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산업이다] "10조 청년 일자리 시장을 남 줄 건가"

김현수기자 2013. 3.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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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규제만큼 진흥도 필요中·유럽선 정부가 적극 지원.. 우린 말로만 게임산업진흥, 실제론 규제

지난해 10월13일 프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아이언스퀴드2'대회 예선 경기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경기에 참가한 10대 프로게이머 이모(당시 15세)군이 경기 시작 5분 만에 게임을 중단하고 퇴장해 버린 것. 이유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때문이었다.

자정을 몇 분 앞두고 접속 중단을 우려한 이군은 주최측에 이런 사실을 통보한 후 자신의 어머니 아이디로 접속해 경기를 이어갔다. 결과는 컨디션을 잃은 이 군의 패배. 당시 해외 게임계에선 선수조차 접속이 차단되는 획일적 '한국식 게임규제'자체가 화제가 됐다.

게임에도 양면성이 있다. 좋은 여가오락 수단이 될지, 아니면 폭력 사행을 유발하는 사회악의 온상이 될지, 경계는 명확치 않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규제와 진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게임에 대한 접근은 규제일변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수는 약 9만5,000명. 방송(3만8,000명)과 광고(3만4,000명), 영화(2만9,000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종사자의 90%이상이 20~30대로 그야말로 '청년 일자리'산업인 셈이다. 지난해 시장규모도 10조원을 넘었을 정도다.

한국은 세계적 게임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신작게임이 나오면 흥행 및 완성도를 미리 가늠하는 테스트마켓으로 볼 정도다.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가 신작 '스타크래프트 2:군단의 심장'의 글로벌 출시행사를 오는 11일 한국에서 가질 정도다. 이미 2000년대 초 'e스포츠리그'를 탄생시켜 전세게 게이머들을 끌어들였고 임요환으로 대표되는 '팬덤문화'도 생겨났다. e스포츠가 단순 게임을 넘어서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현재 전혀 산업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도 기본적으로 게임을 규제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셧 다운제 자체보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시선 자체를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게임에 대해 규제와 진흥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여러 부처로 나뉜 관련업무를 통일하는 게 절실하다. 규제만해도 여성가족부(강제적 셧다운제), 문화체육관광부(선택적 셧타운제), 방송통신위원회(주민번호수집금지) 등으로 쪼개져 있다. 한 중소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총괄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은 말이 진흥법이지 사실은 게임산업규제법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외는 오히려 게임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은 한국의 스크린쿼터처럼 일정 수준 자국게임 출시를 보장하는 정책이 있고,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유럽은 세제혜택부터 게임제작학교설립 등 직ㆍ간접적인 지원이 넘쳐난다.

국내 규제에 막힌 게임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대 게임사 넥슨은 지난해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현지 모바일업체 디ㆍ엔ㆍ에이(DeNA)와 제휴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일본대표 소셜게임사 그리(GREE)와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CJ E&M 넷마블 역시 모바일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일본, 북미 등 4개국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하지만 '텐센트' 등 규모를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역공과 '그리'로 대표되는 세계 1위 모바일게임 강국 일본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게임사들이 벌이는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정말 중요하다"며 "게임사들도 중독치료센터건립 등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만큼 문화 콘텐츠산업으로서 규제와 진흥이 적절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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