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는 美서 제값 받는데 고급 에쿠스는 왜 싸게 파나

매일경제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2013년형 에쿠스가 국내에선 미국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11일 미국 현대자동차(HMA)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가격 및 견적을 조회해보면 2013년형 에쿠스는 일반 오너드라이버용 5시트 버전인 '시그니처'가 5만9250달러(약 6380만원)에, 쇼퍼드리븐용 '얼티메이트'가 6만6250달러(약 71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별로 인센티브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이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차종 모두 풀옵션,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옵션으로 인한 가격 변동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 똑같은 차가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일반 오너드라이버용 세단 5.0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1억1193만원에 설정돼 있다. 7130만원에 팔리는 미국 모델 가격의 두 배에 가깝다.

쇼퍼드리븐용 에쿠스 5.0 프레스티지는 1억155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미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40%나 더 주고 같은 차를 구입해야 한다.

기존에 제네시스나 그랜저 등도 국내 판매가격보다 미국 판매가격이 낮았지만 에쿠스만큼 가격 격차가 심한 경우는 없었다. '아제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그랜저의 경우 미국에서 팔리는 3.3ℓ 배기량 모델을 국내 판매 중인 HG330과 비교해본 결과 미국 판매가격은 3만7000~3만8000달러(약 4000만~4100만원)로 국내 판매가격인 4069만원과 거의 비슷했다. 쏘나타의 경우 2800만원대인 국내 터보GDI 모던과 같은 등급인 SE 2.0L TGDI 모델과 비교해보면 미국 판매가격이 2만6000~2만7000달러(약 2800만~2900만원)로 조금 더 비싸다.

에쿠스의 경우 풀옵션 한 가지로만 팔린다는 점에서 다른 차들처럼 미세한 옵션 차이조차 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옵션을 세분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판매 모델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고, 보통 우리나라보다 옵션은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에쿠스의 경우 한 개 트림으로만 운영하면서 완벽하게 풀옵션으로 판매 중이다. 신형 에쿠스를 국내에서 출시하며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은 미국 버전에도 들어가 있다. 빠진 옵션은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블루링크 등 몇 가지 없다. 이 정도 가격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닌 것.

거기다가 월 3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는 에쿠스를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물류비용까지 합치면 미국에서는 출혈을 감수해가며 팔면서 한국에선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대차 측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그랜저급까지는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브랜드 파워도 확보했지만 에쿠스와 같은 최고급 세단의 경우 아직 유럽 브랜드와 같은 가격을 받기엔 무리"라면서 "이 때문에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의도적으로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현대차 측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이 미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이 부분도 국내 가격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또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자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싸게 팔고 있다"면서 "우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이라는 시장 특수성 때문에 가격이 이렇게 설정된 것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차들도 최고급 세단의 경우 미국에선 자국에서보다 싼 가격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500 4MATIC는 독일에선 11만유로(약 1억5300만원)가 넘는 가격에 팔리지만, 비슷한 S550 4MATIC는 미국에서 12만~13만달러(1억2900만~1억3900만원) 선으로 더 저렴하다. BMW나 아우디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차의 한국과 미국 가격을 비교해도 차이는 있다. BMW 750Li의 경우 미국에선 약 1억원, 한국에선 1억8000만원 정도 된다.

그러나 현대차의 해외 브랜드는 자국과 미국의 차값 차이를 더 크게 두는 게 문제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같은 현대차의 가격 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거기에다 에쿠스는 이번에 한국에서 2013년형을 출시하면서 이미 가격을 최대 396만원까지 올렸다. 우리나라 공장에서 만드는 차인데도 해외 시장에서 훨씬 싸게 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얼마 전 미국에서 연비 하향 조정 사태가 터졌을 때 현대차가 보여준 신속한 대응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종의 허탈감마저 느꼈던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 역차별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그랜저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 문제나 스포티지R와 투싼ix의 질소산화물 과대 배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쉬쉬하며 넘어갔기 때문이다.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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