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철강 트로이카 "불황 터널 끝이 안 보여"

김현수기자 2014. 2. 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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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우울한 기상도

해운과 조선, 철강산업은 공생관계다. 해운경기가 살아야 선박발주가 늘어 조선산업도 일어난다. 또 조선이 회복되면, 배에 쓰일 철판수요가 늘어 철강산업도 살아나는 구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3총사는 깊은 수렁에 빠진 상황. 업계는 세계경기회복과 맞물려 올해 시황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 해운, 작년보다는 낫겠지만컨테이너-벌크선 경기회복 수혜유조선은 미약한 회복 수준 예상

글로벌 해운경기는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로 세계 물동량은 줄어드는데, 높은 유가 때문에 원가부담은 커지고,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운임마저 떨어지는 최악의 침체 터널을 지내왔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STX팬오션은 이미 법정관리로 떨어졌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심각한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보다는 개선된 시황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경기에 민감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경우 선진국 경기회복에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벌크선 물동량을 나타내는 BDI지수는 올해 1,150으로 지난해(1,100) 대비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조선의 경우, 주요 수요국인 신흥시장 성장세가 높지 않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황 자체가 '미약한 회복'수준에 머무는 만큼, 키는 해운사들의 돌파능력에 달려 있다. 그 중에서도 남아도는 배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해운사들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발주했던 선박 인도를 미뤄왔는데 올해부터는 인도 물량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만약 한꺼번에 배들이 늘어나 남아도는 상황이 된다면 아무리 물동량이 늘어도 해운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의 '합종연횡'도 변수다.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를 중심으로 세계 해운업계 '빅 3'가 해운 동맹체 'P3'를 결성, 오는 5월부터 노선공유에 나선다. 이에 맞서 현대상선 등이 소속된 'G6 얼라이언스'와 'CKYH'등도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젠 개별해운사 아닌 해운동맹간 싸움이 된 셈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실장은 "과거 수급조절에 실패한 업체들이 경험을 통해 인도지연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물동량에 따라 항로를 수정하는 등 대응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조선, 생산량 대폭 하락2012년 수주 물량 전해의 절반수출도 연간 마이너스 기록할 듯

지난 해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앞서 저가로 수주했던 선박들을 잇따라 인도하면서 실제 수익은 부진했다.

올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우선 생산량 자체가 지난해보다 대폭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조되는 선박 대부분은 지난 2012년 수주한 배들인데, 당시는 유럽재정위기가 한창이던 때라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물량 자체가 전년도의 절반인 760만CGT에 그쳤다.

수출 역시 여의치 않아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수출량은 10% 가량 증가하겠지만, 하반기가 되면 과거 수주부진 및 저가수주 영향으로 11% 이상 감소해 연간 마이너스 0.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도 마찬가지다. 해운경기의 회복세가 빠르지 않은 만큼, 컨테이너선 등의 금년도 수주 역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대하긴 힘든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는 1,236만 CGT로 지난해(1,200만 CGT)와 대동소이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관건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 그 중에서도 해양플랜트 쪽에 달려 있다. 사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수년 전부터 벌크선 같은 저수익 선박시장은 중국에 넘겨준 상태이며,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및 심해 유전설비인 해양플랜트 쪽에 집중하고 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에도 새로 발견된 초대형 유전 12개 중 11개가 심해 유전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해양시설 발주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올해도 해양플랜트 및 선진국 해운사들이 발주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불황여파로 인한 수익성 부진이 올해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겠지만 결국은 LNG선이나 해양 플랜트 등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철강, 중국발 악재 여전中 밀어내기 공급과잉 해소 안돼동남아 국가 반덤핑 조치도 부담

내수침체와 수출 감소, 공급과잉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철강업계는 2014년 역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우선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공급국인 중국발 악재가 여전해 보인다. 중국 내수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올해 철강소비증가율은 작년의 반토막인 3%대에 머물 전망. 그만큼 대중 수출전망은 불투명하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강수요는 15억톤 규모로 지난해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반덤핑 조치를 내리는 등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도 부담요인이다.

중국이 쏟아내는 공급물량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철강경기가 침체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철강재를 덤핑에 가까울 정도로 밀어냈기 때문"이라며 "현재 글로벌 공급과잉 물량은 약 5억4,000만톤인데 이중 3억톤이 중국 몫"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정부가 현지 철강업계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어느 정도 물량축소는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근본적 공급과잉이 해소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내수 역시 3대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중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과 건설은 올해도 부진행진이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해 현대제철이 제3고로를 가동하는 등 생산능력은 계속 커지고 있어 철강가격상승도 제한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내 철강 공급과잉이 680만톤으로 지난해(740만톤) 보다 소폭 줄어드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불황이 점진적으로 완화 되겠지만 본격적 상승세는 내년부터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잇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세계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가 어려움을 겪는 마지막 시기일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구조조정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인프라 투자를 진행 하느냐가 회복속도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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