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피곤해".. 폐쇄형 SNS가 뜬다

강희경기자 2013. 9. 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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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홍수·관계 스트레스 소규모 그룹끼리 소통 선호트위터·페이스북 이탈 겨냥 카카오 등 폐쇄형 속속 선봬밴드, 지난달 15억회 구동 최근 7개월새 980% 성장

회사원 김모(34)씨는 최근 '페이스북'활동을 거의 접었다. 한때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사진을 올려 친구들의 '좋아요'와 댓글을 많이 받았지만, 업무상 만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알게 된 친구들까지 지인의 폭이 너무 넓어지는 바람에 점점 페이스북에 글 올리기가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김씨는 요즘 폐쇄형 SNS인 '밴드'를 자주 들어간다. 가족, 직장, 동창 등 그룹을 나눌 수 있고, 사진과 게시물을 올리고 보관하는 것도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페이스북 할 때는 내 글을 누가 보게 될까, 직장 상사가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밴드는 구성원끼리만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주변에 친한 친구들은 물론 가족과도 밴드에 방을 만들어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개방적 속성과 확장성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소규모 그룹끼리 소통하는 폐쇄형SNS로 갈아타고 있다. SNS 상에서 원치 않는 관계 맺기가 늘어나는 데 따른 스트레스, 사적 정보가 통제 없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9일 미국 모바일 로그분석 전문 기관인 '플러리'(Flurry)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폐쇄형 SNS인 네이버 밴드는 8월 앱 구동수가 15억 회를 넘겼다. 최근 7개월 사이 무려 980% 성장한 것인데, 이는 2010년 미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폐쇄형 SNS으로 유명해진 패스(Path)의 8월 앱 구동수(10억회)를 웃도는 수치다. 1,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밴드는 글로벌 이용자도 3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밴드는 국내에서 메신저인 라인과 연동하지 않고 마케팅을 하는데도 가입률과 사용률이 매우 높다"며 "라인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도 최근 사용자끼리 추천을 통해 밴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SNS관련 업체들도 속속 폐쇄형 SNS를 출시하며, 트위터 페이스북 이탈자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확장한 폐쇄형 SNS '카카오그룹'을 5일 선보였는데, 출시 3일만에 이미 100만 다운로드를 넘기며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카카오톡의 채팅방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채팅방과 그룹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것이 특징으로 한 그룹당 500명까지 관계를 맺으면 소통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팅방 자체가 폐쇄형 SNS인 셈이지만 그 동안 그룹의 게시물과 사진을 모아두기 어렵다는 사용자 불만을 적극 반영해 별도의 앱을 만들었다고 카카오측는 설명했다.

폐쇄형 SNS의 원조 격인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도 이보다 앞선 8월 친구 관계를 50명으로 한정하는 폐쇄형 SNS '데이비'를 출시했다.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무분별한 네트워크 연결과 정보 과부하로 인한 SNS피로감이 앞으로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양적 확장이 중심이 됐던 SNS에서 인맥과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하는 방향으로 SNS의 새 흐름이 형성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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