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벨기에 투자협정' 국회 비준 안 받았다
'간접수용' 없었다면 론스타 주장 근거 약해져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법정에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이 국회 비준도 거치지 않은 채 발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은 한국 법제에선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간접수용'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이다. 간접수용은 정부의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가 몰수 등 직접수용에 상응하는 정도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을 뜻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현재 체결한 86개 투자보장협정 가운데 국회 비준을 거친 것은 한·독 투자보장협정(1964년), 한·일 투자협정(2002년) 등 2개에 불과하다. 헌법은 '국회는 (중략)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제60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는 최근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은 직접수용과 간접수용을 다루고 있는데 간접수용 및 보상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정해 국내 법률이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간접수용이라는 새로운 입법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하는 조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체결한 대부분의 투자보장협정은 간접수용과 이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근거인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포함한 84개는 "헌법 제60조 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발효됐다. 외교통상부가 헌법을 관행적으로 무시해온 것이다.
만약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간접수용 개념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론스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내세울 수 있는 논리는 빈약해진다. 론스타는 국세청의 과세조치와 금융당국의 지분 매각에 대한 승인 지연이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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