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조립형 스마트폰 '아라'..부품 사서 조립하고 5만원이면 '땡'

2014. 5. 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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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기능만 모은 스마트폰이 있다면 어떨까.

가격이 비싸다면 10만원 이하 스마트폰도 만들 수 있다. 대신 최저 사양이다. 충전이 귀찮다면 대용량 배터리만 탑재할 수 있다. 사진이 중요하면 고화소 카메라만 추가해도 된다. 1~2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구글이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Ara)'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내년부터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구글은 4월 1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발자 회의를 열고 아라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어 내년 1월 첫 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아라의 원리는 간단하다. 직육면체 모양의 케이스가 있다. 그보다 작은 직육면체 모양들의 부품 모듈을 여러 개 끼워 넣는 방식이다. 레고처럼 쌓으면 된다. '조립 PC'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아라는 기본 뼈대, 전면부, 후면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뼈대는 모듈과 모듈을 연결해 주는 몸통이다. PC의 메인보드 역할과 같다고 보면 된다. 전면부는 '디스플레이 모듈'과 '입력 모듈'로 구성됐다. 디스플레이 모듈 크기에 따라 제품 전체 크기가 달라진다. 소형 4인치, 중형 5인치, 대형은 5.5인치로 분류된다. 입력 모듈에는 마이크, 스피커 등이 탑재됐다.

후면부에는 핵심 부품이 탑재된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메모리, 통신칩, 카메라, 배터리, 각종 센서 등으로 구성된다. PC 본체와 같다. 여러 부품들이 모여 하나의 모듈을 구성한다. 이런 모듈 여러 개가 후면 모듈에 들어간다. 크기에 맞게 조립하면 끝이다.

"아라의 가능성에 숨이 멎을 지경이다." 테리 무어 MCC코퍼레이션 CEO가 아라 개발자 콘퍼런스 참가 후 한 얘기다.

아라가 계획대로 출시되면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아라는 사용자 중심 스마트폰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 약정을 통해 제조사가 만든 제품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아라가 선보이면 소비자들은 자기 입맛대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일부 부품이 고장 났거나, 성능을 높이려면 부품 모듈만 바꾸면 된다. 2~3년마다 한 번씩 폰을 바꿀 필요도 없다. 제조사, 통신사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이 바뀔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최저 사양으로 아라를 만들면 5만원 안팎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직접 만들기 때문에 중간 제조·유통 과정도 줄어든다. 따라서 고사양이라 해도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훨씬 싸다.

혁신 vs 찻잔 속 태풍 사용자 중심 스마트폰 지나친 구글 의존화 문제

기대가 큰 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삼성전자, 애플 등은 스마트폰을 단순히 조립해 만들지 않는다. 부품, 소프트웨어를 모아 몇 달간 최적화 작업을 한다.

반면 아라는 개인이 여러 부품 모듈을 모아 조립하면 끝이다. 최적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성능을 최대한 내기 힘들다. 같은 CPU나 램을 탑재했다고 해도 기존 스마트폰과 아라 간 체감 성능 차이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AS도 그렇다. 고장이 나면 다시 직접 부품을 사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외관상 내구성은 약해 보이며 디자인도 제한적이다.

휴대성 문제도 크다. 모바일 기기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다른 설계로 끊임없이 구조를 개선한다. 크기와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반면 아라는 전체 스마트폰 크기뿐 아니라 모듈 규격도 정해져 있다. 이런 표준화는 모바일 기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선례가 있다. 조립 노트북이 실패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드웨어의 구글화'다. 아라가 성공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구글의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적 관점에서 구글 종속도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 우리에게 희소식만은 아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5호(04.30~05.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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