과연, 거기에도 'Mining Minds'가 하늘색 흘림체로 수놓여 있다.
국내에는 아직 빅 데이터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뉴 밀레니엄 초반,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더더욱 생소한 일을 내건 회사의 간판 인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마음 읽기'의 전문 강연과 저자로 분주한 사람. 그 동안 여기저기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상재한 새 책 '상상하지 말라'(북스톤) 출간을 계기로 인터뷰를 청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 꽤 오랜만인데도 봐오던 대로였다. 긴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치면 개화한 청학동 도령, 그 아래로 보자면 아주 잘 나가는 의류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다.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흰색 셔츠에 카디건과 얇은 가죽자켓을 걸쳤고 목에는 패셔너블한 실크 스카프를 타이처럼 둘렀다. 하나같이 회색톤인 게 누가 코디라도 해준 것 같다.
미끈한 행색 못지 않게 그의 언변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예전에 공개 강연을 처음 접했을 때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반대편의 청중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을 1분의 오차도 없이 쓰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용의주도함에는 아, 탄성이 절로 터졌다. 'PT(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이라 할 만했다.
최신 데이터를 들여다 보는 게 일이다 보니 그의 입에서는 언제나 가장 '핫'한 세상의 트렌드와 유행어들이 현란하게 섞여 나온다. 말의 속도도 빨라 이날도 인터뷰 내내 주의를 모아야 했다. 녹음한 것을 나중에 풀어 보니 다른 사람 두 배 가까이 됐다. 오전에 기업 강연이 있었다는 그는 인터뷰 직후에도 대학에서 강의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질문을 서둘렀다.
-첫 책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로 빅 데이터를 알린 데 이어 2년 반 만에 새 책을 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데이터를 통해 욕망을 관찰해 오던 중에 우리가 그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데이터가 있고 연구 대상이 있다면, 데이터와 연구 대상 '사이'의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표피만 보고 그 속의 실체는 보지 못한 채 우리의 주관과 상상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왜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허상을 상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업들을 들여다보면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게 있었다. 그 점을 도발적으로 이야기한 게 이번 책이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세상이 진짜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거다.
가령, 한국의 의사결정권자는 50대, 40대 남자가 많다. 하지만 보통 마케팅의 타깃은 연령대가 20~49다. 50대 남자는 집에서 사실 구매자가 아니고 소비자일 뿐이다. 아내가 사 준 것을 그냥 입고 먹는다. 그래서 50대가 보는 프로그램에는 광고를 안 걸 정도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의 감각으로 회사의 주요 결정을 내린다면 사지 않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꼴 아닌가? 소비자가 실제로 무얼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얘기다.
그걸 좀 더 확장해 보면, 우리는 흔히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하는 말들이 꽤 있다.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의 실상은 제대로 보지 않고 그냥 마구 잘해줄 경우에는 오히려 서로 어긋날 수 있다. 불편한 관심이다. 나는 이런 걸 '선한 엇갈림'이라고 부른다. 선의에서 하지만 받는 사람은 싫어하는 의견들. 그런 게 없어지면 실제 모습에 서로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이터를 보는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는 말 같다. 관찰의 대상인 사회는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런 일, 숫자를 다루는 사람은 예측에 대한 갈망이 있다. 주가를 맞춰볼까, 대통령 선거 결과는 어떨까,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조금만 더 먼 미래가 되더라도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측이 아니라 '이해'를 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내일 점심으로 뭘 먹을지 맞힌다고 치자. 그건 예측이다. 그런데 당신이랑 아주 친해져서, 아 이 사람이 평소 불고기덮밥을 좋아하고 즐겨 먹으니 내일도 먹을 가능성이 높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건 예측이 아니라 이해다.
바로 내가 하는 일은 이해이지 예측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우리 회사보고 주가를 맞춰보라고, 매출을 맞춰보라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게 되면 자연히 매출은 올라간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걸 만들게 되니까. 그래서 나는 트렌드 예측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해를 추구한다.
-인간의 이해가 목표라고 하면, 결국 굉장히 단순한 원리에 이르게 되지 않나? 오히려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가장 핵심으로 들어가면 그냥 "상대가 원하는 걸 줘"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가 돼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층위는 너무나 다르고 다양하다. 트렌드는 수천 개가 된다. 사회별, 국가별, 지역별, 업종별로 다 다르다. 매번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지, 하나의 원리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그리고 데이터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 명확하지 않다. 지성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석할 수 없다.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의 통찰의 깊이, 지성이란 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방향으로 회사가 계속 진화하면 결국 일종의 '현자 집단'이 되겠네? 데이터 수집 같은 것은 하청을 줄 수도 있을 테고.
그랬으면 좋겠다. 기술자들은 보통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걸 자동학습화해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그런 견해도 있지만, 어떤 데이터를 볼 것이냐, 더 나아가 어떤 문제를 풀 것이냐에 따라 쓰는 데이터부터 달라진다.
어떤 게 의미있는 신호이고 어떤 게 소음에 불과한지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지 않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맥락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고르는 건 결국 인간이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다음소프트의 핵심 사업은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 읽기다?
그게 궁극의 목표다. 하지만 수익 사업도 해야 하니까,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이해해서 전달해 주고, 상품을 만들 때 조언도 한다. 이른바 상품기획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도움을 주는 것은 마케팅이고. 트렌드 이해와 상품 기획, 마케팅, 크게 이 세 가지를 도와주는 회사다.
-데이터를 통해 마음을 읽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데이터로 마음을 조작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 중에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다 보면 대중이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실은 전달된다. 일시적인 업다운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콘텐츠라면 어떻게든 전달된다. 그래서 나는 대세를 믿는 편이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결국 크고 넓게 보면 옳은 게 이긴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하는 것 보면 구매자의 취향을 자신들이 더 잘 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건 더 나아지기 위한 시도에 따른 부수효과 내지는 부작용일 뿐이다. 혹자는 모든 게 데이터로 자동화되면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운좋은 발견의 순간)'가 없어지지 않느냐고 한다. 내가 어쩌다가 벼락 맞듯이 좋은 걸 볼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안 생기지 않나 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효용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합산해서 보면 사람들을 이해해서 미리 도와주는 게 더 이득이 된다. 그런 부작용은 개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다음소프트는 구체적으로 뭘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나?
처음엔 내부 고객 불만 접수 내용 분석 같은 것을 제일 많이 했다. 그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을 알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 한계가 보였다. 예를 들어 우리 고객은 100만 명인데 밖에는 1억 명의 신규 고객이 있다. 더구나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고객은 100만 명 중 만 명도 안 된다.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내부 데이터가 없는 고객사도 많았다. 큰 기업들도 정보를 다 챙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 있는 더 많은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주로 소셜 데이터를 본다. 트위터나 블로그, 커뮤니티, 뉴스 댓글 같은 것을 본다. 여기에 일반인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런 걸 정리해서 가공하고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페이스북은 포함되지 않나?
일부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본인이 정보 공개에 동의하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못 본다.
-요즘 페이스북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그 부분은 취약점일 수 있겠네?
그건 무엇을 알고 싶으냐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 누구가 같은 반 친구 중에 누구랑 친한지, 네트워크가 궁금하면 페이스북을 보는 게 낫다. 커뮤니케이션 기록이 남으니까.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고 한다면 굳이 페이스북을 볼 필요가 없다. 문제의 층위가 다르다.
이런 작업이 통상적인 소비자 의견 조사(리서치)와 뭐가 다르냐 하는 분이 있다. 다르다. 우리 일은 리서치조사에서 하는 것처럼 어떤 가설을 세우고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이미 생긴 것을 갖고 추론을 하는 작업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에 대해 추론하고 이유를 찾아낸다. 그러니 더 넓다. 리서치 회사는 답을 정해놓고 검증하지만 우리는 '찾아낸다(finiding)'. 어떤 답이 나올지는 우리도 모른다. 정해 놓으면 안 된다. 그때부터 (볼 수 있는) 기회가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애들 옷 전용 세탁기를 만들었다. 크기는 작은데 값은 40만~50만원 정도로 꽤 비쌌다. 처음엔 경쟁자가 미니 드럼세탁기 아닐까, 걱정을 했다. 결과는 우습게도 '들통'이 경쟁자로 나왔다. 5만원짜리. 이게 애들 속옷 삶는 기능도 있으니까. 들통 이름이 삼숙이다. 이런 건 리서치로 나올 수가 없다.
리서치에서는 질문에 경쟁사 세탁기 이름만 나오지 삼숙이는 들어있지 않으니까. 기존 산업계에 있는 분들은 수퍼스마트하지만 자기 업에 갇혀 바깥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모르는 밖의 데이터를 펼쳤을 때부터 발견의 기회가 시작되는 거다.
작가 이상이 고교 시절에 쓴 이런 구절이 있다. "보고도 모르는 것을 曝露(폭로)식혀라! 그것은 發明(발명)보다도 發見(발견)! 거기에도 勞力(노력)은 必要(필요)하다." (경성고등공업학교 졸업사진첩에 수록된 이상의 자필 문구) 그 나이에 그런 걸 깨달았으니 진정한 천재였다.
-머리를 묶은 것부터 스타일이 남다르다. 원래부터 튀는 타입이었나?
어떤 일을 할 때 내 첫 번째 원칙이 '내가 하면 달라야 하지 않나' 라는 것이다.
-전공은 컴퓨터공학을 택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조직의 일원으로 로봇처럼 일하기가 싫었다. 다른 전공들을 보면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적었다. 반면에 컴퓨터공학은 컴퓨터와 나만의 대화라고 생각했다. 당시 80년대였으니까 이쪽 분야는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였고, 내가 가면 나만의 시각(view)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문과가 아닌 이과를 택한 이유는?
원래 기질과 성향은 오히려 문과에 가까웠다. 국어, 영어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그때는 직업이란 게 중요했고, 또 개발 이슈가 있어서 이공계를 선호했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말랑말랑한 전공을 택한 건 사실이다.
이 지식을 갖고 뭘 할지에 대한 고민은 30대에 와서야 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세상으로 나온 후부터 고민이 시작된 거다. 그러면 어떤 게 나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던 끝에 이 일이 전인미답이어서 선택을 했다. 이 일을 택할 때도 첫 원칙은 '내가 하면 어떻게 다를까' 이거였다. 같으면 내 존재의 의미가 없으니까. 직원들한테도 똑같이 얘기한다. "이건 네가 하면 달라야 해. 이유는 너의 존재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IT 쪽에서 빅 데이터 분야로 옮겼다고 했는데.
원래 고려대와 대학원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공학도 아니고 컴퓨터 이학(理學)이었다. 10년 그런 공부를 하다 보니 기술적인 업무는 누군가의 문제를 받아서 해결하는 일이 주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기업과 조직이 원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내가 문제를 주도하기는 어렵다. 그게 싫었다. 고민 끝에 상품기획과 마케팅으로 옮겨서 10년 정도 일을 했다.
지금의 다음소프트로 옮긴 것은 15년쯤 됐다. 처음 4, 5년 동안 전략기획 일을 했다. 거기서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아, 이게 가장 가치가 크구나, 그리고 의사결정권자가 좋아하는 일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쪽으로 더 깊이 공부해서 파고 들었다.
-다음소프트가 창업할 때 입사한 건가?
2000년에 우리가 분사할 때 왔으니 거의 창업을 같이 한 셈이다.
-그때 국내에는 빅 데이터나 데이터 마이닝 개념이 생소했을 텐데?
없었다. 우리 회사 장점이 언어이해다. 내 박사 학위도 전산언어학 쪽이다. 인공지능의 한 줄기다. 내가 공부한 언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어를 말한다. 이쪽 전공자가 우리 회사에 많았다. 검색엔진 만들고 문서 이해하고 고객 질문에 자동 답변하는 등의 일을 잔뜩 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게, 데이터가 이렇게 많은데 그 속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파악해서 뭘 할 거냐. 특허문서, 공유문서를 볼 수도 있고. 그러다가 일반 대중의 의견이라는 게 그 속에 욕망을 담고 있으니 그걸 조직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행정이 되면 민의를 수렴하는 법률과 제도가 나올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가 가능하지 않겠나. 그쪽으로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민의를 읽을 수 있다고 했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의뢰가 많이 오나?
그렇다. 문광부 같은 데서 의뢰 들어오면 정보를 제공하곤 한다. 우리가 공무원을 'public servant'라고 하지 않나.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도와줄 수 있다. 그전까지는 엘리트들이 정책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일반인의 욕망과 의견을 기반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의 심야버스 노선 만들기였다. 어디가 적정 루트인지 찾아봤다. 그 시간대에 휴대폰 통화가 많은 지점을 찾았다. 결과에 대해 사람들도 만족하고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가 합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언어 분석까지 들어간 건 아니네.
그건 서울시가 KT로부터 통화 자료를 받아서 했다. 당시 우리 회사 대주주인 김경서 박사가 서울시 정보기획단장으로 2년 동안 일할 때 한 거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전화 행동과 위치 정보를 이용한 것이었다.
-빅 데이터의 내용을 분석하는 기업은 다음소프트가 유일한가?
데이터 해석의 깊이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그 전에는 국내에 아이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아이폰을 언제 쓰지? 왜 좋아하지? 더 나아가면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의미인가? 더 나아가 우리에게 교류와 소통은 어떤 의미인가까지 갈 수 있다. 표면에 나온 것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심층적인 의미로 들어갈수록 어려워지고 시간도 더 걸린다.
-외국 사이트도 검색하나?
그렇다.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불어, 독어 등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많이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외국어 전문 인력을 쓰지만 내부적으로도 그런 언어처리 모듈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변환도 하고 이해도 하고 여러가지를 한다. 외국계 회사가 물어오는 경우도 있고, 외국계 회사가 외국 회사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외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나?
우리가 하는 일이 굉장히 독특해서 정확히 똑같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제품이 얼마나 언급되나, 이런 걸 알아보는 데는 꽤 있는데 인간이 뭘 좋아하는지, 이런 문제를 다루는 회사는 드물다. 우리 고객으로는 국내에 삼성, 현대, LG 이런 대기업군이랑, 보령제약이나 경동나비앤 같은 곳. 외국에는 화이자, P&G, 존슨, 암웨이, 맥도날드 등이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는 그 사이에 더 늘지 않았나?
잘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온 마이 웨이(on my way)'라고 부른다. 우리 방식대로 공부하고 일을 한다.
-'우리 방식'이란 건 뭔가?
올해 내가 고려대 신입생 축사를 했다. 그 때 한 말이 있다. "고객보다 사람을 보고, 사람보다 사회를 보고, 사회보다 인류를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하는 일이 (보편적인) 당위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우리는 물건을 팔기 위해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나면, 어떤 제품은 더 발전시키고 어떤 것은 만들어서 안되는지 알 수 있다. 타자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 이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본다. 그러니 표피의 것보다, 말하지 않고 숨겨진 것들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노력한다.
-모교 신입생 축사를 맡은 건 이례적이었을 것 같다.
아마 제일 고대생 같지 않은 사람을 부른 것 아닐까.(웃음) 농담이다. 그동안 많은 혁신의 노력이 있었지만 지금 고대 총장은 특히 그렇다. 나도 전화 받고 처음엔 놀랐다. 왜 내가? 그러다가 축사를 15분짜리로 만들었다. 동영상과 문서가 인터넷에도 올라와 있을 거다.
동영상: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2015년 고려대학교 신입생 격려사 , 격려사 전문
거기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 세 가지를 보여줬다. 남들이 안 간 길을 갔고, 더 깊은 고민을 해봤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고. 안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존재 의미를 밝히는 것이고, 그 일이 상대에게 보편타당하게 도움되는 일이어야 한다.
보통 공부는 대학 때 4년 마치고 그만두려고 하는데, 지금은 로봇의 발전과 자동화 물결 때문에 직업은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좋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기자도 로봇 저널리스트로 바뀌고 있지 않나. 어떤 직업도 안전하지 않다.
그러니 내 경험상 공부는 오래하는 거고 평생 하는 거다. 대학 입학하면서 4년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이용권이 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이렇게 이야기해줬다.
-지금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나는 운이 좋았다. 전공한 공부가 어느 일로든 갈 수 있는 것이었다. 방법론에 해당하니까. 하지만 박사 과정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 공부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건가로 가다 보니, 사람은 왜 살고 어떻게 지내고 있고, 죽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때 많은 교수님들을 찾아다녔다. 심리학회, 인지학회, 사회학회 다 다니면서 많은 교수님들을 뵈었다. 교류도 많이 쌓았고. 회사 직원 모셔올 때도(그는 일관되게 직원을 '모셔온다'는 표현을 썼다) 학회 갔다가 스피치 하고 좋은 질문하는 친구들을 따로 불러서 몇 개월 테스트해 보고 훌륭하면 우리 회사에 남아 달라고 했다. 전공 분야가 심리학, 사회학, 철학, 인류학, 종교학, 경제학이다. 사람을 보는 인재만 남긴 거다.
상업화는 고객사인 기업이 더 잘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업 이전 단계에서 정말 인간이 원하는 것들을 알고 싶은 거다. 내가 다른 분들 말씀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우리가 고민을 다채롭게 하는 회사이다 보니, 교수님들이 막 귀찮게 하고 여쭤보는데도 내치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100분이 넘는 교수님께 10년 동안 일대일로 말씀을 들은 거다. 내가 2년 반 전에 책을 냈고 이번에 다음 권이 나온 건데, 계속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방법론도 목적도 중요한데 어느 쪽을 더 중시할까 고민했었다. 이제는 목적이 더 중요하고, 방법론은 더 확장될 수 있고 학제를 넘어 고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동안 배운 교수님들이 너무 감사한 거다. 모셔온 직원들께도, 교수님들께도 많이 배웠다.
-다음소프트라는 회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지금 회사 내 책꽂이를 보면 우리가 공부하는 게 뭔지 나온다. 기업들이 물어본다. 어떤 직원들을 뽑아서 가르치면 되는 거냐고. 나도 처음엔 굉장히 좌충우돌했다. 내가 전공이 이학박사다 보니, 직원 인터뷰를 못하겠더라. 다른 전공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하니까.
그래서 훌륭한 사람을 모셔오고, 그들에게 계속 물어본다. 어떤 책을 보고 싶냐고. 추천받는 책을 가지고 투표해서 득표 많은 책을 사서 채우고, 안 보는 책은 내리고 한다. 계속해서 그러다 보니 지금은 경영학 책이 한 권도 없다. 기법 같은 책은 다 버렸고 이제 이런 책을 본다.
(노트북의 사진 파일을 열어 보여준 사무실 책장에는 '기억 꿈 사상' '너는 누구냐' '우리는 어떻게 설득당하는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깊이와 넓이' 같은 게 보였다.)
사람들은 그러면 이런 책을 사주면 되느냐고들 물어본다. 그게 아니다. 이런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모셔오는 게 답이다. 책을 읽혀서 사람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란 환경, 관심사가 다르다.
그러니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면 회사가 저절로 잘 된다. 이런 사람들 모셔와서 사내 세미나도 하고. 내가 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데서 강의를 많이 하니까 강의 끝나면 수강생이 질문하고 교수님들이 또 질문하고, 그렇게 그들과 소셜라이징도 하고 대화한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되면 함께 연구도 하고.
-그런 모임이 얼마나 많은가?
강연은 일주일에도 몇 회씩 된다. 최고위 과정이란 것도 있다. 학교마다 강한 분야가 다른데, 연대는 식품산업, 고대는 언론, 서울대는 패션 쪽이 강하다.
이런 과정에서 만나는 수강생들이 현업에 있는 오너나 임원들이니 살아있는 데이터를 얻는다. 우리가 하는 사업 역시 국내 정상급 기업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거기서 최신 데이터를 받는다. 그러니 나는 공부와 취미와 직업이 같다.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생활 자체가 공부이자 일이 된 거다.
-사내 스터디나 정례 모임은 얼마나?
1년에 한 번씩 공개 세미나도 연다. 'OMW(오피니언 마이닝 워크숍)이다. 2006년에 시작했는데 혼자 공부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을 보기 위해서다. 작년에 9회가 끝났다. 주로 학교에 있는 교수,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이 강연하는데 올해가 10주년이다.
지금까지는 하루짜리로 참가비도 꽤 비쌌는데, 올해는 가격을 낮춰서 나흘에 걸쳐 진행하고 오고 싶은 날 오게 했다. 첫날은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성석제, 김탁환 작가가 오고, 둘째날은 '들여다보다'를 주제로 노명우 교수, 정유진 박사가, 셋째날은 '사람을 보다'를 주제로 정하웅 교수, 김대식 교수가, 금요일은 '꿈꾸다'를 주제로 박해천 교수, 서은국 교수가 와서 강연한다. (http://www.omw.or.kr/)
사전에 이 분들 책을 다 읽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이 분들이 가진 걸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끝나면 함께 식사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소셜라이징으로 이어진다.
-OMW 행사는 유료 지식포럼 행사로 이름이 좀 알려진 편인데, 본래 수익 사업을 겨냥한 게 아니라 사내 모임이 커진 거란 얘긴가?
그렇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싶은데 조직이 너무 작아서 강연을 청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자고 사람을 모은 거다. 이 자리에서 업계 최신 정보와 사례들이 소개되니까 꽤 유명해져서, 이제는 400~500명이 온다. 참가 티켓이 하루 20만원이 넘는데도 다 팔렸다. 올해는 10주년이어서 참가비도 낮추고 풀어본 거다.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온 마이 웨이'라고 했는데 회사가 독특하게 진화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일을 시작할 때는 '빅 데이터'라는 말이 없었다. 그러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하는 회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명함 뒤를 보라고. 'Mining Minds(마음을 캔다)'이라고 적혀 있다. 내 셔츠 소매에도 이 글씨가 박혀있다. 이게 주문 제작 셔츠인데 보통 이니셜을 새기지 않나? 나는 내 원칙(axiom)을 새겨본 거다.
예전에 선비들은 좌우명 같은 걸 만들지 않았나. 인생 항로의 나침반 같은 것. 이름이라는 건 허망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내가 머리를 기른 이유도 그거다. 이렇게 하니 사람들이 기억하고 알아본다. 브랜딩이다. 내 삶의 목표 내지 기준도 만들고 싶었다. 그게 마이닝 마인즈다.
그게 우리 회사 슬로건이 됐다. 명함의 앞을 보지 말고 뒤를 보라고 말한다. 빅 데이터를 볼 때도 목표는 인간 이해이고, 그 수단으로 데이터를 읽는 거다.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텔레파시든 눈빛이든 뭐든 상관없다. 꼭 데이터가 아니어도 된다.
다만 데이터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가장 신뢰할 만하고, 그게 있으면 합의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뿐이지 데이터가 목적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빅 데이터라는 키워드로 분류되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다. 최근 방한한 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벤처투자자)이 강연에서 그러지 않았나. "지금 IoT(사물인터넷)이니, 빅 데이터니 이런 소리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니 만나지 말라"고. 이미 뜨고 난 다음에 그 이야길 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테마주'에 편입되길 바라는 거다.
그러면 안된다. 존재하지 않을 때에 이미 뭔가 그걸 하고 있어야 하고, 그때 그게 쓰일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게 목적은 아니다.
-직원들도 그런 문구가 박힌 셔츠를 입나?
이건 스트라이프스라는 셔츠 회사 건데 내가 오너를 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 아시아 대표가 이 곳 지분 50%를 샀다. 인터넷으로 원하는 셔츠를 맞춤 주문하는 곳인데, 이게 무서운 게, 이 회사에 우리나라 남성 신체 수치가 계속 축적된다. 이제는 데이터로 무언가 효용가치를 만드는 시대다. 실물만으로 만드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직원이 몇 명인가?
전체적으론 백 명 좀 넘는다. 분석하는 쪽은 30명쯤 된다.
-전공은?
그 전에는 거의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었다. 거의 100% 기술자들이었다. 그 다음 차츰 지식(Knowledge)을 다루는 정보학 쪽 사람이 늘었다. 옛날 사서(librarian)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해석의 수요가 늘어나 인문학 전공자들이 많아졌다.
-인문학 박사는 몇 명이나 되나?
박사급이 많지는 않다. 언어학 박사가 한 명 있고 주로 석사급이 많다. 인류학, 사회학 석사도 있고 분야는 다양하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존엄(dignity)'을 잃지 않고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에서 하는 것도 토론하고 책 읽고 글 쓰고 그걸 설명하는 게 대부분의 일이다.
-외부 의뢰는 어떤 게 많이 들어오나? 그것도 어떤 변화가 보이나?
변화가 있다. 처음 일을 할 때, 10년 전에는 리콜이나 나쁜 소식 같은 리스크 관리 분야의 이슈가 많았다. 그땐 제조업이 많았고, 제조업이란 게 전 세계에 물건이 팔려나가다 보면 리콜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매출도 깎이니까.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했던 행동들을 좀 알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많았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결과 분석, 브랜드 가치 같은 것들. 그러다 4, 5년 전부터 '더 팔아줘' 유형의 의뢰가 들어왔다. 우리가 만든 게 잘 팔렸는지, 어떤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지를 알려달라는 주문이었다.
지금은 선(先) 선행 상품기획 같은 걸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나 트렌드에 대한 이해. 이쪽 사업이 늘고 있다. 한국이 산업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전에는 외국 것 사용권 사거나 똑같이 만들어서 팔곤 했는데 이제는 한국도 끝까지 간 거다. 없는 제품을 만들거나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다르게 판매할까 고민한다. 기존 사업에서 끝까지 간 1위 업체들이 혁신의 벽에 막혔을 때 그때 우리 회사를 많이 찾는다.
-제품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회사들도 알 텐데 잘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다급해져서 그렇다. 기업의 성과가 다 공개되고 계측이 되니까. 전문 경영인도 분기별로 검증 받는다. 주가가 빠지고 하면 이사회가 놔두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진 거다.
외국계 명품회사들도 12월에 사은 세일 많이 한다. 이름이 그렇지 사은이 아니다. 연말에 재고 쌓이고 매출 안 나오면 사장이 옷 벗어야 하니까, 세일로 막 던지는 거다. 이게 반복되면 사람들도 다 안다. 그러니 사람들이 8월부터 물건을 안 산다. 12월쯤 세일한다는 것 아니까.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이다. 이렇게 하면 브랜드 가치는 떨어진다. 그런데 왜 하나? 내가 잘리니까. 그래서 요즘은 오너 기업을 더 쳐주기도 한다. 오너는 내 자식인 브랜드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지금 실적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 전문 경영인처럼 숫자로만 가는 사람은 힘들다. 그러니 알면서도 못하는 거다.
-책에서는 소비자는 2049인데 회사의 결정권자는 50대라는 점도 꼽았다.
이게 슬픈 얘기다. 한국 사회의 조직이 유기적 피라미드로 돼서 그렇다. 외국의 빠른 회사들 보면 일일이 의사결정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에게 최고경영자(CEO)가 간섭할 수 없다. 재무책임자(CFO)만 비용 문제를 들어 개입할 수는 있다. 디자인 칩(Chief)은 디자인 전문가이고, 경영 전문가인 CEO는 그 문제에 참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걸 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결정한다.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모든 일에 다 개입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최고 결정권자 중에는 50대 남성이 많다. 이들은 일반인들과의 접촉이 아무래도 적다. 그러다 보니 실제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광고주가 좋아하는 광고 모델? 이런 게 잘못됐다. 일반인이, 고객이 좋아하는 모델을 써야 맞지 않나. 모든 일의 출발점 자체가 일상적인 사람 눈높이에서 접근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가 높이 있으니까 그의 말이 다 맞다는 식의 접근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모델로 제시한 것이 '관찰-데이터-합의'의 수순인가?
그런 점에서 데이터는 합의를 위한 좋은 토대다. 특히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사람들은 젊은데 이들은 권위가 없으니까 데이터를 입혀주면 그 권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 결과 좀 더 일반인이 좋아하는 걸 만들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관록 있는 사람이나 경험자가 우대 받았는데 최근에는 지식이나 경험이 오히려 부담이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기득지(旣得知)'의 문제다. 내가 이미 얻은 지식이 계속 유효하려면 사회 변화가 느려야 한다. 예전 농경 사회 때는 2000년 동안 밭을 갈고 살았다. 언제 씨 뿌리고 가뭄이 들고 어떻게 샘 파는지 나이 든 장로가 다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50년 사이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엄마가 옷 살 때 딸한테 물어본다. 누가 트렌디한지는 젊은 세대가 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식이 젊은 세대로 옮아갔다. 어른은 권위를 누리고 싶어하는데 지식은 어린 사람이 갖고있는 경우가 생기는 거다.
여기에 세계화의 문제도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물건이 중국에서는 안 팔리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우리가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건데 거기서는 불티나게 팔린다. 문화적 기반이 달라서다. 역사와 문화, 지형 모든 게 응축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는 쉽게 알 수 없다. 그걸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좋은 걸 그대로 주면 저쪽은 "왜 이러세요"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안다'는 걸 의심해 보라는 거다.
-많은 분야에서 트렌드 변화를 일상과 일탈의 뒤바뀜에서 찾는 것 같다.
일상을 관찰하고, 맥락에 따른 의미를 본다. 맥락이 제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커피의 경우 친구가 "커피 한 잔 해" 라고 하면 "오랜만이다. 차 한 잔 하자"는 뜻이다. 오후 4시에 부장님이 "어이 커피 한 잔 할까" 라고 하면 큰 일 났다는 뜻이다. 밖에서 남자가 여성에게 "커피 한 잔 하시죠" 하면 "사귈래요?" 이거다. 똑같은 커피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럴 때 'finding'이 가능해진다.
-데이터에 숨은 욕망을 말하면서 요즘 소비는 기능에서 심미적 디자인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럴까?
이제 결핍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육체적인 만족은 어느 선을 넘어서면 행복감이 더 커지지 않는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가면 의미를 찾게 되고, 더 나아가서 취향으로 간다. 이 취향이라는 게 그 사람의 사회적 배경을 보여준다. 바바라 크루거(미국의 개념 미술가)의 말처럼 내가 사는 행위는 내가 살아온 흔적들의 표상이 되는 거다.
-책을 보면 성이나 연령대 별로 재미있는 분석도 많다. 남성의 추락도 그 중 하나인데.
그렇다. 가장 크게들 느낀다. 특히 경영자들이 내 책을 많이 읽고 강연을 많이 들으니까, 듣고는 다들 놀란다. 한 20개 그룹사 정도에서 강의를 했는데 임원들 99%는 아직 남자다. 이 분들이 30년 간 일하고 퇴직한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동안 아내한테 못 해준 게 한이 된 거다. 미안한 거다.
그래서 "여보, 내가 퇴직하고 나서는 당신이랑 꼭 붙어있을게" 한다. 하지만 이건 이혼감이다.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다. 농담으로 그런다. 제일 좋은 건 월급은 들어오고 남편은 안 들어오는 것. 퇴직하면 반대다. 남편은 들어오고 월급이 안 들어온다.(웃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금부터 잘 해야 한다. 퇴직한 다음에는 이미 늦는다. 지금부터 잘해서 카르마를 쌓아야 하는데 그걸 잘 모른다.
사회가 남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도 그렇다. 힘을 안 쓰니까. 지게차도 여자가 운전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남자의 입지가 줄어드는 거다. 대신 지금까지 면제됐던 가족원으로서의 의무가 부상되는 거다. 요리하는 게 멋있어진 거다. 지금까지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됐다. 지금은 당신이 해먹어, 나까지 해주면 좋고 이거다. 이상형이 바뀌는 건 사회적 무드가 바뀌기 때문이다.
-여성의 큰 트렌드는 '자기 인생 찾기'라고 했다. 통념인 모성애나 희생의 아이콘으로만 보면 오해라고 했는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나치게 억눌렸던 피해자가 이제 정상 궤도로 올라오는 거다. 전 세계 10대 발명품 중 하나가 세탁기라는 말도 있다. 옛날에는 빨래하는 데 6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여자들이 아무것도 못했다. 지금은 빨래감 던져 넣고 도서관도 가고 책도 볼 수 있게 됐으니까 교육 수준도 올라간 거다. 일상적인 어려움을 덜어준 물건이 여권을 올려준 거다.
그렇게 보면 여성들이 바뀐 게 아니라 지금껏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주고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다. 단지 그 변화의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충격이 있는 거다. 인식의 갭에서 충돌이 생기는 거다. 남성의 추락과 여성의 회복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거다.
-사람들이 '명분 있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같은 걸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소셜네트워크가 '자랑질' 매체로도 쓰인다. 비싼 냉장고가 잘 팔리는 이유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도 한국인들 불행은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타자가 심지어 복수다. 이 사람 눈, 저 사람 눈, 다 다르니까.
그러니 자신의 행복도 남의 눈을 의식한다. 엄마도 "그냥 나 좀 쉴래"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재충전하려고 한다" 하면 괜찮다. 키즈카페도 애들을 위해서 간다지만 거기서 엄마들이 네일아트 받고 잡지 본다. 매출은 엄마한테서 나오는 거다. 이런 게 명분 있는 행복이다.
-또 다른 트렌드로 싱글족 이야기 중에 '음식쓰레기 냉동고'가 재미있다. 실제 프로젝트였나?
여러 회사를 만나면서 조각조각 들은 이야기를 놓고 많이 토론했다. 프로젝트는 아니고 강의나 질의응답 때 나온 얘기들이다. 냄새 맡는 센서를 개발한 친구들이 있었다. 이런 걸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누가 "대기오염" 하자, "아니야, 냉장고에 집어넣어" 했다. "왜" 그러니까, "냉장고에 가끔 썩은 음식 들어간다니까" 그랬다.
회사의 젊은 싱글이 음식쓰레기 일일이 갖다 버릴 시간이 없으니까 냉동고에 얼렸다가 버린다는 거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다른 음식 썩게 만들 수 있으니까 분리하면 되겠다"고 해서 음식쓰레기냉동고 이야기까지 나온 거다.
-사례 중에 '1년 뒤에 그만둘 직원 찾기'라는 것도 있던데.
실제 프로젝트다. 우리가 한 건 아니고, 내가 배운 분 중에서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가 한 거다. 그만두는 직원은 하도 잘 그만두니까 알아보고 싶었던 거다. 첫째가 멀리 사는 사람, 둘째가 집이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 넷째, 질문이 많은 직원도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도 실마리만 줄 뿐이다. 결정은 인간이 한다. 파주 사는 사람은 멀어서 금방 그만 두겠네, 그래서 안 뽑는다고 하면 회사는 망할 수 있다. 가까운 데서만 뽑으면 인재가 얼마 없지 않나. 그럴 때는 아, 기숙사를 짓자, 아니면 버스를 사주자 이렇게 해야지. 데이터를 가진 의사결정권자가 통찰을 갖고 있어야 하는 거다. 아니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엉뚱한 행동을 한다.
-최근 눈에 띄는 트렌드로 또 무엇이 있나?
앞서 얘기한 '소소한 행복' '현재의 탐닉'이 큰 트렌드다. 또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의식(ritual)'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서양을 보면 선진국일수록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축제가 많다. 생활이 안정되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같아지고 지루해져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나의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런 게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기점으로 '현재'에 대한 이야기보다 '미래'에 대한 대화가 앞질렀다고 했다.
그 데이터를 보고는 너무 슬펐다. 오늘 아침 모 그룹사에서 강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다. 절약 운동도 했다. 지금 아껴 저축하면 5년 후에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 대학 때 3학년부터 기업들이 장학금을 줬다. 오라고. 입사 원서 같은 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안 써도 대기업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는 대졸자가 전체 20%가 안됐고 성장하고 있었을 때니까. 지금은 87%가 대학 간다. 스펙을 11종을 만들어도 입사가 힘들다. 그렇게 들어가도 임원 될 확률은 바늘구멍이다. 그러니 젊은 직원한테 열심히 하면 승진할 거야, 라고 해보라. 거짓말. 이렇게 나온다.
게다가 제일 무서운 건 자동화다. 점점 펜대 굴리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다들 현재가 중요한 거다. 소소한 행복, 일상의 사치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거다. 야망은 떨어지고 현재를 즐기는 거다. 이사가 대리한테 야근하라고 하면, 당신은 야근해서 그 자리에 있지만 나는 갈 수도 없는데 왜 그런 희생을 요구하나, 이렇게 되는 거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판국에 지금을 희생하라는 이제 안 통하는 거다. 그런데 나이 든 분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한다. 사실 배는 부르거든. 배가 고픈 시절은 지났다. 옛날
세대는 결핍이 있었기 때문에 배부른 얘기에 대해서는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거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인간은 장인이나 예술가가 돼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실제로 다수가 그렇게 될 순 없을 것 같은데.
맞다. 내 이야기는 모두가 그렇게 하란 얘기가 아니다. 탈출을 할 수 있다면 탈출하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는 게 보장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렇게 노력해 보라는 소리다. 예를 들어 호떡 뒤집기의 달인 이런 거는 앞으로 안 된다. 왜냐하면 맥도날드가 햄버거 로봇을 고민하고 있으니까. (이 로봇은) 24시간 일하고 파업도 안하고, 결정적으로 월급도 안 받는다. 이런 애들이 나오는데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로봇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둘 사라진다. 미국의 5대 대학병원에 약사가 한 명도 없다. 기계가 처방전대로 30만 건 조제했는데 실수 확률이 제로였다. 정작 약사는 사람이라서 실수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돈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람은 피할 거란 말이다. 약사가 얼마나 좋은 직업이었나. 이제는 아니라는 거다. 무섭다. 표준화할 수 없는 것들만 남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아마 제도와 국가가 보호를 해야 할 거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계속 뺏기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진로 조언을 구하는 젊은이에게 "칼을 감출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고. 무슨 뜻인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 말 듣고 너무 슬펐다. 지지난 학기 숙대에서 겸임교수로 1년 있었다. 마지막 수업 때 아무거나 물어보라고 한다. 보통 "어느 회사가 좋아요?" "뭐 준비해야 해요?" 이런 질문이 많이 나온다. "교수님이 우리 나이가 되면 뭐하실래요?" 이런 질문도 나온다. 나는 "싫다. 안 할 거다"라고 답한다. 내 지금의 위치나 환경이 다 수많은 우연에 의해 나왔는데,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이걸 반복할 자신이 없다.
2학년 친구가 손을 들고 물었다. "칼을 감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빠르고 영민하니까 주눅이 든 거다. 나대면 어른들이 싫어한다고 들은 거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면접 볼 때면 다들 검은 정장에 흰 블라우스. 뭐라도 물어보면 표준화된 답을 한다. 본래 채용이라는 게 창의성을 사려고 하는 건데, 스테레오타입으로 맞춰놓으니 창의성을 발본색원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미국 가라"고 했다. 너가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구조를 벗을 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확률이 낮다. 끝까지 하려면 그런 경계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하니까, 너는 칼 숨길 걱정 없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다음소프트는 그런 회사인가?
우리는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그런 걸 지향한다. 남들과 달라야 하고 다르고 싶기 때문에. 나도 물론 나이가 있고 기득지가 있으니까 한계는 있을 거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각자가 전부 칼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설사 우리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남은 친구들이 그 경력을 가지고 칼을 품고 검객처럼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을 뽑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각의 과정을 물어본다. 그 생각을 왜 했는지 좀 더 깊게 물어본다. 캐들어가다 보면 사랑이 뭔데, 인생이 뭔데 깊게 물어본다. 그러면 읽은 책의 깊이에 비례하는 답이 나온다. 우리 면접은 급조할 수가 없다. 답을 하면 묻고 또 물어보고 하니까.
-면접은 직접 하나?
같이 한다. 나도 반드시 들어간다. 직원을 모셔온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그런 고민을 깊게 한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매칭이 성사되는 확률이 낮다. 주로 학회 같은 곳 갔다가 눈에 띄는 사람 남아서 한 명씩 물어보는 경우가 있고, 그 다음에 훌륭한 직원이 오면 "친구 없냐"고 물어본다. 그런 사람은 대개 친구도 훌륭하니까. 확실하다.
-연령대는?
30대가 많다. 20대는 거의 없고. 요즘 사회에 나오는 연령이 많이 늦어지고 있으니까.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지금 좋은 직장이 결코 좋은 직장이 아니다… 좋은 직장일수록 나를 무장해제한다. 지금 당장 편한 직장은 길게 봤을 때 결코 유리하지 않다."
당연하다. 인간이란 게 안정화를 원한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어떤 회장이 그랬다. 직원이 힘들다고 하면 "힘드니까 당신이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당신이 쉬고 있으면 내가 왜 쓰겠나. 힘드니까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이라고.
내가 편해지면 나는 가치가 없어지는 거다. 사람들은 자꾸 동화를 하고 싶어하고, 내가 하는 일을 넘기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본인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깊고 깊게 봐서 나만의 일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다.
그리고 일이라는 것은 깊어져야지, 빨라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으면 그만큼 깊은 일을 하는 게 맞다. 익숙해져서 빨리 한다, 이런 건 가치가 아닌 것 같다.
-나도 꼰대가 될까봐 무서워 죽겠다고 했다.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노력한다고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제일 무서운 게 본인은 그 지경이 됐는데 옆에서 이야기를 안 해준다. 꼰대한테는 꼰대란 말을 못한다. 듣는 사람은 화를 내니까.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을 때는 이미 꼰대가 된 거니까.
난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회사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이. 확실한 건 이런 건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고, 그걸 아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런 성향과 앵글을 계속 유지하면 (꼰대가) 좀 늦게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업이 아닌 삶을 봐야 한다"고 썼다.
전문화하고 분업화할수록 그 업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조직이 커질수록 그 조직이 우주가 된다. 예를 들어 시청에 들어가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시청에만 있는다. 그러면 시장님은 하느님 같고, 내 위 과장님은 삼촌 같고, 그 위 실장님은 엄마 같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 내부에서 뭐 별별 소셜라이징도 하고 때로는 싸우고 화해도 하고.
지구 차원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우주에서 보면 먼지만 한 건데 거기에서 전체를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곳의 룰이 유니버설한 하나의 이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거다.
그곳에 있는 이유는 전체 시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고 나아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거였다.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들을 위한 거지 (내가 시청에) 다니기 위해서가 아닌 거다.
그러니까 출발할 때 나의 존재 이유와 미션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내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한번 사는 인생인데 어떤 목적 의식이나 기여 없이 사는 건 너무 불쌍한 삶일 거다. 그러니 한번 더 고민해 보자는 거다.
-일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성과가 좋아지고 인생이 은혜로워진다고 썼다. 좋은 말이긴 한데 정작 일을 찾지 못한 사람, 생계를 위해 마음에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이상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참 어렵다. 생계형 직장인이라고 스스로 쓴 소주를 마시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범죄 집단이 아니고서야, 우리의 모든 행위가 다 타자를 위한 거다. 직업이란, 무언가 법인을 만들어 움직이는 것은 사회 구성원에게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거다. 청바지를 팔거나 안경을 만들거나 전부 다.
그 존재 이유가 타자를 위한 거라면 내 직업은 소명(calling)이 될 수 있다. 그걸 보지 않고 "김과장이 또 갈구는구나, 힘들구나"에서 출발하면 답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까 조직을 벗어나서 우리가 일하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면 넘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못 하는 거다.
알고 보면 김과장도 힘들다,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면 거꾸로 내가 밑에 있지만 '불쌍하네. 김과장. 내가 조금 도와줘야지'가 되는 거고. 내가 월급 받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니까 응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 더 클 수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시각을 좀 달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정 안된다? 영 안 좋은 회사이거나 나랑 너무 안 맞는다. 그러면 그만둬야지. 그래서는 성공 못한다. 싫어하는데도 다니면 안 된다. 좋아서 하는 일을 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결국 기업은 "팔려는 생각보다 고객을 배려하라"고 했다.
같이 살아야 하니까. 내가 이런 직업을 만들면서,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대체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하지만 2, 3년 지나고 보니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없는 걸 하는 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없는 걸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 일종의 균형(equilibrium) 같은 것을 이루는 거다. 사방에 수많은 노드와 구성요소가 있는데 여기 비어있는 곳을 채우는 거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 게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다. 균형을 찾는다는 건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러니 배려가 필요하다. 남이 말하지 않아도 미리 도와주는 것, 이게 시작이다.
-미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빅 데이터도 시들해질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빅 데이터로 분류되는 게 제일 싫다. 오늘 아침에도 강연했더니 아주 좋은 질문을 하고 나서는, "저는 처음에 빅 데이터 강연이라 IT 이야기 할 줄 알았다"고 했다. 내 강연에 IT 얘기는 없다. 사람들은 수단에 엄청나게 몰입한다. 타임지가 뽑은 좋은 직업? 그러면 이야, 하면서 막 배운다. 그렇게 배워봤자 뒷북이다. 카피에 불과하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뭘 하고 있지? 라고 묻는다.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돕는다.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게 빅 데이터건 스몰 데이터건 유비쿼터스건 안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패셔너블한 키워드로 분류되는 게 싫다.
거기에는 사이클이 있고 업앤다운이 있어서 빠지면 같이 몰락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빅 데이터가 아니라 '마이닝 마인즈(Minng Minds)'를 한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소재일 뿐 주제가 아니다.
-그래도 회사의 수익을 생각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나?
물론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사가 돈을 벌면 (우리도)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는 고객사의 수익 창출에 대한 부분을 도와준다. 상품기획, 마케팅을 통해 고객사에 매출이 발생한다. 우리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게 된다. 수익에 따라서 돈을 분배하는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지식의 보고서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제대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도 높다. 그건 기본이다.
-책에 방송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 프로그램 자문도 맡나?
그렇다. 임원 대상 강연도 하고 방송 콘텐츠 만드는 작가들한테도 주기적으로 강연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아예 스토리텔링을 알려드린다. 일반적으로 창작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이야기를 만드는(making) 게 아니라 추출(extract)한다. 스토리를 근거(evidence) 기반으로 만드는 걸 도와드리기도 하고. PD들도 다큐멘터리 만들 때 같이 가기도 한다.
방송에서도 요즘은 데이터 기반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걸 많이 요구한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도 우리 데이터가 나갔다.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중의 생각을 가져오는 게 안전하고 합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작진도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문에 응하면서 실패한 적은 없나? 빗나가거나 헛짚은 사례 같은 것.
그런 게 없었다. 너무 좋은 게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어떤 것이 될지를 가려서 한다. 예를 들어 멍에 바르는 연고 만든 회사가 우리한테 의뢰를 왔을 때, 부탁한 품목이 6개였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선별해서 자문에 응했다. 다른 것들은 경쟁이 너무 격하거나 상품성이 모호했는데 멍연고는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출발 전부터 어떤 수요가 있는지 알고 시작한다. 데이터가 우리한테 있기 때문에. 보통은 컨설팅회사가 고객사에 가서 물어보지 않나?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자신 있는 것만 한다. 그래서 항상 리소스보다 결과가 좋게 나온다.
-첫 번째 책 나온 후에 폭스콘 회장 초청으로 강연했다고 했다. 그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확히는 폭스콘을 거느린 훙하이그룹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 초청이었다. 거기가 종업원이 130만명이다. 셴젠 공장에만 40만명이 있다. 내가 강연했을 때 대만 타이페이 직원이 앉아있었고 셴젠에도 위성으로 동시 중계했다. 2000명이 들어왔는데 전체 직원이 백만명이 넘다 보니 그것도 적은 수라고 하더라.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관리자급 간부들이었다.
질문이 굉장히 좋았다. 지적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다. 중국인들은 질문도 적극적이다. 굉장히 공격적이다. 그날 한 사람이 질문을 했는데 아주 좋았다. 그 다음날 회장이 그 친구를 방으로 부르더니 임원들에게 "어제 송 박사가 강연했을 때 이 친구 질문이 좋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니 다같이 박수를 쳤다. 그 사람은 승진이 된 거다. 직원 백만 명 중에 회장이 얼굴을 본 친구가 된 거다. 그래서 내가 강연 때 얘기한다. 뭐라도 하라고.(웃음)
두 번째는 강연 내용이 좋다면서 회장이 집으로 불러서 식사를 같이 했다. 마치고 나서 헤어질 때 '緣分(연분)'이라고 써주더라. 왜냐하면 처음 만난 게 개인적으로 만났는데, 그땐 '재미있는 친구네' 하고 끝났었다. 두 번째 만났을 때엔 내가 내 책 대만판을 줬더니 "이 책 나도 있는데" 하면서 가방에서 꺼내는 거다. 사서 보고 있었다면서. "이 책을 쓴 게 너냐"고 물었다. 이름이 한자로 돼 있으니 중국인인 줄 알았던 거다.
-아, 책을 보고 강연 초청했던 게 아니었나?
아니다. 그 전에 폭스콘과는 우리도 네트워크가 있었으니까.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소셜라이징하는 곳에 갔다가, 내가 뭘 하는지 5분쯤 설명해줬더니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날 때 날 기억하고 있었다. 내 머리가 기니까 기억한 거다.
그래서 책을 줬더니 자기도 갖고 있다면서 꺼낸 거고. 책 내용이 좋으니까 우리 회사에도 알려주라고 해서 간 거다. 강연한 뒤에는, 일도 같이하자고 해서 지금은 우리 고객사다.
이 세상에 70억명이 넘는 사람이 있는데 우연히 두 번 만나기 힘들지 않나. 거기다가 모르고 책을 샀는데 저자를 만난 거고. 그래서 연분이라는 글자을 써준거다.
그러니 기회는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그런 기회들 속에서 내가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 대중 활동은 안 했어도 기업을 많이 만났고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이 친구는 이런 일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거다.
그러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해야 한다. 언제 어떤 기회가 다가올지 모른다. 내가 했던 20개 가까운 여러 그룹, 회장단 강연이 다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거다. 그냥 이렇게 만나다가 "야, 좋다. 우리한테도 설명 좀 해줘" 이러거나, 어떤 곳에서 강의했는데 거기 참석자가 추천해서 또 하고 이런 식이다. 그러니 항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잘 살아야 한다.
-평소에 여러가지로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외모만 해도 머리 관리도 신경을 쓰는 것 같고 패션도 그렇고.
내 취향이다. 내가 좋아하는 원하는 형태를 하다보면 내 컬러가 나온다. 일관성이 중요하니까. 내 옷은 거의 비슷하다. 인지를 단일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고, 내 나름의 취향도 있는 거다. 나의 모든 행동과 내가 쓰는 브랜드도 내 성향을 반영한다는 게 내 박사학위 논문 주제다.
몰개성하거나 다른 사람들 신경 써서 내 옷차림을 한다는 건 내 '셀핑 시스템'이 없어지는 거다. 무리 속에 숨는 것? 이제는 더 이상 조직이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다. 자기가 달라 보여야 한다. 달라 보이는 순간 주목 받는다. 그래서 그 순간을 준비해야 한다. 이름 이상한 애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출석부에서 이름 부르면 항상 준비해야 하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계속 그랬다.
-평소 시간 안배를 어떻게 하나?
술과 담배를 안 하니까 그 시간을 쓸 수 있다. 주의 분산도 가급적 줄이고. 나는 취미와 공부와 직업이 같으니까. 단일화된 삶을 살고 있는 거다.
-책은 얼마나 읽나?
얼마라는 건 없다. 늘 읽어야 하는 게 있고, 읽고 싶은 게 있으니까. 지금처럼 세미나 있거나 누굴 만나야 하거나 하면 읽는 게 있다. 목욕탕에서도 읽어야 하고 침대에서도 읽어야 하는 거고. 책 아니면 블로그도 읽고 커뮤니티도 보고 수시로 읽는다. 약간 활자 중독증이 있다.
-일상에서는 반복되는 리추얼(ritual) 같은 게 있나?
먹는 걸 굉장히 중시한다. 강연 다니다 보면 혼자 다니고 계속 움직인다. 어제는 연대 강의하러 갔는데 한 시간이 남았다. 그런데 고추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검색해서 신촌에서 제일 맛있다는 집 찾아가서 먹었다. 한 끼를 먹어도 아무 집에나 가서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맛집을 추천한다면?
보광동의 '오늘'. 한식집인데 이탈리안 정찬처럼 서빙을 잘해주고 맛있다. 분당에 구미동 넘어가면 야마다야 우동집도 있다. 사누끼 우동 본산이라고 하는데 분점이다. 역삼동에 삼미소바가 유명한 오오무라안이라는 집도 있다.
-반복해서 읽는 책이 있나?
하루키 수필집을 자주 읽는다.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싶을 때. 예전부터 읽었으니까, 아무 편이나 열어서 본다. 20대일 때와 30대일 때 느낌이 다 다르다. 최근에 하루키가 온라인 독자와의 대화에서 "글 잘 쓰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건 여자 꼬시는 거랑 똑같다, 타고나야 한다"고 했더라. 그런 식의 무심한 듯한 문체가 좋다.
-최근에 좋게 읽은 책을 추천한다면?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 정말 훌륭한 학자다. 내가 몰래 사방에 기업 강연도 소개해 드렸다. 180쪽 정도로 양도 부담이 없는데 하나하나 주장과 깊이가 훌륭하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수많은 사람의 일상적인 기록이 담긴 소셜 빅 데이터에서 '마음을 캐는(Mind Miner)' 일을 한다.
다음소프트는 텍스트 마이닝, 대규모 정보탐색, 자연어 처리 등 수백억개의 소셜 미디어 글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로 뽑아낸 데이터를 분석해 그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해석해 여러 고객사의 이해관계에 맞게 전달한다.
고려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컴퓨터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 BI데이터마이닝학회 이사, 이화여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서울대와 KAIST, 고려대, 연세대 최고위과정과 MBA 코스에서 10여 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창업 관련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tvN)', '황금의 펜타곤 시즌2(KBS1)' 등 방송에서도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쌤앤파커스) '상상하지 말라'(북스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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