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종속 비애.. 구글에 뒤통수 맞은 이통사들

최연진기자 입력 2014. 1. 15. 03:35 수정 2014. 1.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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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장터 플레이마켓 유통 수익, 이통사 몫 대폭 삭감 통보27%서 15%로 줄이고 3%이던 구글 몫은 15%로월 수십억원 피해 이통사들 "우리 덕에 안드로이드 확산점유율 올랐다고 배짱 "반발 대안은 없어 발만 동동

구글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판매수익을 더 가져가겠다고 이동통신사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구글의 앱 판매수익 배분비율은 9대 1인데, 이를 5대 5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앱을 파는 장터가 구글 소유라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유료 앱의 판매수익은 ▦우선 개발자가 70%를 갖고 ▦나머지 30% 가운데 27%는 이동통신사가 ▦3%는 구글이 갖는 구조다. 일반 상점에 비유하자면, 구글은 장터 소유자이고 이동통신사는 판매자이다.

그런데 구글은 최근 이동통신사 몫을 15%로 낮추는 대신 자신들의 몫을 15%로 올리겠다고 통보해왔다. 구글은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사들과 수익 배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9대1이었던 배분비율을 8대2나 7대3도 아니고 갑자기 5대5로 조정하는 게 어디있나"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통보"라며 "월 수십억 원의 매출이 줄어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로선 대안이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이상, 구글의 요구를 거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를 대신 할 앱 스토어도 없다. 국내의 경우 SK텔레콤이나 삼성, 네이버 등이 앱 장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애플 아이폰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폰을 지원하지 않았으면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점유율이 올랐다고 수수료 배분을 일방적으로 조정한 것은 구글의 지나친 처사"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기기는 2012년 5억대에서 2013년 약 8억8,000만대, 올해 11억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궁극적으론 구글이 만든 개방OS의 함정에 이동통신사들이 빠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플의 iO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달리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개방노선'을 유지해왔고, 이 때문에 세계 수많은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저변이 넓어지자, 구글은 앱 판매 수익을 본격적으로 챙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개방정책과 무료OS는 결국 미끼였고 이동통신사들이 그 미끼를 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여서 앱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이동통신사에 주었으나 이제는 생태계가 어느 정도 구축된 만큼 일방적으로 이동통신사에 유리한 배분체계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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