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GS홈쇼핑..끊이지 않는 홈쇼핑 비리 왜?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홈쇼핑 납품비리 '로비 전문업체'까지 판쳐…황금시간대 잡기 위해 전관예우까지 성행]
검찰이 GS홈쇼핑 전·현직 임원들의 횡령 및 납품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홈쇼핑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초 롯데홈쇼핑 사건을 맡아 홈쇼핑 업계 현황을 꿰뚫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이번에도 수사를 맡았다. 홈쇼핑 업체마다 사업구조가 비슷한 만큼 이번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주목받고 있다.
실제 홈쇼핑 관련 비리 사건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2년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등이 대규모 납품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은데 이어 올 4월에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가 터졌고, 지난 8월에는 NS홈쇼핑(불법 카드깡) 전·현직 임직원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끊이지 않는 홈쇼핑 비리…어떤 문제있길래=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뒷돈 거래가 이처럼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홈쇼핑 방송의 파급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는 20∼30분만 방송해도 홍보 효과가 확실한데다 회사 매출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바로 이 시간대를 잡기 위해 로비와 상납 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비리구조의 한 가운데에는 홈쇼핑업체 로비 전담 업체들까지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담 업체는 홈쇼핑 방송 제품 선정을 주도하는 상품기획자(MD) 포섭을 행동지침 1순위로 꼽는다. 홈쇼핑에 입점하고 싶은데 MD와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한 납품업체마다 로비 전담 업체를 찾아다닌다. 납품업체 사이에는 특정 로비 전담 업체의 경우 어느 홈쇼핑에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다.
이들 로비 전담업체들은 일종의 벤더(상품 공급업체)로 납품업체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MD 등 홈쇼핑 임직원들에게 청탁을 한다. 접대골프를 치고 뒷돈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판매수익 일부를 떼어주기까지 한다.
홈쇼핑을 그만둔 전직 임직원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일종의 전관예우 관행도 끈끈하다. 홈쇼핑 임직원들이 벤더들의 로비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것도 이처럼 남다른 유착관계 때문이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홈쇼핑 방송까지는 보통 6∼7단계 과정을 거친다. 입점상품 접수→MD 상품 검토→MD팀 1차 사업 검토→신상품 선정 회의→품질 검사 및 제품 생산능력 검사→TV방송 관련 관계자 편성 회의→판매 방송의 순서다. 이 절차가 제대로만 이행되면 벤더와 MD의 결정만으로 방송을 할 순 없는 구조지만 관계자들이 짜고 조직적인 유착에 나서면 비리를 막을 장치가 없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2012년 비리 사건 이후 업체마다 MD 권한을 분산시키고 견제 장치를 강화했지만 사람이 하는 일 자체를 바꿀 순 없었다"며 "아무리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도 해당 조직 전체가 뭉치면 비리 차단은 힘들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홈쇼핑 정조준…근본적인 문제 고쳐야=이런 구조 탓에 검찰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홈쇼핑에 칼날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홈쇼핑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수수나 불공정 거래 등을 직권 조사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에는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빅4를 방문해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홈쇼핑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뒷돈이 오가는 납품 비리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홈쇼핑 비리는 개인 차원의 비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재승인 심사에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 처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홈쇼핑 업계 전체가 납품비리 등 불공정거래 문제에 사활을 걸고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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