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솔로? 돈 없으면 '홀로'

정영화 기자 2009. 6. 6. 08: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영화기자][솔로 재테크 백서]"과부 3년이면 쌀이 서말, 홀아비 3년이면 이가 서말."그렇다면 미혼 남녀 3년이면 무엇이 서말일까.갈수록 결혼연령이 늦춰지면서 솔로들이 늘어가고 있다. 30대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사는 남녀가 부지기수다. 타의든 자의든 결혼하지 않고 사는 이들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재테크'다. 우아한(?) 솔로로 살기 위해 혹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돈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테크 양상은 남녀가 각각 다르다. 여자들의 재테크는 대체로 남자들보다는 양호한 편. 쌀이 서말씩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두둑한 밑천을 갖고 있는 골드 미스가 많다. 솔로 남성들의 경우 재테크 점수가 비교적 여자들보다 낮다. 유흥비 등 새는 돈이 많고 차량 구입비 등으로 대출을 끼는 경우가 많아서다.

솔로 남녀의 재테크 양상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살펴봤다. ◆"남 모르게 새나가는 돈 왜 이리 많아?"

#1. 서른두살의 직장인 미혼 여성 이모씨는 한달 수입이 250만원 정도 된다. 한때는 적금도 여러개 들고 열심히 돈을 모은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특별히 돈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돈 관리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 싶어서였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까 저축할 맛도 안 나고 해서 MMF나 CMA 등 단기성 예금상품에 돈을 넣어두었다. 정기예금처럼 규칙적으로 돈을 넣어두어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자 메시지가 날라 왔다. 신용카드사에서 통장 잔액이 부족해서 이번 달에 결제가 안됐다는 통보였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이씨가 신용카드 내역을 조회해보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쓴 돈이 생각보다 엄청 났던 것이었다. '생각 없이 새어나간 돈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잘잘한 옷값이며 화장품값, 빵값, 커피값 등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2. 서른다섯살의 직장인 미혼 남성 김모씨는 한달 수입이 270만원 정도 된다.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돈을 아끼려고 애쓰지만, 저축이 잘 안 된다. 특히 최근에 2000만원 가량의 새차 한대를 뽑은 이후로 매월 나가는 할부금이 장난 아니다.

김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자주 마시는 편. 여차하면 2차, 3차까지 술을 마시게 되고 술값을 계산하고 택시를 타고 오는 날이면 카드 값이 많게는 10만원도 넘게 나온다. 그렇게 한달 동안 차 값이며 술값에 쓴 돈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하지만 김씨는 늘 부족한 돈을 주식투자 등으로 메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또한 언젠가는 당첨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로또도 습관적으로 산다. 모이는 돈은 별로 없지만 특별히 돈을 모으기 위해 지출 습관을 바꾼다던지 재무 설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여자는 '가랑비' 남자는 '한탕주의'조심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혼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씀씀이가 비교적 적고 저축률이 높다고 얘기한다. 현금성 자산도 여성들이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얘기한다. 대신 여성들은 옷이나 화장품 등 소소한 지출이 많단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은 "미혼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남자들보다 검소하지만 티도 안 나면서 소소하게 나가는 돈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씩 쓰는 돈도 잦으면 가랑비에 옷 젖는 법. 여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들은 바로 사소하게 새는 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돈들은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새는 것을 파악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송 팀장은 또 "남자들의 경우 의류비 같은 사치성 지출은 여성들보다 적지만, 대신 크게 목돈이 들어가는 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유흥비, 차 구입비, 스포츠 활동비, 사교비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자들은 돈이 없어도 주식투자 등으로 한꺼번에 벌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탕으로 만회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건전하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긴 장기저축상품 들지 마라"

일단 솔로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저축이 필수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월급의 절반은 저축하라고 조언한다. 문제는 저축도 저축 나름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돈을 못 쓰게 하기 위한 '강제'로 드는 저축상품이 10년, 혹은 20년짜리 장기 상품인 경우가 많다. 비과세 혜택, 소득공제, 복리 등의 효과를 내세운 연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긴 장기저축상품은 솔로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1년, 2년 정도짜리 중ㆍ단기 저축상품을 들라고 조언했다.

이광구 포도재무설계 연구위원은 "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가 미혼이지만, 정작 저축을 한다고 든 상품이 별로 솔로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대표적인 것이 연금, 주택마련과 같은 장기저축용 상품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장 결혼자금과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솔로들이 10년, 20년짜리 저축상품에 들게 되면 필요할 때 당장 돈을 찾아 쓸 수가 없게 된다"며 "장기상품을 중도에 해약하게 되면 손해가 있는 만큼 솔로들은 1년, 2년 정도의 중ㆍ단기 저축상품에 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재무 설계의 기본은 돈을 써야 할 기간과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솔로들의 경우 결혼자금을 모으거나 독신으로 살더라도 월세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맞게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의무보단 돈 모으는 즐거움 느낄 수 있어야

솔로들은 돈 관리를 하는 데 있어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돈이 필요한 이유를 잘 모르고 그냥 '있으면 있는 대로 쓰자'는 주의도 많다. 솔로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송승용 팀장은 "솔로들에게 '돈을 모으기 위해 가계부를 써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건전한 씀씀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을 모으는 재미와 쓰는 재미를 만끽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1년짜리 저축 상품을 들고 그 중 일부를 평소에 정말 원했던 것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송 팀장은 "휴가 때 쓸 여행비나 꼭 사고 싶었던 것을 위해서 1년 단위로 저축한 뒤 그 돈 중 일부를 떼서 폼 나게 쓰는 게 낫다"며 "이렇게 되면 돈을 모으는 재미와 함께 돈을 쓰는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모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티 안 나게 조금씩 돈을 쓰면서 없애지 말고, 열심히 1년간 돈을 모아서 티 나게 쓰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솔로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꺼번에 돈을 튀길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재테크주간지 머니위크 [바로가기]

정영화기자 jjeo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