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웹OS 인수에 숨은 뜻은..

2013. 2. 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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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 첫 날 깜짝 뉴스가 나왔다. LG전자가 오픈소스화된 HP의 웹OS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더버지(The Verge)와 인가젯은 씨넷발 기사를 근거로 LG전자가 웹OS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더버지는 후속 보도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살펴봤다. 다른 매체들은 대체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초로 LG전자의 웹OS 인수건을 보도한 매체는 씨넷이었는데 LG전자가 HP로부터 웹OS의 소스코드, 관련 문서, 엔지니어, 웹 사이트, 관련 특허 라이선스 등을 인수하기로 했으며 인수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LG전자가 웹OS를 인수하려는 것은 스마트폰 개발이 아닌 자사의 스마트TV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LG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으며, 넥서스4와 옵티머스G 시리즈를 통해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웹OS에 대한 LG전자의 관심은 이미 작년 10월 관련된 기사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LG전자가 웹OS를 자사의 스마트TV 플랫폼에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웹OS를 중심사업으로 하는 그램(Gram)이 LG전자의 TV에 적용하는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램은 HP의 웹OS 부서명으로 HP는 이 사업부를 독립시키려 했다.

2010년 4월 HP는 웹OS를 가진 팜을 12억 달러에 사들였다. HP는 웹OS를 자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프린터에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2011년 8월 당시 CEO 레오 아포테커는 PC 사업을 담당하는 PSG부문을 매각하겠다는 발표로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다. 이때 웹OS 역시 사업을 중단한다는 발표가 함께 나왔다.

PC사업 중단 여파는 HP를 크게 흔들었고 결국 회사는 새로운 CEO로 이베이를 이끌었던 멕 휘트먼을 영입하고 PC사업 매각에 대한 입장을 재정리하고 계속해서 PC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와 함께 웹OS는 오픈소스화 하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HP의 웹OS 오픈소스화 선언은 사업 포기와 다름없는 것이었으며 누구라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오면 매각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모바일 플랫폼 시장은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으로 양분 고착화되었고 제3의 플랫폼으로 윈도폰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웹OS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은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팜에서 웹OS를 개발하던 인력들은 HP 인수 후 지속적으로 이탈했으며 이를 진두지휘하던 존 루빈스타인 팜 회장 역시 인수 업무를 마친 뒤 HP를 떠났다. 사실상 소스코드와 이를 유지 관리하는 정도의 인력과 특허 라이선스만 남은 상황이 계속 되었다. 사실상 HP의 팜 인수는 실패한 것이었다.

LG전자가 갑작스럽게 웹OS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독자 OS 개발을 하지 않고 있는 LG전자는 구글 중심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여 스마트폰 제조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부담스럽게 느꼈을 것이고 대안을 통한 차별화를 고민했을 것이다.

또한 국내 라이벌이자 글로벌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바다를 통합한 타이젠을 자체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노키아와 함께 윈도폰 플랫폼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웹OS가 시장 매물로 나왔을 때 빠르게 인수하여 준비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웹OS 인수건은 완벽하게 웹OS의 모든 자산을 LG가 인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버지의 후속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TV 개발만을 위한 필요 부분만 사들인 것 같기 때문이다. 웹OS 생태계 전체를 인수하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HP는 웹OS 제품과 팀을 LG전자에 매각한 것은 맞지만 웹OS 생태계 전체에 대한 매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핵심 인력들은 HP를 떠났고 유지차원의 인력들과 제품관련 인력들이 남아 있었는데 이들 인력들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인계될 팀 역시 클라이언트 개발을 위한 팀이어서 LG전자에게 제품 개발을 단축시켜주는 의미 이상은 없을 것 같다.

소스코드와 문서, 클라이언트 개발팀은 LG전자에 넘겨주지만 웹OS 오픈 마켓인 앱 카탈로그는 넘겨주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앱 카탈로그는 HP의 클라우드 부문에 속해있다.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에서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은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에서 HP의 의도와 LG전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HP COO 빌 베트는 이번 웹OS 매각건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LG전자를 통해 웹OS의 또 다른 제품과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발언은 여전히 웹OS의 오너십은 HP가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LG전자가 HP로부터 사들인 것은 웹OS 생태계 전체가 아니라 소스코드와 클라이언트 개발팀, 일부 라이선스이며 이는 분명 스마트TV 개발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이다. LG전자가 웹OS를 이용하겠다는 관점이 나름대로 스마트TV를 위한 것이어서 별 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반면 HP는 LG전자라는 훌륭한 레퍼런스와 협력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LG전자가 구글과 협력을 통해 넥서스 시리즈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을 개발하기도 했고 현재의 옵티머스G 시리즈가 관심을 받고 있기에 웹OS 인수에 대한 부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마트TV라고 한정지은 것도 안드로이드 오너십을 가진 구글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TV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LG전자이기에 스마트TV용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보다는 스마트TV 시장에 대한 경쟁우위는 LG전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버지는 이번 인수건에 대해 HP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LG전자는 뭔가 주저하고 있으며 심지어 혼란스럽게까지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이번 인수건의 승자는 HP라는 뜻인데 LG전자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버지는 LG전자의 CTO 안승권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는데 안사장은 스마트 환경이 앱 중심에서 웹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 확신하며 현재는 스마트TV 초기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지금부터도 늦지 않다는 것이며 앞으로 스마트TV 시장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스마트TV 개발에 웹OS를 적용할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디바이스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안드로이드와 웹OS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두 플랫폼에 대해서는 함께 투자할 생각이며 UX 측면에서는 웹OS가 안드로이드보다 나은 점이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약하게나마 언급했다.

그래도 이번 웹OS 인수건으로 팜 프리 시리즈를 LG전자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겠다. LG전자가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혁신을 꿈꾸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당장 적용할 분야가 스마트TV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를 가지기는 힘들 것 같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다음은 TV가 격전지가 될 것이 분명한데 구글과 애플은 또 다시 TV 분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TV 시장에 있어서만큼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조사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LG전자는 TV시장만큼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리딩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가능성과 능력이 충분한 기업이다.

LG전자의 웹OS 인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한 당장 웹OS 스마트폰을 개발할 일은 없을 것이다. LG전자는 이번 인수건을 분명히 스마트TV에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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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근 버즈리포터(mailto:keunpark@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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