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헬기사고, 의문과 해명

김민기 2013. 11.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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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이 16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가족 빈소 앞에서 헬기 사고와 관련 공식 브리핑에 나섰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남 부사장은 16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가족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오후 5시30분께 공식 브리핑을 통해 그간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기자들은 안개 낀 날에 굳이 헬기를 띄운 이유가 구본준 부회장 등 고위 임원이 전주에서 열리는 LG전자배 여자 야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 부사장은 "사고가 난 헬기는 야구 대회에 참석하고자 띄운 헬기가 아니다"면서 "야구대회에 가려는 헬기는 오전 10시 30분에 따로 있었으며 그 헬기에 제가 타고 야구대회에 가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서울항공청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LG전자는 비행계획서를 두 개를 냈다. 애초 오전 10시30분께 2번째 헬기가 출발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20분께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7일 열리는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는 사고 난 헬기를 탈 예정이었던 안승권 CTO(사장)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안 사장은 오전에 전주 칠러(대형공조시스템) 공장을 방문한 후 오후에는 야구장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굳이 휴일인 토요일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없는 상황에서 칠러 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점, 또 오후에 야구 일정이 있었던 점 등을 미뤄봤을 때 LG전자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 "LG전자가 칠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들이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면서 "그날 역시 중요한 미팅이 있어 공장에 방문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준 부회장이 이 헬기를 타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LG전자 측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헬기가 아닌 차량을 통해 야구 대회에 참석하려고 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하지만 안승권 CTO나 남상건 부사장이 헬기를 이용하는데 구본준 부회장이 차량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 않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두 번째 헬기에는 남상건 부사장이 고위층 인물을 모시고 가게 돼 있었고 구 부회장은 애초에 차량을 이용하려 했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헬기에 탈 예정이던 김을동 의원 관계자는 "행사가 오후라 차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며 원래 LG전자가 의원님을 헬기로 모시겠다고 요청한 것이지 의원실에서 헬기를 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남 부사장은 '안개가 낀 흐린 날씨에 운행을 한 것은 기장의 판단'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갖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아무리 기장이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구본준 부회장이나 안승권 CTO 등이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헬기를 불렀을 텐데 이를 기장이 거부하기란 사실상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관계자는 "헬기를 조종한 기장 역시 전무급 임원이라 충분히 기상 여건에 따라 헬기 비행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 "과, 부장급도 누구나 신청을 하면 이용할 수 있는 헬기인데 굳이 사장이 탔다고 해서 기장이 이륙 압박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사고가 난 LG의 헬기는 8인승 시콜스키 S-76 C++로 최첨단 장비인 E-GPWS(지상근접경보체제)가 탑재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인규 기장의 25년 친구인 전모씨(58)는 "헬기에 설치된 E-GPWS가 정상 작동했다면 건물 접근 전 경고음을 내 아파트 충돌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며 "이 장비가 있는 상황에서도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GPWS는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군사자료 등고선을 이용해 지상에 접근하거나 건물과 충돌할 상황이 되면 경보음을 내는 사고 예방 장치다. 고가의 여객기에는 대부분 E-GPWS가 장착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E-GPWS는 전방보다는 헬기 아랫부분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거나 착륙하는 용도에 더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E-GPWS 장비에 대해서는 좀 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인규 기장이 막판에 항로를 이탈한 점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박인규 기장이 아이파크 옥상에 있는 헬기장에 헬기를 착륙시키려고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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