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휘청거리는데.. 김준기 회장 일가 270억 배당 잔치

조호진 기자 2015. 3. 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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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계열사가 법정관리·채권단경영·워크아웃 상태인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 일가가 재무 상태가 좋은 계열사에서 27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책임 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은 위기인데 정작 오너 일가는 거액의 배당금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7일 동부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같은 날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또 다른 계열사인 동부메탈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추진하는 문제를 논의중이다. 워크아웃이란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하에 살려내는 작업을 말한다.

이 와중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 일가는 올해 배당금으로 270억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동부증권과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총 82억9000만원을,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동부화재해상보험과 동부증권 등에서 총 147억원을 배당 받았다. 동부그룹의 상장사 중에 순익을 내는 회사는 두 회사 외에는 없다. 비메모리 반도체인 동부하이텍은 작년 75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

김 회장의 딸인 주원씨도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41억7500만원을 배당 받았다. 김 회장 일가가 동부그룹 상장사에서 배당 받은 돈은 총 271억6500만원에 달한다.

김남호 부장이 수령한 거액 배당은 올 상장사 기준 배당 받은 개인 순위 10위에 해당한다. 11위는 146억원을 배당 받은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136억원의 배당 수익을 얻어 12위였다. 김남호 부장은 마흔에 불과하면서 이들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았다.

동부화재는 작년 12조원의 매출과 4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동부증권은 1조원의 매출과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 때 재계 18위까지 올랐던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동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요즘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작년 동부그룹은 동부제철을 포스코에 매각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이외에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을 통해 동부특수강을 현대차그룹에, 동부발전당진 지분 일부를 SK가스에 매각했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법정관리로 오너는 책임을 최소화하고, 다른 금융 계열사에서는 권한은 최대한 행사해 거액의 배당을 받는 모습은 재벌의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동부화재해상보험의 배당성향은 22.9%여서, 현대해상이나 삼성화재보험보다 낮다"고 밝혔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동부그룹은 또 받은 배당을 대부분 경영이 어려워진 계열사 회생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난 5~6년 간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동부LED 등을 살리기 위해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원의 돈을 빌려 사재를 출연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빚과 이자를 갚는데 배당금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배당 잔치를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한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배당금으로 받은 돈을 차입한 돈의 원금과 이자 상환에 쓰고 있는 것은 맞지만, 빌린 돈이 부실 계열사 지원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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