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배드뱅크 성공하려면..

2009. 9. 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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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배드뱅크가 9월 말 공식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민간배드뱅크에 출자한 은행들은 부실채권 전문가인 이성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적임자로 판단하고 신규 사장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어 별다른 이견 없이 신임사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민간배드뱅크는 선장이 정해진 만큼 다음주까지 감사와 사내이사(2명), 사외이사(2명)도 선임하기로 했다.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들도 20여 명 채용해 총 30명 규모의 조직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첫발을 내디딘 민간배드뱅크 설립이 6개월이나 지나서야 성사될 만큼 그동안 많은 난관이 있었다. 외국계 은행들이 참여 의사를 철회했고 우리은행과 농협 등도 참여지분을 낮춰 애를 먹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자본금도 당초 예상(3조원)의 절반 수준인 1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추라고 지시한 상태에서 민간배드뱅크의 탄생은 시의적절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판단이다.

은행들이 민간배드뱅크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부실채권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서다. 그동안 부실채권 인수 주체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 곳만 존재하다 보니 매각자인 은행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캠코는 신용대출 부실채권을 액면금액의 3%대에 매입해 외국 펀드에 6~9%에 매각함으로써 이익을 거두는 등 '누워서 떡 먹기' 형태의 영업을 해왔지만 이젠 이런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배드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독립성이다. 은행이 민간배드뱅크의 대주주이다 보니 매각자와 매입자가 동일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부실채권 인수 가격을 높게 책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경우 민간배드뱅크가 조기 부실화되거나 부실채권 정리를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민간배드뱅크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가격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주주들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다는 것이 시장 관측이다.

자본금 규모도 아직 턱없이 적다. 1조5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최대 5조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는 게 민간배드뱅크의 계획이지만 올해 은행권이 쏟아낼 부실채권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민간배드뱅크는 출범 이후 외부 투자자를 추가로 물색해 자본금을 2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헌재 사단 개입설도 부담이다.

사장으로 선임된 이 부사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가 한국신용평가 사장이던 1985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첫 연을 쌓은 뒤 이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외환위기 구조조정 작업을 도맡아 처리했다. 이 부사장은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민간배드뱅크 설립에서부터 사장 선임까지 이헌재 사단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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