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官주도'로 바뀌나
주요 대기업그룹과 부실 업종 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정부 주도하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각종 유동성 지원을 위해 펀드와 기금을 조성하고 외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이 관 주도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 측은 GM대우의 경영권이 GM 측에 있는 것은 앞으로 GM대우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GM대우 경영권을 넘기도록 압박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데다 부실 구조조정 우려까지 제기됨에 따라 정부가 산업은행을 앞세워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은은 우선 GM대우, 동부그룹, 금호아시아나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메스'를 대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6월 초 미국 GM 본사 측에서 '뉴GM'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마련되면서 GM대우의 지원 문제는 늦어도 7월부터 구체적인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최대 관건은 GM대우의 경영독립성 확보와 경영권을 넘겨 받느냐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경영독립성이나 경영권 이관작업을 위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또 다시 2차 GM대우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 좋은 모범사례를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비상상황(컨티전시)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자율적인 생존기반 확보와 경영권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협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GM대우 경영은 큰 틀 안에서 단순한 자율성이 아닌 우리 자체적인 환경 하에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가져올 계획"이며 "경영진 현지화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구조조정을 제안했으나 아직 GM 측에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산은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만기 연장을 위한 재무적 투자자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 찾기에 실패할 경우 산은은 대우건설의 재매각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산은이 구조조정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해 금호가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32.5%) 전체와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옵션 지분(39.6%) 중 일부를 얼마에 사줄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가격보다 20∼30%가량 낮은 수준에서 매입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메탈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가 최대 관건"이라며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산은은 조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통해 이달 말까지 해운업체들이 보유한 선박 매입을 완료키로 했다. 또 1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턴어라운드펀드)로 썬스타특수정밀을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2∼3개 중소기업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조성한 2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선박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인수작업을 개시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내에 은행권의 부실 PF 매입을 완료하고 증권·보험사들의 PF도 사들인다는 구상이다.
또한 4조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선박펀드를 통해 7월 말까지 해운사들이 신청한 62척의 선박 중에서 일부를 사들이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2차 선박 매입을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toadk@fnnews.com 김주형 안대규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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