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삼성전자, 하우젠 버리고 지펠은 살렸다, 왜 ?

2011. 2. 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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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열기 직장인 A씨는 어느 날 사용 중인 아이폰의 화면 좌측 상단에 'olleh'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한 것을 발견했다. KT가 전파수신 강도를 나타내는 안테나바 옆에 'SHOW'라는 기존 브랜드명 대신 olleh라는 통합 브랜드를 노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달 말부터 유ㆍ무선으로 나뉘어 있던 '쿡(QOOK)'과 '쇼(SHOW)'를 '올레(olleh)'로 통합했다. 이 같은 브랜드 통합 움직임은 KT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GM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통합 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의 GM대우도 한국지엠으로 사명을 바꾸고 자동차 브랜드명을 글로벌 GM의 브랜드인 쉐보레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제품에 붙여 온 서브브랜드(Subbrand)를 '삼성'으로 통일하기로 했고, LG전자 역시 1등을 외치며 강도 높은 브랜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 "이젠 하나로" 브랜드 통합 나선 기업들 =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파브(TV)'와 '하우젠(세탁기ㆍ에어컨)' '매직스테이션(데스크톱 컴퓨터)' '옙(MP3플레이어)' '블루(디지털카메라)'라는 서브브랜드를 사용했지만 올 상반기까지 모두 없애고 '삼성'으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지펠(냉장고)' '센스(노트북컴퓨터)' 등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삼성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하고 브랜드 통일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에서처럼 서브브랜드를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TV 브랜드인 '엑스캔버스'를 사실상 폐지했다. 삼성 파브에 밀려 만년 2등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게 구조조정 수술대에 제일 처음 오르게 된 이유다. 하지만 엑스캔버스가 제품군 내 2등 브랜드라는 이유로 기업 내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 1월 9일까지 한 달간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20세 이상 60세 미만 남녀 900명에게 설문 조사해 나온 기업 브랜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엑스캔버스는 LG전자의 타 개별 브랜드(디오스, 엑스노트, 트롬, 휘센, 싸이킹, 옵티머스)에 비해 지속 성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 성장성이란 앞으로 브랜드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점수다.

엑스캔버스의 지속 가능성 점수는 75.3점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KT 등 조사대상 기업 31개 사 174개 개별 브랜드 의 지속 가능성 평균인 68.2점보다 7점 이상 높다.

반면에 LG전자의 1등 브랜드 중 하나인 싸이킹의 지속 성장성 점수는 63.8점에 불과하다. 기업 브랜드와 독립적으로 브랜드 활동을 전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일정한 수준의 구매 의향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브랜드 독립성 평가에서도 엑스캔버스는 타 개별 브랜드에 비해 가장 높은 점수(73.8점)를 차지했다.

평가를 진행한 이기동 능률협회컨설팅 마케팅본부 팀장은 "엑스캔버스처럼 기업브랜드에서 독립해 자체 브랜드만으로도 높은 구매 의향을 보여주고 있는 소위 '잘난 개별 브랜드'는 사장하기보다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키워도 좋을 텐데 아쉽다"며 "브랜드를 구조조정할 때는 제품군 내 브랜드 순위보다는 기업 내에서의 브랜드 위상을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통합 움직임은 사실 최근의 트렌드가 아니라 1990년대 후반 한국 사회에 브랜드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후부터 진행된 단계적인 움직임이다. 1990년대 후반 글로벌 기업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기업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개별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폴로 랄프로렌에 대적하기 위해 제일모직에서 만든 빈폴이나 피앤지의 모발 관리 제품 팬틴의 상대 브랜드로 출시한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삼성 TV 브랜드 파브, LG 가전 브랜드 디오스와 에어컨 브랜드 휘센 등이 1990~2000년대 초 등장한 대표적인 개별 브랜드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을 누르고 국내 1위로 올라서며 당시 한국 기업들의 전략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 시장이 성숙하고 기업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개별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의 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국외에서 기업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어 기업 브랜드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개별 브랜드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기업 브랜드는 기업의 역사가 계속될수록 정체되는 느낌이 강한데 이때 '잘 키운' 개별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개별 브랜드는 기업 브랜드의 손상을 막는 방패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팀장은 "동원의 경우 몇 년 전 참치캔에서 칼날이 나오는 사고가 있었고 농심도 새우깡에서 생쥐가 나와 '생쥐깡'이라는 오명을 얻었다"며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해 K-BPI조사(능률협회컨설팅 주최 국내 산업 브랜드 평가)에서는 개별 브랜드는 타격이 있었지만 기업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신뢰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기동 팀장은 "기업이 개별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없애는 것은 기업 내에서는 많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이는 사회적 문제로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각인이 될 때까지 많게는 수백억 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고, 이 돈은 사실상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브랜드를 자산으로 보고 명확한 기준과 심사를 통해 브랜드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한번 소비자에게 사랑받던 브랜드는 기업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브랜드 통합의 시대면서 동시에 브랜드 관리 고도화의 시대이기도 하다"며 "타 기업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보다는 소비자의 인지 속에서 기업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찾아내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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