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부터 짓고 보자" 설익은 금융허브.. 글로벌 기업 한 곳도 안 와

부산 입력 2011. 7. 21. 03:12 수정 2011. 7. 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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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 조성 공사 현장. 63층짜리 초고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복합개발사업 신축공사'란 푯말이 내걸린 이 공사장엔 땅을 파는 포클레인 2대와 파낸 흙을 실어나르는 5~6대의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 1조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10만2352㎡ 규모의 부지를 두른 울타리엔 'Global Busan, 금융허브도시' '동북아의 금융중심지' '뉴패러다임의 부산, 금융도시를 가꾸다' 등 화려한 구호들이 쓰여 있었다.

2013년 6월 완공 예정인 부산국제금융센터 건물은 이미 전층 임대가 끝났다. 얼핏 보기엔 대성공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외국 금융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국내 민간 금융회사도 단 한 곳도 없다. 이 건물에 입주하기로 한 기관은 8곳 모두 공공기관이다. 정부의 공기업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서울에서 옮겨 오는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 등 6개 기관과 원래 부산에 본사가 있었던 한국거래소, 농협중앙회 부산본부이다.

◆표류하는 금융중심지 사업=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며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중심지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 등 2곳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대한민국 금융1번지인 여의도는 종합금융중심지로, 항구도시인 부산 문현지구는 선박금융과 파생상품 위주의 특화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서울 여의도에 29~55층짜리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건물 3동을 세워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2020년까지 8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서울시 땅이지만, 세계적 금융그룹인 AIG의 부동산개발 자회사가 99년간 임차하기로 하고 총 1조5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진행 상황은 실망적이다. 서울 여의도에선 오는 11월 1단계로 32층짜리 서울국제금융센터 건물 1동이 입주를 시작한다. 현재 뉴욕은행, 다이와증권, ING자산운용 및 부동산자산운용, 딜로이트 등 외국 기업 5~6곳이 임대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은 서울 광화문 등 다른 지역에 있던 기존 사무실을 여의도로 이사(移徙)하는 것일 뿐이다. 그나마 민간 시행사에서 1년분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억대의 이사 비용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결과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글로벌 금융회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유치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서울과 부산을 합쳐 건물 짓는 데만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초고층건물 몇 개 세우는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로 전락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 진출을 꺼리는 이유가 근본적인 사회 인프라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영어 사용이 불편하고 규제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팔짱 낀 정부와 국회=금융중심지는 중앙정부(금융위원회)가 큰 정책 방향만 결정하고, 건설과 투자유치 등 구체적인 사업은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자체가 맡는 형태로 추진된다. 지자체는 정부 탓을 한다. 서울시 이원목 투자유치과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와 교육·의료 등 주거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데 모두 중앙정부의 권한"이라며 "금융산업 인·허가나 규제 완화에 대한 모든 정책수단 역시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지자체가 맡다 보니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중심지에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관련 법률(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야 합의가 안 돼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조성렬 동아대 교수는 "온 나라가 합심해 일을 추진해도 부족한 판에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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