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장악한 오너家..아들·딸·매제까지 등기이사

2012. 4. 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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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산법인 주총 시즌이 마무리됐다.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주요 재벌기업의 오너 2~3세들이 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총수들은 등기임원 겸직 숫자를 늘리며 지배력을 키웠다. 명분은 책임경영이다. 실제 등기이사가 된다는 것은 이사회 구성원 자격으로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지위와 책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어발식 이사 겸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사회 내 오너 일가가 많아지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있긴 하지만 총수나 대주주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이다.

또 이번 주총에서는 정관개정으로 이사 권한을 높이고 책임한도를 줄이는 기업이 대거 늘어났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횡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가족경영 강화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새롭게 등기임원으로 얼굴을 내민 재벌 2~3세들은 누구인지 살펴보고 재벌 총수들의 이사 겸직 현상도 짚었다.

대한항공 등기이사 6명 중 4명 오너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 최대 화젯거리는 새로 얼굴을 내민 재벌 2~3세들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2)이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의사봉을 잡았다는 점부터 눈길을 끌었다. 또 한진그룹은 조현아(38), 조원태 전무(37)가 대한항공 등기이사에 새로 선임됐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2)은 현대제철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3)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장남인 조원태 전무의 등기이사 선임은 3세 경영체제 다지기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무는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와 객실승무본부를 맡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무는 호텔 운영에 관심이 높아 1999년 대한항공 입사 당시 첫 업무를 호텔면세사업본부에서 시작했다. 이후 기내판매팀장 등을 거쳤고 2009년 전무로 고속 승진하면서 경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계열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를 맡아 운신의 폭을 넓혔다.

동생인 조원태 전무는 경영전략본부장으로 대한항공 경영을 맡아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입사했다. 이번 한진가 남매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부각시키며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시나리오다. 대한항공 등기이사는 조양호 회장의 매제인 이태희 대한항공 상임법률고문(70)까지 포함해 6명 중 4명이 오너 일가다.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59)과 서용원 대한항공 부사장(63)만 전문경영인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이 이슈였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6곳의 등기이사에 올라 그룹 후계자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자동차 분야에 집중해왔던 그가 이번 등기이사 등재로 그룹의 핵심사업인 철강까지 경영 보폭을 넓힌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자 수업은 2005년 기아차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화됐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현대모비스 등기임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을 거쳤다. 2005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2009년부터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매각설이 돌 정도로 위기 상태에 있었던 기아차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농심가에서는 신춘호 농심 회장(80)의 셋째 아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52)이 등기이사에 새로 선임됐다. 신 부회장이 모기업 농심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건 1992년 메가마트(당시 농심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0년 만이다. 그동안 유통사업 계열사인 메가마트, 금융사 농심캐피탈, IT업체 농심NDS 등 식품제조업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이 운영하는 대형할인점으로 1975년 동양슈퍼마켓으로 시작해 2002년 메가마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부산, 천안 등 12곳, 중국 3곳이 운영 중이다.

세아특수강도 3대에 걸친 오너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세아그룹은 故 이종덕 세아제강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65)과 차남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63) 형제가 경영 일선에 나서 진두지휘해왔다.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던 세아특수강에 이순형 회장을 새롭게 이사로 선임한 것은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순형 회장은 1995년 세아제강 부회장, 2001년 세아홀딩스 부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 세아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다.

이순형 회장과 함께 이 회장의 아들 이주성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34)도 계열사 세아M&S 등기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력기획팀 팀장(34)에 이어 두 번째로 3세의 등기이사 선임이다. 현재 세아홀딩스의 지분구조는 1대 주주 이운형 회장이 17.95% 보유하고 있고, 이순형 회장과 이태성 이사, 이주성 이사가 각각 17.66%, 17.95%, 17.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 이사 직함만 16개오너 일가들의 등기이사 재선임도 이어졌고 총수들은 계열사의 이사 겸직 숫자를 늘리며 가족경영체제를 탄탄히 구축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두산이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등기이사에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72)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69),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50) 등 오너 일가 3명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박용만 ㈜두산 회장(57)은 임기 중이라 등기이사 6명 가운데 4명이 오너 일가인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박정원 회장이다. 두산그룹 4세 중 맏형으로 4세 중 유일하게 ㈜두산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반면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47)은 2010년 등기이사로 재선임됐으나 올해 빠졌다. 3세 형제경영에 이어 4세에는 '사촌경영'으로 넘어가는 만큼 경영권에 대한 교통정리를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57)은 문어발식 이사 겸직으로 비판받는 대표적인 총수다. 그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의 대표이사 등에 재선임되면서 6개 회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한다. 또 10개 계열사의 비상근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롯데가의 지배력 강화는 신동빈 회장뿐이 아니다. 부친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92세의 고령에도 롯데쇼핑 등 13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45년간 재직했던 롯데제과의 등기이사를 연장하며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롯데가의 세력다툼에서 밀렸다고 알려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0)도 롯데쇼핑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범롯데가인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농심과 농심홀딩스 등기이사를 다시 맡는다. 농심의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는 아예 등기이사 4명을 모두 신춘호 회장 등 가족들로 채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 한국공항 등의 상장사와 정석기업 등 비상장사를 아울러 8곳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62)은 STX메탈,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팬오션에서 재선임되면서 모두 8개의 이사직을 겸직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4)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과 3개 회사의 비상근이사직을 겸직하고 있고 최근 현대건설 등기이사를 새로 맡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52)도 8곳의 이사 명함을 갖고 있고 김승연 한화 회장(60)은 5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모두 6곳의 이사를 겸직한다.

효성가도 문어발식 이사 겸직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석래 효성 회장(77)의 3남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분위기다. 조현준 사장(44)과 조현문 부사장(43)은 이번에 효성의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이로써 전체 등기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오너 일가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은 각각 7곳과 13곳에서 이사 또는 감사를 맡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52)도 이사 명함을 하나 더 늘렸다. SK㈜,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와 SK C&C의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었던 그는 최근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SK하이닉스 대표이사까지 맡게 됐다. SK그룹 오너 일가 중에선 최신원 SKC 부회장(60)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48)이 재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14년 SK건설 상장과 함께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총수 평균 4.4개 겸직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민간 대기업집단 총수 38명이 이사직을 맡은 곳은 모두 168곳으로 평균 4.4개를 겸직한다. 재벌 총수들의 이사 겸직은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상법 382조에 담긴 이 규정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또 이사는 일반적인 의무로서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의무)'를 가진다. 많은 회사의 이사를 겸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사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면 한 회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회사 간의 거래에서 이익이 상충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회사 이사를 겸직하는 후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 경영의 독립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책임경영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등기이사를 전혀 맡지 않는 재벌 총수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경영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다. 그러나 경험도 없고, 능력도 입증하지 못한 오너 일가의 젊은 2~3세가 여러 계열사에 이름을 걸어놓는 것은 후계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명분 쌓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당결의 주주 아닌 이사회 마음대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함께 이번 주총 시즌에서 화제로 올랐던 이슈가 정관변경이다. 많은 상장사들은 지난해 개정된 상법이 올해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률 개정사항을 정관에 반영했다.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은 강제조항이 아니라 회사의 '선택'에 맡긴 임의조항이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앞다퉈 정관을 바꿨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등기이사는 연봉의 6배(사외이사는 3배) 내에서만 손해배상을 하도록 제한한다. 이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또는 자기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우는 이런 한도가 적용되지 않지만 실제 주주대표소송 과정에서 이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밝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사 책임 감면 조항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이사회 권한은 강해졌다. 재무제표를 주주총회 결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한 게 그 사례다. 재무제표의 이사회 결의 승인은 곧 배당결정 권한을 주주들이 아닌 이사회가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주주 배당 관련 문제를 오너 일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가 배당 등의 권리를 요구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전문적인 재무제표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정보 제공의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이사의 책임 감경과 재무제표의 이사회 결의 승인안을 변경한 기업은 대한항공, 대우건설, 한진해운, KCC그룹, 효성그룹, STX그룹, CJ그룹, 농심, 현대글로비스, 한진해운 등으로 35개 기업(자산 1조원 이상 76개사 기준)에 달한다. 1767개의 상장회사 가운데 40%가 올해 주총에서 정관변경안을 상정했고 이사 책임 경감 조항을 삽입한 회사는 전체 상장사의 43%, 재무제표 이사회 결의 승인 조항을 삽입한 회사 비중은 37.2%로 나타났다.

오너 일가가 장악한 이사회에 맞서 주주권리를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해법은 연기금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진의 지분 8.08%를 갖고 있다. 정석기업(17.98%), 조양호 회장(6.87%)과 함께 3대 대주주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대주주로서 이사를 선임하지도 의결권을 행사하지도 않아왔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경영진을 제시하는 안건을 수동적으로 따르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불합리한 안건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주주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포스코와 대림산업의 이사 책임 감면 조항과 재무제표의 이사회 결의 승인 조항에 관한 정관개정에 반대의견을 냈고 개정을 막은 사례가 있다.

재벌기업을 연구하는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이사의 책임을 줄이고 이사회 권한을 높이는 식의 정관변경은 주주들이 경영자들의 기업운영을 검토할 수 있는 권한과 배당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 주주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이사회는 오너로부터 독립성이 약하기 때문에 다수 주주의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조은아 기자 ec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52호(12.04.1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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