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벌가 '일감 몰아주기'.. 있으나마나한 규제 '부 대물림' 다시 논란
그룹 총수 간 사돈지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삼표그룹의 레미콘 업체인 (주)삼표의 계열사 중 한 곳은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들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주)삼표를 지원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2년째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기초소재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나오는 고수익 부산물인 슬래그를 대거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작은 업체들은 슬래그를 중국 등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온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삼표에 공급물량이 많은 것은 회사의 규모와 비수기 재고처리능력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주)삼표의 계열사인 네비엔도 비슷한 형태로 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비엔은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다. 현대제철에서 나온 부산물인 슬래그를 재가공해 '철'을 추출한 후 현대제철에 되팔고 있다. 폐자동차를 가공·정제해 나온 철 원료도 현대제철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567억원이었다. 2004년 145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중 현대제철을 통해 거둔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지분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장남인 정대현 삼표기초소재 대표가 70%를 갖고 있고, 30%는 특수관계인 지분이다. 네비엔은 2007년 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네비엔의 지난해 배당액은 4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옛 현대엠코) 등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가 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레미콘을 삼표그룹에 몰아주고 있다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2012년 11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파주시 소재 에이에스이 코리아 제2제조건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코크스제강공장 등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레미콘 물량 중 절반을 (주)삼표에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레미콘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업계 관행을 무시하고 삼표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건설 대기업 관계자는 "2년 전 언론보도 이후 삼표가 자제하겠다는 뜻을 경쟁사들에 전달했지만 이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삼표는 여전히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가 맡고 있는 공사 현장에서 발주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1995년 결혼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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