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특구, 제2 개성공단으로 조성해야"

옌지 2014. 7. 24. 1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기중앙회 中서 '백두포럼'동북아 경제협력 거점 가능성 커남북중 합작기업 판매통로 위해 5·24 조치 수정 등 전향자세 시급

나진선봉경제특구(이하 나선특구)를 제2의 개성공단으로 조성해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서는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실시된 5.24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 등 실리를 우선 순위에 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24일(현지시간)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연변호텔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2014 백두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며 제2의 개성공단 조성과 남북중러 협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반도 U자형 경제벨트와 동북아 경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시진핑 주석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이 가속화될 경우 동북아 지역은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경제협력의 핵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북한의 신의주 특구와 나선특구를 적극 활용하는 실리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동해출항권(동해로 진출하기 위한 통로) 획득을 위한 정치경제적 전략에 맞닿아 있는 나진선봉특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남 교수는 "나진선봉지역은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을 가로막고 있는 절묘한 입지 요건으로, 동북아 경제협력을 가져올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의 접안이 용이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나진항은 자연 조건이나 입지 여건 등 항구로서 경쟁력이 월등하다. 훈춘에서 나진항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동해로 나가면 동북아의 중심 항구인 부산을 비롯,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급속히 개발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의 니가타까지 뱃길을 열 수 있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오는 9월 나진-하산간 철도(54㎞)가 본격 개통되면 한반도종단철도(부산~나진 1,295㎞), 시베리아 횡단철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9,297㎞)가 연결되면서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그림이 완성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 교수는 "나선특구가 동북아 경제협력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태평양 진출이나 러시아의 지하 자원 도입에도 용이하다"며 "나선특구에 제2의 개성공단을 설치함으로써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초국경 협력을 위해서는 5.24 조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일본도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고 남북중 합작기업의 판매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중 경제교류 협력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한수 연변과기대 R&D센터장은 "2010년 5.24 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반면 중국과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더욱 활발해지면서 북한 교역의 대중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지하자원 가운데 97%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북한 인력의 대중 송출도 8만명에 달해 개성공단 인력(5만 2,000여명)보다 많은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중국이 자국의 항구가 아닌 나진항을 빌려 동북지방의 거점 항구로 삼으려는 전략은 2009년 발표된 '창지투 개발계획'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창춘(長春)과 지린(吉林), 투먼(圖門)으로 이어지는 산업 벨트를 구축해 동부 연안지방과 서부 대개발에 이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는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북중을 연결하는 도로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으며 내년부터 동북 지역 북중연계도로망(고속도로, 철도 등)이 잇따라 완공된다. 특히 중국 흑룡성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이 그 동안 육로를 통해 상하이로 운반됐으나 나진항을 확보하면 물류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 나선특구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각별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김 센터장은 "북중접경지역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북중관계로 볼 게 아니라 동북아 경제 공동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저임금 고효율의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남북경제협력에서 벗어나 동북아 경제 공동체가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업계에서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나진선봉경제특구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김 회장이 지난 2월 북한에 330만㎡ 규모의 제2의 개성공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이 100% 성공이라고 볼 수 없지만 125개 남측 기업이 진출해 5만2,000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며 상英?많은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경제 분야에서 남북이 노력한다면 한반도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백두포럼에는 중국측에선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과 이승률 대외부총장, 강호권 연길시장과 조영길 부시장, 한국측에서는 김 회장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배종태 중소기업학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박춘홍 기업은행 전무,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60여명의 리더들이 참석했다.

옌지=정민정기자 jminj@sed.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