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한국인, 휘발유 만드는 대장균 개발했다

이영완 기자 2013. 9. 3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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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교수팀 세계 최초로 나무·잡초 등 非식용 식물로 배양액 1L서 580㎎ 만들어 "생산 효율 높여야 상용화 가능" 네이처誌 인터넷판에 실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휘발유를 만드는 미생물을 개발해냈다. 효모가 당분을 먹고 맥주를 만들 듯, 이 미생물은 잡초나 나무 찌꺼기를 먹고 휘발유를 만들어낸다. 이번 연구가 발전하면 비(非)식용 식물 자원에서 자동차 연료나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얻을 수 있어 에너지난 해소와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 교수와 최용준 박사 연구진은 "대사공학을 이용해 나무, 잡초 등 비(非)식용 식물에서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는 대장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대사공학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없던 유전자를 추가해 원하는 화합물을 만들도록 하는 기술이다.

휘발유는 석유에서 얻는다. 보통 원유를 섭씨 30~140도로 가열했을 때 기체로 바뀌어 분리할 수 있다. 자동차 연료인 디젤은 원유를 250도 이상 가열해야 기체가 된다. 두 연료 모두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사슬 구조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차이는 길이다. 휘발유는 탄소 수가 4~12개이지만, 디젤은 13~17개로 더 길다. 대장균은 식물을 먹고 탄소 16~18개로 이뤄진 지방산(酸)을 합성한다. 연구진은 대장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탄소 10~12개짜리 지방산을 만들게 했다. 이어 또 다른 변형 유전자는 여기서 탄소를 하나 더 떼어내 몸 밖에 배출하게 했다. 결국 대장균에서 탄소 9~11개로 이뤄진 휘발유가 나오는 것이다. 2010년 미국 연구진이 사이언스지에 식물로 디젤을 만드는 미생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탄소 사슬이 디젤보다 더 짧은 휘발유를 미생물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교수가 만든 대장균은 나무 찌꺼기나 잡초 같은 비식용 식물로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가(油價)가 오르면서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미생물로 발효해 얻는 바이오 에탄올이 주목을 받았지만, 옥수수 가격 급등과 농지 개발로 인한 밀림 파괴라는 후유증을 낳았다. 게다가 바이오 에탄올은 자동차 연료 첨가제로 쓰이지만 휘발유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이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 대장균이 자라는 배양액 1L(리터)당 휘발유 580㎎을 얻었다. 이상엽 교수는 "미국 연구진의 디젤보다는 효율이 높지만 여전히 극미량"이라며 "미생물에서 휘발유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준 박사는 "효율을 최소 수십 배 이상 올려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지와 세계 양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Nature)'지 인터넷판 30일자에 실렸다. 이 교수는 논문의 책임을 지는 교신 저자이고, 최 박사는 제1 저자다.

☞대사 공학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대사공학으로 플라스틱, 섬유, 디젤, 휘발유 등의 생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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