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자자소송, 미국선 "폐지" 한국선 "유지"
미국 주의회 연합체인 주의회전국회의(NCSL)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공공정책 도입을 위한 주의회의 입법권이 투자자-국가소송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유지를 전제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위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지난 7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주의회전국회의는 투자 챕터에 '투자자-국가소송이 포함돼 있는 어떠한 양자간 투자보장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호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로 한 선례를 미국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공개서한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주의회의 의원이 공공보건, 복지, 환경, 노동자 건강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만드는 권한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미국 무역대표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제외한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그리고 다른 무역협정에서 발생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또 미국 법체계하에서 미국 기업들이 누리는 권리보다 외국 기업에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된 투자보장협정,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도 주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일부 수정만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재협상을 위해 지난 3월 구성된 '투자자-국가소송 민관 태스크포스(TF)'는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 제기된 의견을 검토하고 미국과의 협의 추진과 관련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태스크포스 작업은 90% 이상 진행됐다. 지금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며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와 보고서를 공유하고 우리의 입장을 정한 다음 미국에 최종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사회적 논의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전에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표준 약관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 후보들은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꼽으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론스타의 중재의향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국가소송이라는 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대선 정국에서 투자자-국가소송이 중요한 쟁점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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