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소비자도 담합 피해 첫 인정 파장......담합인정 설탕·정유·LPG‘줄소송’예고

헤럴드경제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가 3일 삼립식품이 CJ제일제당, 삼양사를 상대로 밀가루 담합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건 원재료를 구매하는 중간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국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란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까지 기업 담합에 대해 최종소비자들이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는 있었지만, 중간소비자 피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주요 식품업계는 추가 소송 여부를 타진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선 원료 구매 후 최종제품까지 중간단계를 많이 거치는 전자, 자동차 등 부품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법, 담합업체의 주장 일축=삼립식품이 이번 소송에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로부터 총 14억6331억원을 받게 되기까진 무려 6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밀가루를 생산하는 CJ 등 피고 측이 '손해 전가의 항변(Passing on Defence)'이라는 논리를 대며 줄기차게 중간업체의 손해가 없다는 주장을 펴서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의 쟁점을 바로 이 대목에 뒀으며 결론은 원고 측 주장이 이유 없다는 데 모아졌다. 재판부는 "담합으로 재화의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 이를 원재료로 해 제조되는 제품 등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재화 등의 가격인상이 제품 판매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상된 제품의 가격을 손해액에서 공제하는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재료 값이 올랐어도 중간소비자(밀가루 소비업체)가 최종제품 가격을 올려 손해를 줄였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삼립식품 법률대리인인 양호승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는 "밀가루 공급자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유ㆍ무형의 피해를 우려해 소송을 꺼려왔다"며 "이번 판결은 중간소비자에 대한 배상 책임 법리를 명확히 한 것이어 기업ㆍ소비자의 피해회복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계 전반 줄소송 잇따르나=이번 판결로 당장 식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립식품의 승소는 원료업체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우리도 소송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유ㆍLPGㆍ제당 업계도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업계의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전례<표 참조>가 있는 만큼 이런 원재료를 사용하는 중간소비자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밀가루 제조업체뿐 아니라 제당ㆍ정유ㆍLPG 업체의 담합을 인정한 바 있다"며 "과자, 석유 사용업체, 택시회사 등 중간소비자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담합 힘들어진다=시장을 왜곡시키는 담합행위는 점차 설자리가 없어지는 분위기다. 국회와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담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쪽으로 움직여서다. 최근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 등은 '독점규제ㆍ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담합행위를 자진신고해도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감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담합을 했다고 자진신고하면 과징금 대상에서 제외돼 온 관행을 없애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공정위도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는 '의무적 고발 사유'를 공정거래법에 신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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