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대표 지분 양도는 엔씨-넥슨 합병 신호탄?

심민관 2012. 6.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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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민관 기자 = 김택진(45)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8일 자신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넥슨 일본 법인에게 매각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25만원으로 약 8045억에 달한다.

지난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해 약 15년간 게임업계 맏형 역할을 맡아온 김택진 대표가 돌연 지분을 양도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양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엔씨와 넥슨의 합병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 갑부로 아래 한글과 한메타자 개발에 참여했고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자산이 조 단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김택진 대표가 다른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단순히 현금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양도했다는 것은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또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 대박 예감을 낳고 있는 대작들의 정식 서비스를 앞둔 상황에서 게임업계에 회의를 느껴 회사의 최대주주를 양보한 사실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넥슨이 지분 14.7%를 인수했지만 경영권을 김택진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통상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 하나다.

8일 엔씨소프트의 종가는 28만6000원으로 매각 가격인 25만원에 비해 높았다. 즉 이번 지분 매각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물론 넥슨이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엔씨의 지분을 30%까지 늘려나갈 수 있겠지만 이를 김택진 대표가 간과했을 리 없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김정주(44) 넥슨 대표와 김택진 대표의 오랜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두 대표는 평소에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기적으로 만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분 매각의 가장 큰 목적은 외국계 게임 회사들의 성장으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넥슨과 엔씨가 손을 잡고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의 합병'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엔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어 중·장년층 이용자가 매우 많다. 반면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캐주얼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청소년층 이용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넥슨의 경우 해외 지사와 현지 서비스사 등을 통해 게임 수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엔씨가 갖고 있지 못한 강점 중 하나다.

김택진 대표는 지분 매각과 관련 "우리나라 PC방 게임 점유율 상위 1,2위가 최근 외국 게임으로 모두 바뀌는 등 글로벌 경쟁이 훨씬 치열해 지고 있다"며 "게임, IT 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와 넥슨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세계 게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이번 투자는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과 넥슨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간의 결합"이라며 "궁극적으로 양사가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택진 대표 역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로 넥슨에게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시 되고 있는 것은 넥슨 코리아의 모회사인 넥슨 일본 법인의 지분이다.

지분 스왑을 통해 경영권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향후 넥슨 코리아 혹은 넥슨 일본법인의 CEO에 선임돼 엔씨와 넥슨을 총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를 둘러싸고 정치 입문, 부동산 사업 진출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하지만 '게임'을 배제하고 그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김택진 대표의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향후 넥슨과 엔씨의 또 다른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s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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