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103만원 대박!" 대체 무슨 경매길래..

정현수|박종진 기자 2012. 4. 28. 0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의 니치테크]현용 화폐부터 국내외 고전 화폐까지..화폐 수집의 세계

[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편집자주] 은행예금, 주식, 펀드 등. 일반인들의 흔한 재테크 방법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재테크가 존재합니다. 취미 생활이 재테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특별한 모임을 통해 재테크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재테크 이야기. 재테크의 틈새(niche), 말 그대로 니치테크를 살펴봅니다.

[[박 & 정의 니치테크]현용 화폐부터 국내외 고전 화폐까지…화폐 수집의 세계]

ⓒ출처=화동양행

지난달 말 화동양행이 진행한 화폐경매 행사 '화동 옥션'. 국내외 희귀화폐 958점이 출품된 이날 경매에서 현행 주화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은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이었다. 낙찰가는 103만원. 액면가의 2060배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이 동전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화폐수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희귀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 등의 영향으로 증정용으로만 한정해 500원 동전이 발행됐다. 발행된 동전 수는 8000개에 불과했다. 이 중 일부가 시중에서 유통돼 'VIP 대접'을 받고 있다.

경매를 주관한 화동양행 관계자는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의 경우 워낙 희귀해 거의 출품조차 되지 않는다"며 "희귀한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1982년에 등장한 500원 동전은 1985년과 1986년, 1998년에 발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1998년에는 증정용으로 제작돼 빛을 보게 됐다.

◇중앙우체국 인근 가득 채운 화폐 수집상…왜?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품목은 단연 '우표'였다. 취미 생활에 '우표 수집'이라고 적어내던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근처에서는 수많은 수집상들이 터를 잡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우표 수집은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표의 빈자리를 화폐가 채웠다. 예전부터 우표와 화폐를 함께 취급하던 상점들은 자리를 그대로 지킨 채 화폐를 중심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전체 화폐 수집상의 70~80%가 중앙우체국 근처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 취미 생활에서부터 재테크까지, 화폐 수집인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앙우체국 인근에 자리잡은 화폐수집 전문점들.

그 중 한 곳을 직접 찾았다. 중앙우체국 인근에 위치한 '수집뱅크 코리아'라는 곳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다양한 화폐들이 진열돼 있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날 화폐에서부터 국내외 현용화폐, 기념주화, 지폐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이들 화폐는 모두 실제로 거래되는 품목들이다.

김정식 수집뱅크 코리아 사장은 "예전에는 화폐 수집을 일컬어 '황제의 취미'라고 할 정도로 보편적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화폐 수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직접 방문하거나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집뱅크 코리아만 하더라도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하루 평균 1200~1300명에 이른다.

◇"내 저금통에 있는 동전도 혹시?"

일반인들이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현행 주화도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보존 상태가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중에서 유통된 동전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고가에 거래되는 현행 주화의 대부분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동전들이다. 수집용 동전이 따로 있는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의 경우다. 워낙 희귀하다보니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시세는 미사용품의 30~50% 가량으로, 최대 50만원에 이른다.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액면가의 수백배에 이르는 '로또 동전'이 저금통 속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사용 동전 중에서는 발행연도가 오래된 주화가 인기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10원 동전이 비싼 이유다. 1966년~1970년 사이에 발행된 10원 동전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존상태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지만 최대 80~90만원에 이른다. 화동양행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월 진행된 경매에서 10원(1970년) 동전이 82만원에 낙찰됐다.

ⓒ출처=수집뱅크코리아

다소 특이한 이유로 고가에 거래되는 동전도 있다. 화폐 발행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동전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진행된 화동양행 경매에서 이순신 장군의 어깨부분이 찍히고 뒷면 숫자쪽이 잘못 나온 100원 동전이 135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동전의 발행연도는 1973년이다. 반면 같은 종류의 정상적인 동전은 거의 가치가 없다.

우리보다 화폐 수집이 보편화된 해외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동전도 있다. 지난 20일 미국에서 진행된 한 경매에서 1793년에 발행된 1센트 동전이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낙찰됐다. 이 동전은 실제로 유통되지 않고 시험용으로 한정 주조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동전은 14개로 희귀성을 인정받았다.

◇선물 받은 기념주화, 수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화폐 수집인들 사이에서는 기념주화도 빼놓을 수 없는 수집 품목이다. 한국은행은 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나 특별한 날 등을 기념해 기념주화를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차례 발행됐다. 시초는 지난 1970년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다. 당시 세종대왕 초상, 신라금관,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등 금화 6종과 또 다른 은화 6종이 발행됐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의 가치가 단연 높다. 최근 1~2년 사이에 진행된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기념주화는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세종대왕 초상 금화다. 액면가 2만5000원의 이 금화는 최근 한 경매에서 12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같은 시기 발행된 신라금관 금화도 최근 720만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다.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이후에도 다양한 기념주화를 제작했지만 모두가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전엑스포 등의 기념주화가 그 대상이다. 한 화폐 수집상은 "예전에는 자금 조달의 목적으로 기념주화를 대량 발행한 경향이 있었다"며 "유통되는 양이 많아지면서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1970년에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

◇"신권 받으려 한국은행에서 노숙"

지난 2007년 1월 1만원권 1000원 신권이 등장했을 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일련번호 앞자리 신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은행 앞에 장사진을 친 것. 당시 한국은행은 일련번호 1~100번을 화폐금융박물관에 소장하고 10001~30000번을 일반인들에게 배포했다. 일부 수집상들은 한국은행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폐단이 지적되자 한국은행은 더 이상 본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신권을 배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앞자리의 일련번호 신권은 경매로 배포한다. 예전처럼 "줄만 잘 서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관행은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폐는 여전히 수집상들 사이에서 인기다.

수집상들은 특이한 일련번호를 갖춘 지폐를 선호한다. '7777777'과 같은 이른바 '솔리드 노트' 등이다. '1234567', '7654321'과 같은 지폐도 인기다. 지난 1983년 발행된 일련번호 '0000000' 1000원권은 한 경매에서 3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물론 보존상태가 좋아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외국 화폐·고전 화폐 '그들만의 리그"

화폐 수집의 범위를 외국 화폐 및 고전 화폐 등으로 넓히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른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화폐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폐 수집을 '황제의 취미'로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워낙 오래된 발행연도와 함께 희귀성도 갖춰 전문 수집상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도 힘든 가격대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지난 1908년 대한제국에서 주조된 5원 금화는 최근 한 경매에서 2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동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인 융희(隆熙) 2년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다. 과거 미국에서도 1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5원 금화가 낙찰된 사례가 있다. 1906년에 발행된 20원 금화역시 최근 국내에서 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한 수집상은 "모든 수집 활동이 마찬가지겠지만 화폐 수집도 무리하지 않고 건전한 취미 생활의 일부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화폐 수집품의 가치가 좀 떨어졌는데, 이는 취미로 시작한 화폐 수집이 의외의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핫이슈]2011 상장사 영업실적

[내손안의 스마트한 경제정보, 머니투데이 뉴스가판대]

[관련 키워드] 화폐수집| 화동양행| 1998년500원

▶2012년 KOSPI 2500간다! 新주도주를 잡아라!'

▶주식투자는 수익으로 말한다! '오늘의 추천주!

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 gustn99@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