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파고든 편의점.. 소주값은 백화점보다 비싸

박수찬 기자 2012. 10.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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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00개꼴로 늘어나는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 라면·콜라·아이스크림 가격, 편의점마다 최대 40% 차이 삼각김밥·도시락·우유 등 유통기간 짧은 것만 1+1 행사 실제 할인 다 받기 까다롭고 매대 위치로 충동구매 유도

편의점이 골목으로 파고들면서 '동네 수퍼'가 되어가고 있다. 1인 가정 확대 등을 배경으로 편의점 수는 지난 5년간 매년 2000개꼴로 늘어났다. 시장 규모도 매년 1조원씩 성장해 올해는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언제든 물건을 살 수 있어 편리해졌다. 하지만 잘 모르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진실 1: 백화점보다 비싼 편의점 소주

집에서 가깝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자주 찾는다. "비싸봐야 얼마나…" 하면서. 하지만 일부 품목 가격은 백화점보다 100% 이상 비쌌다. 한국소비자원이 9월 대형마트, 재래시장, 편의점에서 371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봐도 '편의점이 가장 비싼 곳'으로 나타났다. 95개 제품의 경우 가격이 2배 이상 차이났다. 즉석식품, 빙과류, 음료 등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의 가격 차가 컸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360mL) 1병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코너에서 1000원. 하지만 CU와 GS25에서는 1450원, 세븐일레븐에서는 1100원에 팔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비해 구매량이 적다 보니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가져오는 가격 자체가 높다"며 "24시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 전기료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진실 2: 소주·라면·콜라,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싸고, CU·GS25 비싸

서울 신촌의 한 원룸 골목. 반경 200m 안에 편의점이 6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농심 신라면 한 봉지가 650원이지만, 불과 다섯 걸음 떨어져 있는 GS25에서는 780원이었다.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편의점의 제품가격은 '동일 상품, 동일 가격' 원칙이 적용된다. CU에서 파는 신라면은 서울과 제주도가 값이 같다.

하지만 같은 제품도 편의점 브랜드마다 가격 차가 최대 40%까지 났다. 특히 콜라·라면·소주·아이스크림처럼 서민들이 자주 사는 품목들이 그렇다. 코카콜라(1.5L)의 경우 CU와 GS25에서는 2550원이지만 세븐일레븐에서는 2200원이었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이 2010년부터 가격 인하를 시작하고 미니스톱도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내렸지만 업계 1·2위인 CU와 GS25가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서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칠성사이다(1.5L)의 경우 편의점 브랜드별로 가격이 400원 차이 나는 반면 점포별로 가격이 다른 서울 지역 대형마트에서는 가격차가 60원, 전통시장에서는 100원에 불과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판매가를 내리지 않았지만 매달 200~300종의 상품에 대해 1+1(하나 사면 하나를 더 주는 마케팅) 같은 할인행사를 통해 가격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 3: 면도날·생리대 1+1 행사 안 하는 이유

"삼각김밥 2개를 사면 음료수가 무료!" "아이스크림 2개를 사면 1개가 덤!"

편의점 본사는 매달 200~300개의 상품을 '이달의 상품'으로 선정해 광고한다. 보통 1개를 사면 1~2개를 주거나 구매 고객에게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준다. 하지만 행사상품 상당수는 유통기간이 짧다. 삼각김밥, 도시락처럼 만 이틀 이상 둘 수 없는 제품들이다. 음료 역시 일반 청량음료보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가 많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면도날, 생리대처럼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품목, 점포에 오래 둘 수 있는 상품은 1+1 행사 대상에서 거의 빠진다"고 말했다. 편의점 고객의 80%가 이미 사야 할 물건을 정해 놓고 점포를 찾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행사 품목을 확인하고 사는 경우는 '충동구매'일 가능성이 높다.

◇진실 4: 다 받기 어려운 '무늬만 할인'

"최대 35%까지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GS25는 최근 이런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실제 35%를 할인받으려면 챙겨야 할 게 많다. 우선 15%를 할인해 주는 휴대전화 멤버십카드(LG+, 올레클럽)를 들고 가야 한다. 모든 상품이 할인되는 것도 아니다. GS25가 정하는 행사상품을 골라야 10% 할인과 10%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제휴 할인 역시 절반 이상이 직접 할인이 아니라 누적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CU의 경우 제휴 신용카드 7종 중 4종은 포인트 차감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제휴 은행카드 모두가 이런 포인트 차감 방식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카드를 써서 모은 '이자' 격인 포인트로 생색을 내는 셈이다.

일부 제휴 카드의 경우 직접 할인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1만원 이상 구매고객' 같은 제한이 있다. 편의점을 방문하는 사람이 한 번에 쓰는 돈이 평균 3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할인을 받기 쉽지 않다.

◇진실 5: 충동구매 유발하는 편의점 구조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편의점에 머무는 시간을 1분 30초로 본다. 물건을 더 사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10초라도 더 붙잡아 놓는 게 중요하다.

편의점 매출 중 1위는 담배, 2위는 음료다. 담배와 달리 음료를 산 사람은 과자, 삼각김밥 같은 다른 상품을 살 가능성이 있다. 편의점들이 음료 판매대는 매장 가장 안쪽에 설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계산대 아래쪽에 있는 사탕·초콜릿·껌 판매대를 업계에서는 '잔돈털이'라고 부른다. 성인의 허리 정도에 있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위치에 이런 제품을 놓는 이유는 "편의점 주요 고객인 어린이, 청소년 고객의 충동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한 편의점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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