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키운 기업 뺏겼는데 환투기꾼이라니.."

김도윤 기자 2012. 9.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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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키코 사태 긴급토론회 개최

[머니투데이 김도윤기자][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키코 사태 긴급토론회 개최]

"43년간 지켜온 명예와 430억원의 회사를 은행에 약탈당했다."

박용관 동화산기 전 대표는 발언 도중 숨을 고르더니 이내 울먹였다. 키코(KIKO) 피해와 관련해 국회 등이 나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파헤쳐달라고 토로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과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금융소비자협회는 14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완전판매와 금융약탈, '중소기업'을 습격하다!-키코 사태의 진실 해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키코로 손실을 입은 당사자 등이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키코는 환율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변동될 경우 가입자가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은행에 되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 변동 폭이 비교적 크지 않을 경우 환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환율 변동 폭이 가입 때 정해놓은 범위를 벗어나면 가입자가 피해를 입는 방식이다.

지난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광림 의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키코 피해 기업은 517개로 총 피해 금액은 3조3528억원이다. 공대위는 실제 키코 피해 기업이 1000여 곳에 피해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대위 소속 키코 피해 기업은 234개로 이들의 피해 금액은 약 2조2000억에 달한다. 씨티은행, 신한은행, 외한은행, 제일은행이 공대위 소속 기업의 79%에 해당하는 총 184개 업체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다.

공대위 소속 키코 피해 기업의 종업원수는 총 3만1363명이다. 협력업체와 공대위 비소속 피해 중소기업까지 고려할 경우 총 85만413명의 노동자가 키코 피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테크윙, 엠텍비젼, ADM21, 온지구 등 4개 기업이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관련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 대해 은행은 기업들이 청구한 금액의 60~70%를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키코 피해 기업 관계자들은 키코의 위험성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했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1968년 회사를 설립하고 꾸준히 거래하던 은행에서 2007년 10월에 찾아와 회사 수출이 늘어나고 있으니 환율에 좋은 상품이라며 키코 가입을 유도했다"며 "당연히 좋은 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더니 6개월 뒤에 다시 찾아와 권유 상품으로 손실이 나게 돼 죄송하다며 2배 상품으로 물타기 하면 손실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또 권유하길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재가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은행에선 더이상 환율이 오를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로 환율이 대폭 상승하며 매출 280억원 회사가 키코로 180억원 손실을 기록했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하게 됐다"며 "은행은 나를 몰아내고 회사를 매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오채 아산트레이딩 대표는 "지난 2007년 11월에 종업원 4명의 중소 유통업체의 대표인 내게 주거래은행의 부지점장이 찾아와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며 키코 가입을 권유했다"며 "환율이 얼마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키코 관련 설명을 30분간 했고 결국 나중에 구두상으로 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나중에 환율이 오를 때 위험성을 느끼고 해지하고 싶다고 했더니 해지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끝까지 이행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이후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직원 4명인 회사가 한국의 최대 은행과 싸울 수 있는 건 정의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붕구 공대위 수석부위원장(코막중공업 대표)은 "키코로 기업 망가지고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중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거기다 우리에게 환투기꾼이라고 사실을 왜곡하는 데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은행에선 아니라고 하지만 키코 방문 판매를 엄청나게 많이 했고 또 가입을 하지 않을 경우 대출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등 이야기를 했는데도 기업들이 환투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수석부위원장은 "키코는 기업 입장에서 환율 하락에 대비한 환헤지 효과는 미미한 반면 환율이 급격히 오를 때 발생하는 손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키코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부위원장은 국회가 나서 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내부 자료를 공개하는 등 키코 사태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키코 피해 중소기업과 협력사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국정감사에서 키코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의원실 측에선 "앞으로 키코 사태와 관련해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며 "키코 사태 초기 대응이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불완전판매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억울하다는 측면이 부각되는 등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많은 목소리를 내달라"고 전했다.

오세경 건국대 교수는 "키코가 일방적으로 은행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판결이 계속 나오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독일연방대법원이 키코를 판매한 도이치은행에 100% 손실 배상하라고 판결이 나오는 등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 거래에는 비전문가의 손을 들어주는 게 외국의 추세"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키코라는 상품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들지만 전문가인 은행이 비전문가입 기업에 팔고 나서 잘못없다고 하면 안 된다"며 "키코를 양날의 칼이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칼을 주고서 잘 쓰라고 한 뒤 문제가 생겼을 때 잘못없다고 발뺌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은행을 대변해 참석한 은행연합회 법무팀장 이광진 변호사는 "그동안 은행권을 대신해서 많은 토론회를 참여했는데 오늘만큼 무겁고 어려운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며 "은행들에 어떻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문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많이 거론되는 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인데 기업과 은행에서 생각하는 배상 금액 규모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설명의무에 대해서 법률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앞으로 법 개정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키워드] 테크윙| 키코| KIKO| 조붕구| 공동대책위원회

머니투데이 김도윤기자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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