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강 챙기는 예방주사.. 내부고발을 허하라

정민승기자 2014. 4. 1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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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비리 차단 효과.. 제도적 도입·장려 목소리 높아비윤리 행위 최초 적발 제보에 의한 게 43%회사 망신·불신 조장한다며 죄인시하는 분위기에 인사상 불이익도 다반사음해성 제보 걸러 낼 장치 포상제도 함께 운영하면 윤리경영 확산 최고의 장치

'휘슬 블로워(whistle-blower)'로 불리는 내부고발자를 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다. 공공의 적 또는 배신자로 취급돼, 결국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때문에 내부의 중대비리와 부정을 알고 있어도 못 본 척 넘어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부고발은 기업조직의 '종양'을 도려내고, 장기적으론 비리와 부정을 막을 수 있는 '예방약'이란 게 정설이다. 많은 외국기업들이 내부고발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내부고발을 보는 시각을 180도 전환, 제도적으로 도입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윤리경영임원협의회에서 김영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제보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적발하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며 "내부고발은 특히 비리를 사전에 차단, 기업 평판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데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공인부정조사관협회(ACFE)가 세계 96개국 기업과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1,388건의 부정부패 사례를 조사한 결과, 비윤리행위를 최초 적발한 경로는 제보(내부고발)이 43.3%로 가장 많았다. 관리점검과 내부감사로 적발된 케이스는 각각 14.6%, 14.4%에 불과했다.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7.0%였고 이어 계좌대조(4.8%) 서류검토(4.1%) 외부감사(3.3%) 등 순이었다. 통상 기업들은 통상적인 관리점검이나 내부감사를 통해 비리를 찾아내려고 하지만, 실제 적발은 내부고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내부고발은 대단히 미흡하다. 한 대기업 윤리경영담당자는 "솔직히 내부고발자에 대해선 사내불신을 조장했다며 깎아 내리고 회사 망신 시킨다며 죄인 시 하는 게 일반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고발을 했다가는 배신, 항명으로 비쳐져 우대 보다는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선 힘든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 구조조정 자문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2년 3,001건의 내부고발 신고를 접수했는데 그 가운데 11%는 해외의 내부고발 사례였다.해외의 내부고발은 영국령이 74건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46건, 아세안ㆍ동아시아(41건), 인도(33건), 호주(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만 놓고 봤을 때 중국(27%)의 내부 고발이 빈번했고, 싱가포르도 5% 였지만 한국은 일본 대만과 함께 2% 수준으로 최하위였다.

이와 관련, 알릭스파트너스는 "한국은 문화적 유대감이 강해 기업 내에서 정직과 충성도 가치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점이 내부고발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한국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와 유교적 전통이 강한 탓에 내부고발을 독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이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짓 제보나 음해성 제보로 이어지는 경우 구성원 사이에 불신이 쌓이고 조직이 와해되는 등 역효과도 적지 않다. 김영삼 전무는 "제보시 적시해야 할 내용을 상세하게 정의하거나 처벌기준을 마련하는 등 악의적 혹은 음해성 제보를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포상 제도를 적절하게 함께 활용하면 장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ACFE는 포상제도가 있을 경우 비윤리행위가 적발될 때까지의 소요 기간이 단축되고 결과적으로 손해금액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내부고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윤리경영 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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