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기 마케팅 "더 이상 못 믿겠네"

채지선기자 입력 2013. 10. 10. 03:33 수정 2013. 10. 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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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혜택·신상품 제공.. 기업들 후한 보상 댓가로 고객들에게 댓글 유도문제점 지적보단 호평 일색 소비자들 "후기조차 검증해야" 포털선 '솔직한 후기' 캠페인도

"기존에 신던 등산화는 무거워서 발이 피곤했는데 이 상품은 가볍게 나왔어요. 내구성도 뛰어나고 웬만한 경사에는 미끄러지지 않네요. 신어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져요."

칭찬 일색의 이 글은 등산화를 만드는 업체가 쓴 홍보글이 아니다. 최근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체험단으로 뽑힌 소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골목에 딱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하게 햇살이 비치면서 밝은 창들에 기분이 사르르 녹았고…"

이 글 역시도 돌 잔치 장소 제공 업체가 아닌, 이 곳 이용자가 여성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장소 제공 업체는 최근 업체에 도움이 되는 댓글이나 후기를 달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설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고 친절히 안내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댓글과 후기를 받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물론 뽑힌 댓글에는 신상품제공이나 할인혜택 등 후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수많은 댓글과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대형 대형 택배회사는 택배 서비스 이용고객들에게 긍정적 내용의 후기를 남기고 SNS 등에 옮기면 OK캐쉬백 최대 50만 포인트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 돌 잔치 장소제공 업체는 답사 후기나 시식 후기를 육아사이트 10곳에 올리고, 돌잔치 관련글에 댓글 20개 달면 돌상 5만원 할인해주고 잇다.

한 육아용품 제조업체는 자기회사 신제품 사용하고 싶은 이유 등을 회사 블로그에 댓글로 남긴 이들을 대상으로 체험단 30명을 선정, 이들에게 신제품 제공하면서 개인 블로그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제품 후기 쓰게 하는 미션을 주고 있다. 여기서 우수 후기 작성자 따로 10명 뽑아 이유식 스다터 세트, 다목적컵 등 증정한다.

한때 댓글과 후기는 '알바동원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기업들이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고용, 좋은 글만 올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알바 댓글'에 비하면 지금 범람하는 후기ㆍ댓글 이벤트는 사용해본 소비자가 올린다는 점에서, 최소한 허위나 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보상을 겨냥한 댓글이다보니, 솔직한 의견이나 문제점 지적 보다는 호평과 사용권유 일색일 수 밖에 없고, 때문에 정보로서 가치가 사라졌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한 컨벤션센터에서 돌 잔치를 치른 주부 조모(30)씨는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업체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와 있고 하나 같이 좋은 내용이라 의심 없이 선택했는데 실제론 오래된 과일을 사용하는 등 올라온 후기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 실망했다"며 "알고 보니 좋은 후기를 쓰면 할인해주는 행사에 참가한 이의 글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댓글 믿지 말라' '사용후기도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이런 글들은 인터넷 상에 떠돌면서 지속적으로 업체를 홍보해주기 때문에 기업은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뜻하지 않게 후기조차 검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꼬집었다.

순수하게 작성된 후기를 찾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자, 일부 유명 카페들은 아예 후기 작성 금지령을 내리고, 포탈사이트가 직접 자정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버는 솔직한 의견을 담은 후기를 작성하자는 취지의 '그린리뷰 캠페인'을 2010년부터 진행해왔는데, 지난달엔 12개의 블로그 산업 관련 회사가 모여 만든 한국블로그산업협회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특정 업체의 후원으로 작성되는 체험 후기일 경우 찬양 일색의 후기 남기기를 지양하고, 적어도 후원으로 작성된 글임을 밝히자는 게 캠페인의 골자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 이용자들이 급증한 동시에 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정보의 신뢰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강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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