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그리고 버냉키와 하토야마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2009. 9.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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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상진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이상진의 상식적인 투자]]9월이 아침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에 실려 온다. 벌써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한다. 산보를 나가면 풀벌레 우는 소리가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여름 내내 무더위에 시달렸던 몸과 마음이 청량한 가을 날씨에 의욕을 되찾는다. 또 다시 시작되는 가을에 시간의 중량을 느낀다.

9월의 정취는 이렇게 로맨틱하지만 증시와 가을은 사실 궁합이 맞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가을에 증시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대공황의 출발도 가을이었고, 1987년 '블랙 먼데이'도 가을에 발생했다. 1년 전 온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도 바로 가을에 시작됐다.

그래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증권맨들에겐 '요주의 계절'로 자리 잡았다. 금년은 예외이기를 바라지만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증시가 워낙 뜨거웠던 관계로 아무래도 조정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 적당한 조정이 있어야 다음 시장이 좀 더 탄탄한 기초 위에 2단계 상승을 할 수 있다. 상하이증시처럼 6개월 사이에 거의 100% 폭등했다가 반토막 나는 널뛰기 시장은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에 대한 신념을 갖기 힘들다.

물론 투자자들의 마음은 급하다. 당장 2000 포인트를 회복해 원금 플러스 이자까지 찾고 싶다. 하지만 조급증을 부릴수록 시장은 왜곡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최근 지수 상으로는 16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일부 대형 우량주를 제외하고는 아닌 말로 1000포인트 가격대에서 헤매는 종목이 대다수다.

이와 같은 현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경제위기 이후에는 산업의 지평이 바뀐 경우도 많고 위기 이후 극복과정이 산업간 기업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주가의 회복이 당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경제회복은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업종이나 기업을 제외하고는 시간의 문제이지 반드시 똑 같은 활력을 산업전반에 불어넣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도 종목을 놓치고 '애물단지'같은 개별 종목을 보유한 투자가들은 '내용이 좋은 기업이라면' 급하게 교체매매하기 보다는 시간을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웬만큼 먹었다고 이제 정리를 하자는 식의 단기투자전략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작년의 금융위기가 1987년 식의 블랙 먼데이와 같은 형태를 반복한다면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대 상승- 미국의 다우존스는 1700포인트에서 1만200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국면을 놓칠 수 있는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버냉키의 재임용과 일본 정치의 대혁명을 주의 깊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버냉키가 임기 5년의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일찌감치 재임용된 것은 지난 2년간의 금융위기 극복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물론 일부 반대론자들은 이번 금융위기의 공범인(버냉키는 과거 지역연방은행 행장 시절 알랜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을 강력히 지지했었다) 버냉키를 다시 임용하는 것에 시비를 걸지만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야 말로 금융위기에 적임자임이 분명하다. 또 그의 냉정하고도 침착한 성격이 금융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는 평이 많은 것은 격변하는 시기에 적합하다.

특히 요즘처럼 너무 많은 전문가에 너무 많은 의견이 배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상황에서 일관성 있고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버냉키의 재임용은 미국 정부가 경기회복과 금융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며 항간에서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더블딥(Double Dip)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의 재임용이 가져온 불확실성의 제거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편 54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일본 또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일본에서 60년을 산 한 재일교포 사업가가 일본인들은 바보고 일본은 망하게 돼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유인즉 일본 국민들은 워낙 위험을 싫어해 제로 금리에 예금을 하고 있고 또 이를 이용해 일본 정부가 불필요한 정치적 사업만 벌려 국가부채를 사상 최대로 쌓아놓고 있으니, 15년 복합불황이 해결될 기미가 없고 노령화로 결국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더 있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사실 최근 일본의 정치를 보면 망조가 든 것이나 진배가 없었다. 한 당에서 돌아가며 총리를 하면서 일본을 개혁하겠다는 어떠한 의지도 없었던 정당이 그렇게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자체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런데 마침내 일본국민이 폭발했다. 옛날 봉건시대 영주와 사무라이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던 온순한(?) 일본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15년간 성장이 멈춘 사회에 대한 환멸이 이번의 정치 반란으로 이어졌다. 당장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되지는 않겠지만 일본 경제에 근본적인 개혁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만약 하토야마가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한번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이는 또 글로벌 경제 회복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 중시 정책이 한일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가속화시키고 역내 경제통합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파이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의 재부상은 한중일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겠지만 경쟁을 통한 발전은 궁극적으로 아시아 전체의 경제역량을 키울 것이고 다 같이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장사는 몰려야 다 같이 잘된다는 속설과도 무관하지 않다.

위기는 변화를 불러오고 시간 역시 변화를 가져온다. 올해 9월은 아무래도 이전의 9월과는 다른 계절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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